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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택소노미 & 재생에너지 100%(RE100)

2022년 3월호(14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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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3]

 

그린택소노미 & 재생에너지 100%(RE100)

한울 원자력 발전소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메타버스와 AI,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의 원천은 바로 전기인데요, 이런 전기가 기반이 되는 21세기에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전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환경문제에 유달리 민감한 유럽에서 먼저 안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2일(현지 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투자를 친환경 활동으로 분류하는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 즉 ‘EU택소노미’를 확정, 발의했습니다. 이는 녹색산업을 말하는 그린(Green)과 분류학을 뜻하는 택소노미(Taxonomy)의 합성어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녹색 산업의 분류체계로써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지요.
EU택소노미는 EU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활동 기준이 됩니다. EU는 향후 4개월간 회원국과 의회 논의를 거쳐 승인을 받은 후, 2023년 1월부터 EU택소노미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EU 27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 EU 의회 과반수가 반대하면 부결됩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뿐 아니라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 주요국이 확정안을 지지하는 만큼 부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EU 현지 분위기입니다.
확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투자가 친환경 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투자 대상이 될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은 2040년까지 승인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규 원전을 짓는 EU 회원국은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상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EU가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북해 지역 풍속이 약화돼 풍력 발전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데다,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러시아의 LNG(액화천연가스) 공급 제한 여파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원전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EU는 에너지 전환기에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전에 대한 민간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세계적인 원전강세
이런 상황에 EU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2035년까지 4400억 달러(약 518조원)를 투입해 최고 150기 원자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입니다. 150기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가 지난 35년간 세운 원전 수보다 많은 수량입니다. 미국도 원전을 청정에너지 전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향후 7년간 32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인데요,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입니다. 건설비용이 기존 원전보다 저렴한 데다 소형이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전력 부족으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원전 건설로 방향을 선회하였습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는 최근 10억 유로(약 1조4000억 원)를 들여 SMR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20년 넘게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영국 역시 2050년까지 약 45조원을 투자해 SMR 16기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최대 1000기 소형 원전이 건설되고 시장 규모만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RE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재생 가능 에너지 100%’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영국 런던에 있는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RE100에는 이미 343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 구글뿐 아니라 BMW, 샤넬, 스타벅스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총매출은 7조 달러 이상이고 청정전력에 대한 총수요는 320TWh(테라와트시) 이상이어서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전력 소비자에 해당합니다. RE100 참여기업은 자사의 공급망에도 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협력사를 바꾸는 기업이 늘면서 새로운 무역 규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지만, 가입 조건은 꽤 까다롭습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 수준이어야 하고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전력 사용량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RE100에 동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중화학공업의 제조업 중심 국가로 재생에너지만으로 기업들이 전기를 조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직접계약을 해야 인정을 받는데 한국전력공사를 통해서만 전기를 구매하는 구조여서 제도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부터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길이 열렸지만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환경문제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것이고 게다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서 정책적 방향성은 지식의 자랑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실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원전 빠진 K-택소노미
논란은 한국에서 원전이 빠진 환경부의 정책입니다. EU가 조건부로 원전을 추가한 이유는 원전을 빼고는 탄소중립은 말도 안 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전기 없이는 단 1분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전기를 만드는데 있어 재생에너지만으로 지속가능이 불가능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제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020~2050년 사이에 원전은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대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재생에너지 100% 사용도 좋지만, 실제 실현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에 따른 저렴한 비용도 마련해야 하며, 실제 탄소도 줄여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잘 풀어내는 것이 정부와 기업들이 해내야 할 과제입니다. 역대 정부들에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여러 가지 감축공약과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온도는 80년 전보다 1.6℃ 올랐습니다. 2℃만 올라도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기후상황이 된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미래를 새롭게 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책을 기대해봅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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