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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좀 하시나요?

2022년 3월호(14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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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좀 하시나요?

 

고래가 물속에서 사는 것보다 인간은 ○○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문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국민 일일 시간활동 양상에 따른 개인 노출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21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고래들이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우리는 인공구조물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중국발 미세 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체류 시간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기술의 가속화로 인간이 만든 또 다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로 우리 자신을 내몰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효과는 용량 의존적
공간이란 것은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을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소통하는 물리적인 장소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자연과의 감각적인 접촉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자연결핍’으로 고통하고 있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다중감각적인 이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여기는 정신생리학적인 스트레스가 자연에 노출되었을 때 회복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생리학적 지표인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는 인공물 환경보다 자연에 있을 때 더 빨리 평소 수준으로 회복됩니다. 자연에 아주 조금만 노출되어도 기분과 건강, 성과 등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랜드스케이프 리서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집 정원에서 한 시간을 보냈을 때, 실내에서 한 시간 동안 쉬었을 때보다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는 자연이 주는 대표적인‘자연효과’인데, 이 효과는 자연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물수록 ‘용량 의존적(dose-dependent)’으로 커집니다. 
아주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햇볕을 쬐면 몸에서 생성되는 비타민D의 수치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결핍인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위중증과 사망에 이르는 위험이 14배나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비타민D가 부족하면 T세포 면역반응이 떨어지고 염증반응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등 중증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 합니다. 비타민D 수치가 충분히 높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것이지요. 이렇듯 자연에 노출될수록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느낀다는‘자연효과’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습니다. 

자연효과의 핵심은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
자연에 노출되었을 때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정신생리학적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되는 것이 자연효과의 핵심입니다. 주의력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은 자연효과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이론인데, 자연은 은근히 매혹적이기 때문에 상향적, 자극 주도적(stimulus-driven)방식으로 우리의 관심을 끕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주의 집중 능력인 하향적, 지향적(directed) 주의력 자원을 보충할 수 있게 되어 회복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의 지향적 주의력을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환경입니다. 반면, 우리가 평소에 마주하는 수많은 인공물 환경은 우리의 주의력 자원을 지속적으로 고갈시키기 때문에 쉽게 피로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시대 가장 큰 사치는 자연?!
현대인들은 바쁨이 미덕인양‘이 시대의 가장 큰 사치는 자연’이란 말을 합니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공간속에 스스로 갇혀서 ‘왜(why)’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고민보다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갑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을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실내공간에 최대한 모방한다손치더라도 자연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존재들 간의 교감을 대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 삶의 조건이 어떠하든 스트레스를 낮추고 건강을 증진시킬 가장 좋은 기회는 뒷마당이든, 지역공원이든, 숲이든, 자연과 접하는 모든 장소에서 가능한 한 많은 감각을 활용해 자연을 즐기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우리가 자연을 자주, 습관적으로 찾지 않는 이유는 그저 자연과 접촉하면 얼마나 좋을지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 할 사치는 명품백을 사기 위해 백화점이 개장하자마자 경쟁적으로 좀비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푹 빠져서 모든 감각으로 느끼고, 경험하며 인생의 ‘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정신생물학적 스트레스에서 자유하게 할 돈 주고는 못 살 사치입니다. 이제 이런 사치 좀 하며 삽시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자연과 어울리게 하라. 
풀 한포기, 나뭇가지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귀히 여기라.
자연은 착한 안내자다. 현명하고 공정하고 선량하다.                                                                             
                                                                     - 몽테뉴

 

금천구 갈렙추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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