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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술사 푸드카빙 명장 ‘곽명숙’

2022년 6월호(15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7. 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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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식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술사
푸드카빙 명장 ‘곽명숙’

 

 

워커홀릭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하다
이전에 자동차 관련기업체에서 기획, 품질관리, 교육 등의 업무를 맡아 일을 했어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TF팀으로 지사를 찾아가 교육을 하다 보니 출장이 잦았죠.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닐 때 한 번도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온 적이 없었죠. 아마도 저 자신에 대해 부족함을 늘 느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 회사에서는 성과지표를 만들어 자기의 1년 목표를 설정해 부서원들과 공유하고, 그것을 토대로 팀 목표를 세워 달성여부를 체크하잖아요. 저는 이러한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1주일에 책 한권으로 1년에 53권 읽기, 영어회화 1레벨에서 2레벨로 올리기, 컴퓨터 운용 능력을 위해 프로그램 공부하기, 회사에서 시켜주는 교육만으로 부족해서 연·월차를 사용해 능률협회 자기개발 프로그램 교육이수 등… 좀 피곤하게 살았죠.(좀이 아닌데요, 웃음) 솔직히 직장 다니면서 누구한테 “여자 팀장이라서 저래”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나 스스로 어떤 일이든 여자라서 예외로 대우 받는 게 용납이 안 되었죠. 그래서 미리 상황을 예측해서 먼저 행동할 때가 많았고, 밤 11시 퇴근에 새벽에도 콜이 오면 바로 회사로 달려갔죠. 하지만 이렇게 앞만 보고 살아오며 깨달은 점은, 제가 곧 뒤 따라 갈 선배와 상사들의 인생 청사진이 그다지 아름답지가 않더라는 거였습니다. 회의 때마다 CEO에게 엄청나게 깨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난 여기서 벗어나 뭔가 내 것을 하며 살아야지’하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48세, 흙손, 푸드카빙을 시작하다! 
저는 예술과 전혀 무관한 가정 속에서 태어나 손재주는 1도 없는, 요즘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흙손이었죠. 덕분에 미술 쪽에는 젬병이라 그림을 너무 못 그렸어요. 그런 제가 카빙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거의 기적과 같다 할 수 있죠. 우연히 어느 날 딸이 사과카빙을 식탁위에 올려놓았는데, 그게 눈에 번쩍 띄었어요. 당장 인터넷으로 카빙을 검색하며,‘아! 이거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에 저는 직장을 그만두면 무엇을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던 때였거든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 외식문화가 발달할 것이고, 이런 가운데 카빙은 음식과 같이 나와 데코레이션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확 온 거죠. 게다가 집중적으로 배워 다른 사람을 가르쳐도 좋을 것 같았고요. 

 


흙손, 금손 되기 위해 남들보다 20~30배 연습에 연습!
이렇게 해서 카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못해 연습을 엄청 많이 했어요. 남보다 20~30배 정도! 그러니 피곤한 인생이죠.(웃음) 예를 들면 남들은 2~3번만 해도 작품이 나오는데 똑같은 과정을 배워도 늘 제가 꼴찌인겁니다. 매번 이런 상황들을 순간순간 넘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이리 손재주도 없는데 내가 이것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연습만이 살 길이란 정신으로 버틴 것이죠. 회사 다닐 때 카탈로그의 Part 넘버까지 다 암송했던 노력을 기억하며, ‘30번은 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그만 두자’고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연습에 장사 없다고 30번이 되기 전에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연습할 때마다 스스로 마법을 겁니다. ‘첫 번째 시도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더 나은 작품이나오리라’이렇게 금광을 캐면 금이 있다는 생각과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습했습니다.

수박 34통과의 씨름
맨 처음 수박카빙을 배우고 연습용으로 수박 34통을 준비했어요. 구리 농수산물시장에서 주문했는데, 가게인 줄 알고 영수증에 ‘군포 데코’라고 써왔더군요.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현관 앞에 쌓아놓았는데, 남편이 깜짝 놀라며 “과일가게 할 거냐?”고 했죠.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34통으로 꼬박 연습을 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이 있는 그 전날은 수박 10통으로 카빙을 하며 밤을 새웠죠. 이렇게 해서 자격증을 딴 후 가르친 첫 제자가 제 딸이에요. 처음 배울 때부터 저보다 잘했는데, 가르치는 저보다 훨씬 잘 하더라고요.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로 스승보다 잘하는 재주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 달라 할 정도였죠. 

