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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표현훈련’ 같이 해보실래요?

2022년 6월호(15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7. 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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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표현훈련’ 같이 해보실래요?

 

지난 5월 초, 연휴기간을 이용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의 찐 협력자들과 2박3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주련골에서 ‘2022년 봄 표현훈련’을 하고 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머리 희끗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감상하며 가르치고, 시도 쓰고, 운동까지 함께 하는, 다양하게 했던 ‘표현훈련’의 내용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솔직해지자’를 넘어 ‘감동을 주자’로!
최근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리얼’(BeReal)이라는 사진 공유 SNS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기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신의 일상이나 외모를 꾸밀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인데, 필터, 포샵, 상황 연출 등 그야말로 ‘주작 없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솔직함’이 희귀 아이템이 된, ‘보여주기 위주’의 관계망에 대한 피로감을 넘어, 모두에게 내재한 ‘솔직한 자기표현’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것일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돌직구’, ‘사이다 발언’, ‘팩트 폭력’ 등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솔직한 표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창조적 표현’일 겁니다. 이전 시대의 수많은 천재적인 예술가와 문학가들의 작품 속에서 뿐 아니라,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동작을 음율로 표현한 신박한 시도를 통해 창조성이 얼마나 사람을 유쾌하게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감동은 ‘표현과 행동의 일치’로!
하지만 ‘표현’이란 인간의 삶을 형성하는 세 번째 단계에 놓여있습니다. 가장 깊은 ‘마음’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거쳐서 드디어 ‘표현’되는데, 이것도 마지막이 아니라 네 번째인 ‘행동’에 도달하기 위한 ‘예행연습’ 혹은 ‘시뮬레이션’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감동적 표현이라도 행동과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한적인 가치를 가집니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 러시아는 예술과 문학에 있어 ‘은세기’(silver age)라 불릴 만큼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러시아 전체와 세계를 고통에 몰아넣은 공산주의 혁명의 거센 기운을 막지 못했습니다. 19~20세기에 유행했던 슬로건인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지상주의’는 이런 한계를 지니는 거지요. 다른 한편으로 표현, 즉 예술이 행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명과 문화를 살리는 행동을 창조적으로 자극한다면, 이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진실된 ‘마음’에서 발원한 풍성한 ‘생각’을 창조적으로 ‘표현’한다면 일상적 ‘행동’(삶)에 진정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바흐는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삶)으로’(Hertz und Mund und Tat und Leben, BWV 147)라는 칸타타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흐는 제목이 말하는 대로, 자신이 믿는 절대자 앞에서 ‘마음’에서 시작하여 ‘입’(표현)에서 천명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간 ‘삶 전체를 절대자 앞에서 진실된 찬양으로 드리려는 이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그 결과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수식어에서 뿐 아니라 경건한 삶에 있어서도 찬사를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독일의 철학자 니체조차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으며 스스로가 선교사의 천직을 받은 것처럼 느꼈다고 할 정도였다 합니다.

자신의 직업의 영역 속에서 최고를 만들기 위한 훈련
그런데 우리 보통사람들은 전문적 예술가, 문학가도 아니기에 탁월한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이번 표현훈련의 목표로 삼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초·중·고등학교 때 점수 따기 위해 억지로 했던 음악,미술,문학수업처럼 끄적거리거나 무관심하게 참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첫째, 우리는 2박3일의 시간이 지나면, 각자 몰두하고 있는 직업현장에서 냉정한 현실감의 기초로 단단히 서야 공중에 붕뜬 짓을 하지 않게 됩니다.
둘째, 바흐같이 천년에 한번 나올 천재들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놀라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소개받으며 느긋하게 감상하고 서로 대화해 보는 겁니다.
셋째, 잠시 삶의 긴장을 내려놓은 가운데서 해본 참신한 다양한 표현활동(천재음악감상, 천재그림모사하기, 좋은시 암송과 따라해 보기, 사진 찍기, 야구하기 등) 중에 얻었던 전에는 도무지 겪어보지 못한 놀라운 영감이나 신선한 자극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겁니다.
넷째, 이 놀라운 무형자산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현실에 돌아가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람들을 진정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제품,서비스)를 창출해 보는 겁니다. 하루 이틀, 혹은 한번 두 번으로 결과를 내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환상적 계절인 봄,가을에 표현훈련을 꾸준히 해 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럼, 다양한 표현훈련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볼까요?
1) 사진 찍고 제목붙이기
제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은 ‘사진찍기’입니다. 요즘 나온 구도와 초점을 잘 잡을 수 있는 기능들이 탁월한 훌륭한 스마트폰은 조금만 신경 쓰면 마음에 드는 그럴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첫째, 기계의 기술과 효과적 보정보다 나만의 ‘독특한 구도와 시각’이라는 좀 더 예술적 목표로 대상을 담아내 보는 겁니다. 둘째,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진에 ‘독창적 제목 붙이기’를 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대상을 같이 찍어도 붙는 제목에 따라서 매우 다른 관점이 발생하는 것을 즉각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언어(문학)훈련과도 연관됩니다. 

