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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I)

2022년 6월호(15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8. 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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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I)

 

<매트릭스> <아바타> <레디플레이어원>이란 영화가 나올 때만해도 “가상세계를 스토리 있게 잘 만들었네”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바꾼 기술혁명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상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대면은 삶의 기본 서비스가 되었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는 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지요. 요즘 이런 디지털 세상을 대표하는 말이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한번쯤은 그게 뭐길래 싶어, 아바타도 만들어보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상공간 속에서 시골촌놈처럼 두리번거리며 배회도 해 보셨을 것입니다. 아직 경험이 없으시다고요? 이 글을 마저 읽고 꼭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SNS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회사가 바로 페이스북이지요. 작년에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미래의 우리는 인터넷처럼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야심찬 전략을 발표했었습니다. 이런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경쟁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3차원 가상공간에서 수천만 명이 동시에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패션쇼, 자동차 쇼를 비롯한 기업의 각종 행사도 유행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인원을 가상공간에 동시에 수용할 수 있어 물리적인 장소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지요. 이런 시대적인 흐름과 함께 가상공간에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NFT(디지털자산에 대한 증명기술) 기술이 등장하면서 메타버스 활동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예술작품에서부터 가상 부동산, 각종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패션 및 소품에 이르기까지 디지털로 창조된 것은 가상세계에서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가상세계에 지금이라도 뛰어들어 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메타버스가 가져올 소설 같은 미래는 얘기하면서 정작 빠뜨리고 있는 것들이 있어 이 글에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메타버스 세상이 되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최근에 러시아에서는 풀을 마음껏 뜯지 못해 우울증에 걸린 소에게 VR헤드셋을 씌워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터키에서도 소에게 VR헤드셋을 씌워 풀이 만연한 초원의 모습을 소에게 보여주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우유 생산량을 개선한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오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생명을 가진 존재와 교감하고 소통합니다. 이런 오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각하는 감각이지요. 하지만 인간은 지각할 수 있는 의식의 세계와 지각하지 못하는 훨씬 큰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종교적 감각인 영성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상과도 관계할 수 있는 놀라운 존재가 또한 인간입니다. 이런 놀라운 인간이라 할지라도, 다른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우리의 감각과 뇌의 반응이 달라지게 됩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에 대한 호감도와,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에 대한 호감도를 비교해보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스크는 환자가 쓰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오히려 건강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훨씬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같은 감각으로 들어온 정보라 하더라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뇌의 가소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또한, 지난달 OpenAI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인 Dall-e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 텍스트가 의미하는 그림을 마치 실제 사진처럼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이런 기술을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창조된 이미지와 정보들을 뇌가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된다면 오감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왜곡되게 받아들여서 얼마든지 우리 뇌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직은 메타버스 기술들이 발전단계에 있어서 현실과 쉽게 구분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수년 내로 우리의 오감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메타버스 세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중감각 기술을 아주 절묘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WALL-E>에서는 미래의 쓰레기가 가득한 지구를 떠나서 거대한 비행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아주 코믹하지만 적나라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거대한 안락의자에 앉아서 눈앞의 스크린만 보면서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는 인간은 손과 발을 사용하지 않아서 퇴화된 듯 짧아져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지요. 이런 영화적 상상력을 당시에는 재미로 느껴졌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온 지금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메타버스 세상을 현실처럼 살아가는 미래의 인간에게 오감과 영적인 감각은 점점 퇴화되거나 왜곡되어서 아날로그 세상과 교감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디지털세상이 고향인 듯 살아가는 세상에서 로봇처럼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이 소설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만의 생각일까요? 

사진출처- Unsplash JEAN CARLO EMER

금정동 갈렙추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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