갑작스런 남편의 쓰러짐, 동시에 카빙학원을 열다
그러던 중에 회사에서 세 개의 사업을 동시에 맡아 일하던 남편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갑자기 쓰러졌어요. 친정엄마가 살림을 거의 도맡아 도와 주셨지만, 남편을 케어하기는 어려워 제가 직장을 그만두었죠. 그러면서 남편도 돌보고, 별도로 독립해 할 일을 구상하던 중, 카빙을 가르치는 학원을 차렸습니다. 워커홀릭으로서 개인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한 번 꽂히면 뒤도 안돌아보고 배우는 나의 열심을 알고 있던 남편은 저에게 무조건 쉬라고 했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논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던 저에게 남편이 이런 말로 지지해 주더군요. “당신이 회사일 하듯 학원을 운영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든 성공할 수 있다”고요. 참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학원이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똥손’ 푸드카빙 명장이 되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한 분야에 10년 정도 집중하며 그에 따른 전문적 기술과 지식들을 섭렵했을 때 받습니다. 하지만 푸드카빙은 이제 막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정착해가는 분야였기에 저는 운 좋게도 빨리 명장이 될 수 있었어요. 운동신경이 둔하고, 무엇을 해도 느리고, 일명 똥손(웃음)인 제가 명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꾸준히 연습에 연습을 한 결과였죠. 하지만 너무 연습을 하다 보니 손이 성할 날이 없었고, 명장과 함께 손의 통증을 얻어야 했습니다. 

 

푸드카빙의 매력과 유익
푸드카빙의 매력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기쁘게 만든다는 것이죠. 푸드카빙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아! 참 예쁘다, 참 잘 했다.”라고 칭찬하며 기뻐하죠. 그러면 저 자신도 뿌듯해지고 행복해집니다. 또한 몰입해 카빙을 하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는데,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감과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치매예방에도 좋고, 뜨개질처럼 손의 소 근육을 발달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분야로서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 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카빙 할 때 선호하는 재료, ‘수박과 당근’
 모든 야채가 재료가 되지만, 흰색으로 무르거나 아주 딱딱한 것은 카빙을 해도 표시가 나지 않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저는 수박을 좋아하는데, 초보자부터 전문가들까지 수박 하나로도 예쁜 작품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죠. 수박은 여러 색을 가지고 있는데 제일 안에 붉은 색, 중간 껍질인 아이보리, 밖은 초록과 검정색이 있죠. 이러한 색들을 잘 활용하면 때로는 단아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수박이 좋은 것은 재료의 크기가 커서 하고 싶은 말을 새겨 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당근은 구입도 편하고 강도도 적당해 동물카빙이나 꽃을 만들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저는 푸드카빙을‘식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술사’하고 표현하죠. 특히 당근은 입체감을 주는데 적절한 카빙 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푸드카빙은 음식을 만드는 식재료를 주재료로 하기에 많은 수분 함유로 빨리 상해버리는 특성상 아쉬워도 버릴 수밖에 없어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티로폼 카빙, 아로마 테라피 효과를 내는 비누카빙도 하고 있어요. 특히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불이 나지 않는 이상 한 번 해놓으면 반영구적이죠.

사물들 속에 숨어 있는 선을 찾아라!
드라마, 영화, 그림, 꽃, 정물화 등을 보거나 여러 이미지를 검색하다보면 머릿속에 카빙의 선이 생겨요. 미켈란젤로가 “나는 대리석 속에 갇힌 천사를 보았고 그가 차가운 돌 속에서 풀려날 때까지 돌을 깎았다.”라고 했듯이 저도 다양한 콘텐츠들 속에서 상을 떠올리는 것이죠. 예전에 007 시리즈 영화를 봤는데 문어가 춤추는 모습이 나왔어요. 정말 S라인이 예쁘더군요. 이런 곡선미를 기억해 두었다가 작품에 반영하죠. 카빙을 한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사물을 볼 때 제 눈에는 카빙 선만 보입니다.  

