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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세모’팀 어리버리 줌마들의 좌충우돌 ‘라이딩’

2022년 8월호(15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0. 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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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자세모’팀 어리버리 줌마들의 좌충우돌 ‘라이딩’

 

6월부터 아줌마 4명이 뭉쳤습니다. 60대 중반으로 꾸준한 훈련에 이젠 깔딱 고개도 거침없이 오르는 ‘현선효즙’ 대표 왕 언니, 타고난 운동신경에 평창에서 부추 농사를 짓고 있는 50대 후반 ‘만평 팜’ 언니, 만평 팜 언니와 동갑으로 초보 라이더임에도 악바리 체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혜화동 한옥게스트의 주인장 ‘혜화동 마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3년 전, 동해안 300km 라이딩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조심스레 재활은 하고 있었으나, 라이딩은 10에 1도 생각하지 않았던 50대 중반의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편집장인 저! 입니다.

1박2일 138km 라이딩을 마치고 개선장군처럼 한컷


라이딩 사전 훈련
6월초부터 본격적인 라이딩 훈련에 들어가 1주일에 2번 정도는 다 같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목표는 7월 9~10일, 1박2일로 대성리에서 춘천까지의 라이딩 완주! 하지만 제일 싱싱해야 할 막내인 제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언덕도 겨우 넘고, 항상 뒤에 쳐질 뿐 아니라, 속도도 10km 언저리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더구나 기어조절과 자전거에서 타고 내리는 것도 능숙하지 못하니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하지만 모두가 같이하는 라이딩에 혼자만 주저앉아 있을 수 없으니, 근육 운동을 따로 시작했죠.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매일 스쿼트 100~200개, 아파트 계단 B1~19층을 두 번씩 오르고, 여기에 자전거 핸들을 잡고 최소 1~2시간씩 가려면 팔에 힘이 있어야 하니 아령으로 팔운동까지… 점차 거리를 늘려 16km, 20km, 40km, 최장으로 산본에서 선유도까지 64km를 훈련했습니다. 자전거튜브가 빵구 나면 스스로 교체할 수 있도록 교육도 받아가면서요. 하지만 훈련 할 때는 남자동료들도 있어 길을 몰라도 간격을 두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미션을 달성할 7월에는 오롯이 아줌마들만으로 가야 했습니다. 

 

‘삼자세모’팀 탄생, 그러나 그 실체는?
먼저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팀의 정체성을 담은 팀명을 정했습니다. 이름하야, ‘삼자세모!’ 뜻인 즉, ‘자기비판을 할 줄 알고, 자유하고, 자기일이 있는 세상의 어머니의 모임’입니다. 하지만 팀명을 살짝 들춰 보면 ‘뒤못마임’입니다.‘뒤도 못 돌아보는 아줌마들의 자전거 모임인 것이죠. 강원도 평창에서 부추 농사에 여념이 없어 사전 훈련에 거의 참석을 못한‘만평 팜’언니가 뒤를 돌아보는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여기에 자전거 거치대 위의 스마트폰은 거의 무용지물로, 지도로 길을 찾는 것조차 힘든 그야말로 대책 없는 팀이 구성된 것이죠. 그럼에도 어떤 배짱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삼자세모팀 출정식! 출발부터 허둥지둥
사전에 대성리까지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4시30분에는 출발해야 함을 미리 이야기했음에도… 출발 전, 전철 탈 때 쓸 신용카드를 찾아 못해 짐을 다 풀어 놓은 혜화동 마님, 평창에서 전날 일을 마치고 늦게 올라와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야 자전거를 점검하는 부추언니… ‘아이고 머리야!’ 그래도 어찌어찌 카드도 찾고, 부추언니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쏜살같이 넣어준 남자팀 동료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바로 산본역을 향해 자전거를 끌고 막내인 제가 먼저 앞장을 섰죠. 산본→이촌→상봉→대성리 도착


