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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공간이 많아지면 홀가분해져요.

컬럼/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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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칼럼 7]

가족공간이 많아지면 홀가분해져요.

 

  주말이 오자 “우리 같이 박물관 갈까?”라며 아들에게 물어봅니다. “싫어, 지루해”라는 대답이 메아리처럼 들려옵니다. 싫다는 아이들을 이끌고 가족만의 시간을 갖고자 힘든 몸을 일으켜 주말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아이들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명승지에 가서 열심히 설명을 해봐도 아이들은 지루해합니다. 곳곳에 ‘만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보이면서 점차 ‘주의(注意) 주는 사람’으로 변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 반대로 아이를 위해 ‘어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박물관, 키즈카페, 도서관을 방문하면 신나하는 아이들과 달리, 핸드폰을 만지며 지루해 하거나 힘들어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런 모습들, 익숙하지 않나요?


  가족이 함께 하기 위해 찾은 공간에서, 우리는 오히려 가족이 분리되는 경험을 종종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가족 중 어느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가족의 공간’을 얘기할 때면, 제 머릿속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이 그려집니다. 고대 예술품과 유물들이 아름답게 전시된 공간에서 남편과 함께 여유 있게 대화하며 감상할 수 있었고, 두 살, 여섯 살이 된 아이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모조품replica과 의상 입어보기, 돋보기 등을 가지고 탐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 마다 어른의 눈높이와 아이들 눈높이를 동시에 고려한 전시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서는 가족의 관심사에 따라 ‘가족팩’Family Backpack을 제공합니다. 진지해 보이는 미술작품에 가족이 모두 즐겁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머니 안에는 아이들이 미술품을 흥미롭게 관찰 할 수 있는 작은 도구들이 들어있습니다. 조금 어두운 전시실을 위한 손전등, 작은 그림의 한 부분을 찾기 위한 확대경 등 가족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준비되어 있죠. 아이도 즐거웠고 동시에 부부에게도 만족스러운 좋은 공간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가족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구성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족, 아이의 연령과 성별이 다른 가족, 장애가 있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가족 등 여러 형태가 있죠. 앞에서 제가 경험한 만족스러운 가족 공간의 핵심에는 이런 다양한 구성원을 동시에 고려하는 배려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상은 어떨까요?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공간들을 유기적인 가족의 형태로 재구성해 보는 거죠. 수많은 명승지에 작은 놀이터 하나라도 있으면 어떨까요? 주변의 산과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 옆에 아이들의 놀이기구도 같이 있으면 어떤가요? 놀이터의 그네가 똑같은 모양이 아닌, 아기용, 어린이용, 휠체어용, 전체 가족이 탈 수 있는 그네들이 나란히 걸려 있으면 어떨까요?
  수영장의 경우도 우리는 의례적으로 남녀로 나누어져 있지만, 수영복을 입고 샤워를 하는 다양한 크기의 가족탈의실로 운영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수영장은 가고 싶지만 아이와 성별이 달라서, 또는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서 답답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수영장에 가고 싶은 아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요.

  굳이 어린이 도서관, 어른 도서관을 구분할 수밖에 없다면, 어린이 코너 옆에 부모에게 권하는 책이나 베스트셀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잘 보이는 소파 옆에, 어린 아이를 눕힐 수 있는 공간 가까운 곳에 나란히 놓여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연령에 따른 안내 외에, ‘가족극’이라는 공연 표시가 많아지면 좋겠지요? 종종 저는 ‘가족이 함께 관람해도 되나요?’, ‘부모님들이 함께 가도 지루해 하시지 않을까요?' 라고 묻곤 하는데 이런 번거로움이 없어지겠죠. 그리고 그 곳에 모유수유를 환영한다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공간에 대한 배려는 다양한 삶의 모습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합니다.

 

  ‘홀가분연구소’에서는 독자분들의 가족문화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이번 달 가족공간을 찾는 여정을 경험한 가족이 있다면, 아래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주세요. 매달 한 가족을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홀가분연구소 이미혜/박주연
ohmyfamily@holga.co.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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