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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공간을 찾으면 홀가분해져요

컬럼/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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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연구소 가족문화칼럼 6]

가족의 공간을 찾으면 홀가분해져요

 

  “당신은 거실에서 뭐 하고 싶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거실은 당연히 텔레비전을 보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뽀로로를 찾고, 유치원에 다녀오자마자 텔레비전 리모콘을 손에 쥐는 딸아이가 걱정되어 과감하게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소파와 작은 장식장이 전부이기에 집은 휑하게 느껴질 만큼 텅 비어보였고, 가끔 집에 놀러오는 친척들과 친구들은 다시 텔레비전이라도 가져다 놓으라는 말을 잊지 않았지요.

 

  우리 가족은 거실에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줘야 했습니다. 이제껏 공간의 정해진 용도에 맞춰 가구를 구입하고 진열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공간에게 용도를 물어봐야 했지요.

 

  “우리 가족이 거실에서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뭐야?”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아이의 방이 너무 작아서 함께 할 수 없었던 것들, 거실에 가구들이 많아 자유롭게 공간을 쓸 수 없었던 것들, 그리고 거실에서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던 가족의 생각과 바램들이 공간에 모여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텅 비었던 거실은 하루하루 모습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바닥에 종이테이프로 사방치기를 그려 놀이를 하였고, 하루는 손님맞이용 커다란 상을 꺼내어 쿠키 만들기 요리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방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도미노 쌓기 놀이도 2팀이 경쟁 구도를 이루어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벽에 빔프로젝트와 스크린을 설치하여 ‘무비데이’ 이벤트를 즐기기도 합니다.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저절로 공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거지요.

  유명한 건축자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는「 패턴 랭귀지」 라는 책을 통해 ‘성공적인 집들이 꼭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유형의 공간’을 소개했습니다.

 

   1. 개인적인 공간 : 각자가 혼자 사용하는 공간
   2. 공유하는 공간 : 부모 혹은 자녀들 같은 소집단이 사용하는 공간
   3. 공공의 공간 :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

 

  저희는 ‘공공의 공간’(이후 ‘가족공간’이라 함)으로 거실을 선택하여 바꿔보았지만, 어떤 가족은 가족이 함께 누워 이야기를 이어가며 잠드는 시간을 위해 침실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또 베란다에 작은 서재공간을 만들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는 가족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공간은 얼마나 커야 할까요?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를 나누려면 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어지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족공간은 ‘한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한 뼘의 연출을 멋지게 더한 가족이 잡지에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더리빙팩토리 정재경 대표의 집에 마련된  ‘가족박물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투리 공간 선반에는 정재경 대표가 소싯적에 사용하던 곰돌이 모양 빙수기, 아들이 두 살 때 가지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 신혼 집들이에 선물받은 시계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족의 추억어린 소장품을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꺼내어 진열한 덕분에 그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진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가족공간은 어디인가요? 특히 집안의 어디에서 가족의 따뜻한 위로와 편안함이 전해지나요? 만약 우리 집에는 아직 가족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만들어보면 좋을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며 어떤 분위기들이 만들어지면 좋을까요? 가족의 추억과 이야기가, 그리고 가족의 시간이 머무는 공간으로 이름을 붙여준다면 그 공간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이자 문화로 가족에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홀가분연구소’에서는 독자들의 가족문화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이번 달 가족공간을 찾는 여정을 경험한 가족이 있다면, 아래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주세요. 매달 한 가족을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홀가분연구소 이미혜/박주연
 ohmyfamily@holga.co.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9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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