카빙, 태국과 중국이 대세, 한국은 점차 확산 중
태국은 왕실에서 카빙대회를 개최 할 정도로 푸드카빙이 활성화 되어 있어요. 다양한 열대과일이 있어 재료도 풍성하죠. 그래서 음식의 셋팅에는 거의 푸드카빙이 함께 나갑니다. 특히 결혼식 행사할 때 푸드카빙을 엄청 크게 만들어 놓아요. 우리는 백조 한두 마리를 카빙 하는데, 태국은 테이블이 셋팅 될 때 음식과 함께 카빙도 같이 나가니 자그마치 50마리 정도의 말, 용, 독수리 등의 작품이 사용되죠. 이러니 카빙하는 사람도 많고, 카빙도구인 칼도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카빙 전문학교가 있어요. 그래서 카빙은 태국이 중국보다 훨씬 유명하죠. 태국은 특히 수박카빙이 발달했다면 중국은 말, 용 등 동물카빙이 발달했어요. 지금은 두 양국이 카빙을 함께 연구하고 나누는 관계에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카빙을 호텔 조리사들이 했어요. 조리사들 사이에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혀 이어지다 보니, 푸드카빙학회도 없었고, 들어온 시점도 잘 몰라 대략 20년 전 즈음 시작하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죠. 하지만 이제는 대학에서도 푸드카빙을 가르치고 저처럼 전문가들이 생겨나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태국, 중국 세 나라 카빙작품을 보면 태국과 중국의 것보다 손재주 좋은 한국카빙이 훨씬 더 섬세하고, 디테일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카빙학교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꿈
 먼저 카빙학교를 세우는 게 저의 꿈입니다. 카빙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만큼 이런 점을 살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넣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푸드카빙학원을 운영하면서 교육청의 프로그램인 직업체험처의 역할도 하고 있죠. 멀리서도 배우러 오는 분들과 학교들도 있는데, 군포시의 재정 자립도가 34%밖에 안 되다보니 지원이 부족해요. 푸드카빙을 통해 군포시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래서 군포에 카빙학교를 세워 외부사람들이 와서 카빙도 배우고, 식사도 하며 모이는 거점센터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군포시의 행정관리 등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게 자리를 잘 잡는다면 군포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시의 보조를 받을 때 수동적으로 수혜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해 뭔가를 돌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같이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죠. 

곽명숙 명장


초중고 학생들에게 카빙을 가르칠 때 스킬뿐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태도, 재료를 다루는 기본적인 자세들도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푸드카빙요리학원’은 예의바른 학원이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쩔쩔 매는 요즘, 어찌 보면 카빙보다 인성을 가르치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과를 마친 저녁시간 인터뷰인데도 곽명숙 명장의 눈빛은 살아있었죠. 모쪼록 군포에 카빙전문학교를 세워 손재주 좋은 한국 사람들이 카빙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낼 뿐 아니라, 이 역할의 중심에 곽명숙 명장의 열정이 한층 빛을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며칠 후, 명장님으로부터‘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글씨가 담긴 수박카빙 작품 사진이 왔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이래서 카빙을 하는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죠. 카빙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신 곽명숙 명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곽명숙 명장

경희대학교 대학원 
6차산업 융복합경영전공(석사)
현) 한국푸드카빙요리학원 원장 
현) 데일리후르츠 대표

2021 대한민국 글로벌 크라운 대상 수상 
2018 KCDA 푸드카빙 경연대회 대상 서울시장상 수상
2018 푸드카빙명장 수여 
2017 대한민국 향토식문화대전 (국제탑쉐프그랑프리) 경기도 도지사상 수상

방송
2020 KBS 2TV 생생정보 잡큐멘터리 베테랑 푸드카빙 전문가 출현  
2016 KBS 생생정보통 과일플레이팅 전문가 출현 

교육
2022 평택시 평생학습원 한식조리 & 푸드카빙 강사 
2021 한국호텔실용전문학교 국제중식학과 푸드카빙 겸임교수
2020 논산시 농업기술센터 푸드카빙 강사
2019 고려직업전문학교 호텔조리과 푸드카빙 겸임교수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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