2) 음악 감상과 해설
천재적 작곡가의 창조성을 내가 즉각 음악적으로 구현해 내기는 어렵지만, 대신 그가 만든 음악을 그의 삶에 대해 연구한 강의를 듣고 함께 깊이 감상하며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음악 감상이 누군가가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마는 수동적이 되는 타성을 벗어나기 위해서, 음악전문인이 아닌 일상인인 우리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가와 곡을 미리 선정하고 공부해서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즉 다양한 시대, 다양한 음악가,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고 대화하는 청각을 사용한 감성훈련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는 겁니다. 이번에는 총 6명의 음악가와 음악을 골랐지만, 시간의 한계로 다음과 같이 음악가 3명만 다루어 보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 슈베르트와 쇼팽의 ‘즉흥 환상곡’의 비교, 골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랄프본 윌리암스의 ‘튜바협주곡’

3) 그림 그리기
천재의 작품 모사하기, 풍경화,인물화,상상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천재의 작품은 오기 전에 미리 칼라로 프린트해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또 그림 그리는 데는 준비물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에 식사당번을 할 시간 등을 빼고 틈틈이 그려갔습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혹은 야구시합을 하면서도 좋은 대상이 눈에 뜨이면 즉각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그것을 다시 꺼내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그림이나 유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작은 화면에 수채화,크레용,크레파스로 그려 일단 쉽게 시작해 완성하려고 해 보았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이 기간에 끝내도록 하되, 미완성인 부분은 귀가해서도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요.

4) 시를 감상하고 지어보기
그림 그리기 못지않게 능동적 표현훈련은 시를 짓는 것입니다. 물론 시를 짓는 것은 처음엔 매우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탁월한 시인들의 쉬운 작품부터 반복해 읊조리고 외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나도 운율 있는 시를 지어볼까 하는 자극을 얻는 거지요. 일단 모방으로 시작해도 좋은 출발이 되며, 더 나아가 그 기법들을 응용해 서서히 지평을 넓혀갈 수 있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서정시, 음악을 들으면서 문학으로 옮긴 시, 비평시, 철학시, 윤리시, 종교시 등의 다양한 장르를 한 번씩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작품을 단번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스치는 탁월한 내용과 표현을 적어두었다가 서서히 풀어내면서 만드는 겁니다. 백번을 고쳐가며 만들었다는 전문시인들을 따라 계속 수정하고 다양한 버전들을 만들면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표현훈련 
표현훈련 중에 함께 팀을 나눠 강릉 경포대의 잔디밭에서 야구시합을 했는데, 지나가는 어떤 분이 물끄러미 한참을 보시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주셨습니다. “대가족이 오셨나 봐요.” 다양한 지방에서 다양한 가족 출신들이 서로 나누는 다양한 시각,의견들을 통해 풍성한 표현훈련을 할 수 있었지요.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에는 어린이들에게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교육’을 할 수 있었고, 아침에 4km 달리기와 천천히 계곡을 걸으면서 마주치는 꽃의 향기를 맡고 그 꽃 이름과 어원을 설명해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황금 같은 봄날을 이렇게 보내었지만, 표현훈련의 목적인 창조성이 얼마나 우리 속에 배양되었는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겠지요?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편집부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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