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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훈련’ 생소하시죠?

2022년 6월호(15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8. 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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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훈련을 다녀와서]

‘표현훈련’ 생소하시죠?

 

요즘 ‘해방’,‘자유’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들려옵니다.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내용은 어떠하든지 두고라도 저에게는 ‘해방’이라는 단어부터 눈길을 끕니다. 이번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자유라는 단어가 핵심 키워드로 사용되었다고 하죠. 얼마나 자유에 대해 갈증이 심했는지 35번이나 자유가 언급되었다고 세어 보고 알려준 사람이 있었네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해방’과 ‘자유’에 대해 더 목마름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비단 코로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무엇인가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듯한 답답함에 눌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주어진 인생을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냥 사는 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5월, 진정한 해방과 자유는 외부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누리는 과정 하나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맛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가족이 떠나는 ‘2022년 봄 표현훈련’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중에는 중국에서 온 생기발랄한 30대 처자 이향균,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뭐든지 적극적인 네팔에서 온 김혜영씨, 쑥스럽다가도 분위기를 맞춰주면 활달하게 금새 따라하고 허무유머를 구사하는 귀여운 그의 아들 성민, 그리고 뼛속까지 촌놈이자, 때론 조선시대 양반 같은 예의를 갖추어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평창 소년 김지수와 함께 초대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원주 주련골에서 2박 3일 동안의 시, 음악, 미술, 사진, 심지어 야구로도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표현훈련’이라는 말이 생소한가요? 네, 저도 표현훈련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자연 속에서 오감을 열어둔 채 살았습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설레었고, 새들의 노래에 장단 맞추면서 살았는데 도시에서 생활하면서부터 계절이 언제 바뀌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모든 감각들이 둔감해지다보니 사는 재미도 없어졌습니다. 성품도 비뚤어지고 행동까지도 거칠어지게 되었지요. 자유를 누리는 주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욕망들에 휘둘리며 살다보니 몸과 정신에도 문제가 생겨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성품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변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깊이 생각하고, 표현을 통해 비로소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저절로 되지 않으니 훈련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현훈련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정해서 훈련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순간순간이 모두 표현훈련의 장이었답니다. 평소에 표현훈련을 늘 해 오던 생활을 우리는 엿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날 목적지는 강릉 경포대 바닷가였어요. 바다를 잘 볼 수 없이 살아온 네팔, 중국에서 온 초대 손님들을 위한 배려였지요. 이른 새벽 출발을 했더니 가는 도중 힘차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을 수 있었답니다. 비록 차 안에서 해맞이를 했지만 한 순간이라도 더 멋진 모습을 가슴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고개를 이리저리 빼면서 감탄사를 토해 냈습니다. 마치 처음 아침 해를 보는듯한 표정들이었습니다. 표현훈련은 그렇게 저절로 시작되었어요. ‘아! 태양은 저리도 힘차게 솟아오르고, 그 붉기가 타는 듯 강렬하구나! 매일 쉼 없이 떠올라 우리에게 따뜻한 온기와 에너지를 주어 왔구나!’ 멋진 태양을 본 감동을 짧은 감탄사 연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어요. 2박 3일의 프로그램 중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표현훈련 속에 다 녹여 내는 실력들에 감탄했습니다. 바닷가에서의 짭짤하고, 비릿한 바닷물을 온 몸에 적시고, 모터보트를 타면서 스릴 넘치는 체험을 했고,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이어달리기도 했어요.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경포호수를 돌면서 자전거도 타고, 숙소 주변을 산책과 달리기도 하면서 주위에 널려있는 예쁜 꽃들도 보았어요. 그리고 야구도 두 차례나 할 수 있었는데 모든 추억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니 표현훈련의 다양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삶이 너무 바빠서 음악을, 그림을, 문학을 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음악, 그림, 문학이라는 단어를 쓰니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로 여기고 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표현훈련이라고 하니, 힘겨운 훈련을 하는듯해서 겁을 낼 수도 있는데,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려야할 풍성함이었습니다. 이번 표현훈련을 통해 잠자던 감각들을 다시 깨우게 되었어요. 꽃이 더 예뻐 보이고, 좋은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졌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방의 나라에 와서 아무도 자기편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심하게 해 주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표현훈련을 통해 자신을 똑바로 세워가고, 이웃을 향해 손 내밀고 다독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막혔던 가슴이 탁 트였습니다. 다름 아닌, 자유! 해방!을 잠시라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2022년 봄 표현훈련’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yykim65@daum.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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