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6명 사나이들의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야기

2022년 8월호(15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0. 8. 12:24

본문

6명 사나이들의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야기

 

2022년 7월 9일, 두 대의 차량이 새벽을 가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출발지, 군포와 평창에서 양평의 중미산을 향해서 말이지요. 드디어 6명 사나이들의 1박 2일 자전거 여행 막이 열린 것이지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성민이와 지수, 그리고 IT, 농업, 인테리어, 전기자전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4명의 선생님의 조합입니다. 아빠도 친척도 아니지만, 가족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쳐 앞으로 펼쳐질 우주시대를 이끌 지도자를 키우는 동일한 꿈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함께 캠핑을 하고 천문대에서 별을 보고, 물놀이를 하는 신나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동안 봄부터 꾸준히 해왔던 자전거 훈련의 결과를 모두가 함께 확인해야 할 시간이기도 했지요.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는 봄부터 자전거를 탔지요.
성민이가 속한 군포에서의 훈련은 산본역에서 출발, 초막골 공원을 통과해 대야미역과 덕고개, 활터, 도립공원입구, 반월호수를 거쳐 다시 산본역으로 돌아오는 21km구간에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년전부터 애용하고 있는 이 코스는 멋진 풍경과 함께 가파른 언덕이 곳곳에 있어 체력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지요. 매주 목요일 새벽 5시 30분에 함께 모여 9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학교와 직장으로 출발합니다. 초등학생인 성민이는 아마도 군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자전거를 타는 유일한 아이일 텐데, 훈련이 끝나고 바로 학교에 가기 위해, 갈아입을 옷과 책가방을 미리 준비해 옵니다. 덕분에 성민이는 자전거 훈련뿐 아니라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좋은 습관을 훈련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밥상머리 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지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토요일은 좀 더 긴 코스를 훈련했습니다. 안양천과 한강을 따라 잘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이 훈련에 안성맞춤입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 처음에는 철산교까지, 그 다음엔 한강의 합수부까지, 마지막엔 선유도 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오며 훈련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팔당부터 시작해 북한강철교 앞에서 춘천방향으로 물의정원까지, 대성리에서 시작해 춘천까지 가는 코스를 섞어 변화를 주었습니다. 대성리부터 춘천까지의 훈련은 전날 내린 폭우로 중간에 길이 막혀 즉시 장소를 춘천으로 바꿔 의암호를 한 바퀴 도는 환상적인 라이딩을 하기도 했지요. 라이딩을 끝내고 맛있는 춘천닭갈비를 먹고, 막내 성민이를 위해 계곡을 찾아 신나는 물놀이 시간도 가졌답니다. 이 장거리 훈련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지구력뿐 아니라, 함께 이동할 때의 대열과 스피드 유지부터 시작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끌어가는 다양한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지요.
지수가 속한 평창에서의 훈련은 지대가 높고 험준한 도로로 되어 있어 코스 자체부터 남다릅니다. ‘멧돼지 사촌’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수는 어려서부터 자전거에 익숙할 뿐 아니라, 힘이 엄청 세지요. 그곳에서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지수 못지않게 힘이 좋은 선생님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자전거를 훈련을 해왔습니다.