여기가 아닌가--;;;
아침 8시 30분, 대성리역에 내렸지만, 맨 처음 타야 할 자전거도로는 어디에 있는 건지. 어리버리 헤매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보았습니다. 친절하게 편의점 직원이 밖으로 나와 설명을 해주더군요. 설명을 듣고 안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확실하지가 않아,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여기 자전거도로 찾기가 좀 힘들다며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지요. 드디어 반가운 파란색 줄이 그어진 자전거 도로를 찾아 삼자세모 라이딩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전 훈련은 부족했지만, 운동도 잘하고, 뒤도 돌아보고, 자동차 운전으로 네비도 볼 수 있는 부추언니를 앞세우고 말이죠. 그런데 얼마가지도 않아 믿었던 부추언니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막내인 제가 바로 뒤에서 “언니! 더 속도를 내요!”하며 가다 본의 아니게 그만 앞장을 서게 되었죠. 하지만 갑자기 눈앞에 턱하고 큰 녹색 앵글로 된 망이 저를 막아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길이 막혔어”라며 소리치고 돌아서려는데 힘들게 뒤를 따라오며 타던 부추언니가 넘어져 자전거 밑에 깔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더군요. ‘에휴~’하고,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가평하수도 처리장’ 건물이 보였습니다. 혹시 경비아저씨라도 있으면 물어보려고 수위실에 가보니 조용… 반강제로 첫 휴식을 갖게 되었죠. 나무그늘 아래 아줌마 4명이 앉아 쪼르르 한숨 돌리며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침묵은 앞으로의 라이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죠.

라이딩하며 넘어지고 퍼져버린 부추언니


꼴찌가 선두에 서다
넘어지고, 퍼져 버린 부추언니를 더 이상 선두에 세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호위무사를 앞뒤에 세우고 달렸던, 한 번도 무리를 이끌어보지 않았던 제가 선두에 서게 되었습니다. 바짝 긴장하며 사전 훈련할 때 오고간 자전거 길을 기억하고, 파란색 자전거 표시를 따라 달리며, 속도도 일정하게 내려고 했죠. 길을 잘 인도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이렇게 클 줄이야!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다 간혹 길이 두 갈래 세 갈래로 되거나, 자전거도로가 잘 보이지 않게 되면 헷갈리고 당황했습니다. 그냥 뒤에서 따라가는 라이딩이 아닌, 앞에서 진두지휘하고, 여러 벌어지는 상황에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해결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죠. 


10시간에 걸쳐 겨우 도착한 숙소는… 귀곡산장?!  
자전거 도로를 따라 겨우 도착한 춘천, 하지만 도심에 위치한 숙소까지 2시간을 더 헤매야 했지요. 그래도 숙소에 가서 씻고 저녁 먹을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있었죠. 드디어 숙소에 도착해 가는데 뭔가 좀 불길한… 주택가인데 영… 아니나 다를까 전혀 관리가 안 된 집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문 입구에 쌓여있는 쓰레기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선 순간, 누가 먹었는지도 모르는 맥주병 여러 개가 저희를 먼저 반겨주더군요. 70년대식 인테리어에 이불은 꼬질꼬질, 에어컨도 고장나고 헉!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는 180도 달랐죠. 이리 힘들게 왔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래저래 하나하나 따지며 이야기를 했죠. 아무리 피곤해도 여기서 잘 수가 없으니, 환불을 해 달라 했습니다. 다행히 환불을 받았지만, 토욜 저녁 7시, 천근만근 피곤한 몸에 다시 숙소를 어찌 찾아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도심 속에서 더 이상 이동은 어렵고 이 안에서 찾아보자. 더 멀리 갈수는 없다…(ㅜㅜ)

강촌에서 시원한 음료로 충전,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르고 웃는 모습

 

호텔보다 더 좋은 숙소를 만나다
급히 숙소예약 사이트를 검색해 근처의 베네치아 레지던시 호텔에 방을 예약했습니다. 호텔이라고 하니 우리 왕 언니는 이상한 곳이 아닐까 하며 내켜하지 않았죠. 우려 속에 도착한 호텔에 들어서니, 중형정도의 규모에 건물은 깨끗하고 로비는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저희 자전거를 보관할 곳도 잘 안내해 주었죠. 금액도 귀곡산장을 예약한 가격과 거의 비슷했으니 거저인 것 같았어요. 객실에 들어가니 세탁기까지 겸비되어 땀에 흠뻑 젖은 옷도 빨고, 약 100km를 달린 하루 동안의 땀을 씻어내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늦은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꿀맛이던지요. 


세상에 편의점이 이리 고마울 수가!!
둘째 날 강촌역을 출발해 다시 돌아가는 길은 첫날보다 수월했습니다. 어지간한 언덕들은 그전부터 기어를 낮추고 속력을 내어 달리면 훅하고 바로 올라가는 묘미도 있고, 무엇보다 자전거 길이 익숙해서 헷갈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가 뜬 가운데 라이딩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더군요.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1시간 넘게 달려 중간에 편의점을 들어갔는데, 그 시원함이란… 거기엔 라이딩 하는 학생들, 어른들이 다들 모여 쉬고 있었어요. 차가운 포카리스웨트 1리터 한 병을 나누어 단숨에 들이키고, 자전거 물병에도 장착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도로 중간 중간에 있는 편의점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평소에 그닥 잘 가지도 않는 편의점인데, 길도 물을 수 있고, 더위도 피할 수 있고, 시원한 음료도 보충하고, 잠시 쉬며 이야기도 하고… 새삼 편의점이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도시에 있는 편의점과 너무 달라보였습니다. 


자전거 손잡이를 못 놓으니… 
자전거 손잡이를 거의 놓지 못하고 타는 4명은 달릴 때 벌레가 가까이와도 쫓지를 못합니다. 저는 하루살이를 입으로 훅훅 불며 쫓아 낸 반면, 왕 언니는 하루살이가 눈에 들어가 눈물을 억지로 흘려 녹여서 떠나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이 노래를 부르며 작사한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합니다.


우리를 도운 천사들
목표지점을 갔다 오기까지 길을 묻고 묻고 또 물어봤는데 그 때마다 친절히 가르쳐 준 많은 분들. 도착 첫날 저녁, 춘천이 지방이라 그런지 9시도 되지 않아,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아 식사도 못 할 것 같았는데, 거의 문을 닫으려는 식당에 한발 걸쳐놓고 간절하게 “아줌마! 저녁식사 되요?”하니, 고등어 김치조림을 맛있게 해주신 친절한 아줌마! 계산하고 나올 때 줌마들만 라이딩하는 것을 알고 너무 부러워하며, 좋은 여행하라고 격려도 해주셨죠. (참고로 식당을 찾을 때 남자 두 분도 우리와 같이 식당을 찾다가 끝내 포기하고 가려는데, 우리의 순발력으로 식사할 기회를 얻었으니 우리는 이분들에게 천사가 되었어요) 돌아오는 이촌역에서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계단 끝에 자전거를 끌고 갈수 있는 홈을 파놓긴 했는데… 올라가는 것은 그나마 힘을 쓰며 할 수 있는데, 내려 올 때는 자칫 자전거를 놓치면 옆에 있는 사람까지 다치게 할 것 같아, 계단으로 자전거를 끌고 내려와야 했죠.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여자 분이 나의 자전거를 같이 끌어 내려주고, 심지어 전철 타는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저를 보고, 다시 와서 도와주는 겁니다. 너무 고마웠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감사는 자전거 바퀴였습니다. 단 한 명도 바퀴에 빵구가 나지 않고 귀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삼자세모 뒤풀이
도착해 피곤에 쩔어 금방 헤어질 것 같았지만, 식사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각자 느낀 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추언니는 첫째 날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게 되어 기쁘다 했고, 일만 할 게 아니라 운동도 꼭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이리 체력이 떨어질 줄 몰랐다고 하면서요. 혜화동 마님은 자전거를 타면서도 하얀 개망초도 보고, 평생 마실 수 있는 포카리스웨트를 다 마신 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완주를 하고 나니 점차 다른 운동들도 하고 싶고, 이게 나의 삶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왕 언니는 귀곡산장의 숙소를 보고 돌아가야 되나 싶었는데, 그 뒤로 좋은 곳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좋았고, 무사히 마친 게 감사하다고 했죠. 마지막으로 저는 훈련할 때는 내 몸만 건사하며 타기만 하면 되었는데,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자전거를 타니 두 배는 힘이 들었고, 앞에 선두에 서보니 그냥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선두에서 팀을 이끌고 가는 사람의 수고를 알 것 같았고, 이제 나 스스로 청소년들과 다른 사람들을 리드하며 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줌마들이 이리 고생하며 해냈다는 것도 있지만, 이 경험이 자신의 일터에서 어떻게 피어나게 할지는 각자의 몫인 것 같다는 말을 끝으로 138km 1박2일의 삼자세모 라이딩의 뒤풀이를 마쳤답니다.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편집장 김미경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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