 훌륭한 라이벌, 좋은 친구로 다음엔 더 잘 탈래요.
첫날 라이딩은 양평 보건소부터 팔당댐 쪽으로 능내역까지 왕복하는 50km의 비교적 짧은 라이딩이었습니다. 지수와 성민이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선생님들이 위치해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꾸준한 훈련을 해 온 성민이가 초반부터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성민이의 심정은 ‘당황과 부끄러움’이었다고 합니다. 기를 쓰고 따라가는데 지수는 지친 표정도 없이 저 만치 앞서가고, 자신은 점점 뒤처지고… 그 동안 많은 연습을 했는데도 자신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지요. 자전거도 자기 것이 지수보다 훨씬 좋은데 말이죠. 저희는 힘들어 하는 성민이가 이상하다 싶어 성민이가 메고 있는 가방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뿔싸! 가방이 문제였습니다. 차에 두라고 했는데도 굳이 메고 온 가방은 묵직했고, 그 안엔 엄마가 챙겨준 간식과 옷가지 등이 가득했습니다. “이러니까 힘들지~” 왜 말을 안 들어 고생 하냐는 선생님들의 핀잔을 듣고 있는 성민에게 (약간의 권유와 함께) 지수가 나섰습니다. 자신이 성민이 대신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이었죠. 선생님들의 ‘우와~’하는 감탄과 함께, 평창의 험준한 도로를 누비던 지수는 역시나 힘든 기색도 없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지수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잘 달리던 지수가 도로 턱에 걸려 넘어져 무릎과 발꿈치 쪽이 제법 많이 까졌습니다. 걱정하는 선생님들에게 지수는 “이전에도 많이 다쳐봤어요. 괜찮아요.”하며 의젓하게 말하더니, 따끔한 약을 바를 때는 “아파요”하며 찔끔 눈물을 보였습니다. 성민인 자신의 가방을 메고 가다 넘어진 지수에게 8월 엄마의 고향인 네팔에 갔다 올 때 감사의 선물을 사다 주기로 약속했지요. 
둘째 날, 라이딩은 첫날과 반대로 남한강 자전거길 코스로 잡았습니다. 총 60km를 목표로 했지만, 엄청난 무더위에 50km만 타고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 동안 꾸준한 연습으로 훈련한 성민이는(물론 가방 없이) 끝까지 잘 달렸지만, 상처 때문에 몸이 힘들고 무엇보다 장거리 훈련이 부족했던 지수는 많이 힘들어 했지요. 끝도 없이 펼쳐진 남한강 자전거 길은 첩첩이 산으로 둘린 지수가 자전거를 타던 평창과는 달랐던 거지요. 지수는 “성민이도 처음에는 못했는데 1주일에 2~3번 정도 꾸준히 연습을 하다보니까 저렇게 잘 타게 되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도 꾸준히 훈련하리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용돈을 모아 좋은 자전거도 사기로 했고요. 


아버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같이 간 선생님들은 두 아이에게 안전한 라이딩과 멋진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1박 2일을 긴장 가운데 보내야 했지요. 캠프의 낭만을 선물하기 위해 일반 팬션이 아닌 글램핑장과 별들을 관측할 수 있도록 천문대를 예약했어요. 무엇보다도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저희들을 음식점과 라이딩 도중에 만난 분들은 아빠와 친구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중이라 생각하고 좋은 아빠와 함께 멋진 경험을 한다고 아이들을 격려하곤 했죠. 신나는 물놀이와 바비큐 파티까지 마친 첫째 날 밤, 별을 보러 천문대에 가야 하는데, 이미 저희의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었습니다.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는데, 어떤 선생님은 우주보다 더 깊은 꿈나라에 빠져있기도 했고, 별들을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이 설치된 옥상 바닥에 눕다시피 앉아 계신 분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을 돌아보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라이딩 속에 아이들에게 더 섬세하고 예민한 관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힘들게 찾아간 냉면집 앞에서 지수가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았고, 강한 여름 햇빛에 대비해 아이들의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썬글라스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많은 숙제들도 주어졌습니다. 단순히 자전거를 더 잘 타야겠다는 다짐을 넘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들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더 나아가 좋은 습관과 삶의 자세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창의 선생님과 연락을 해서 지수와 성민이에게 이번 여행 중에 선생님들이 부족했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또한 자신들이 고치고 훈련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번엔 더 치밀하게 준비한 가운데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서로에게 도전과 힘이 되는 자전거 여행을 할 것을 꿈꿔봅니다.

어메이징 스페이스 대표 고종훈
dyl815@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4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