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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군포‘춤추는 콘서트’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1.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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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군포
‘춤추는 콘서트’

 

‘음악으로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요?’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무슨 뜻이죠?” 만나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저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렇게 되묻습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왜냐하면 이 질문의 답이‘엘 시스테마’이기 때문이죠.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국립음악교육재단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약과 총기에 노출된 채로 범죄에 길들여진 달동네 빈민가의 청소년들이‘엘 시스테마’의 악기교육을 통해 음악에서 희망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손에는 총이나 마약 대신 악기가 들려져 있었고 하루 종일 악기 연주시간을 기다렸답니다. 악기연주는 즐거운 놀이와 같았죠. 오케스트라의 인원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들의 변화는 개인에서 가정, 사회로 점차 확대 되어갔습니다. 엘 시스테마는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죠.


군포시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 되다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을 깨우고 변화시켜가고자 하는 엘 시스테마의 꿈을 갖게 된 것은 12년 전의 일이었어요. 그 시기에 유치원생과 초등저학년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게 되었고 5~6년 지속되다 중단되었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대화와 여러 활동으로 아이들의 태도와 생각이 변화되는 것을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죠.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청소년들을 향한 이 마음은 늘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청소년들과의 모임을 시작해 보려고 도서관에서, 공원에서,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만났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시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러던 중, 군포시 마을사업으로 예술분야에 지원해 보라는 지인의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선정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제가 가진 포부, 열정을 진심으로 진지하게 들은 마을기업 심사위원들도 격려를 해 주었고 저는 당당하게 선정되었습니다. 

 

홍보는 어려워 ~~~
사업이든, 교육이든 역시 홍보가 중요하더군요. 군포 인근 지역 아동센타와 초등, 중등학교의 사회복지 담당 교사를 만나 엘 시스테마의 목적을 설명하면 좋은 일을 하신다고 하며 감동을 받으시기는 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정책과 개인의 책임을 생각해서인지 적극적인 반응은 없었죠. 문화소외계층이라 생각되는 다문화 센타도 방문해봤지만 역시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음악교육이 꼭 필요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지인 홍보 등 5월 내내 아이들을 모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춤추는 콘서트
엘 시스테마 군포의 사업명은 ‘춤추는 콘서트’입니다. 말 그대로 학업에 지쳐있고 매사에 소심하며 자신의 인생을 남의 일처럼 여기고 맥없이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춤을 추듯이 열정적인 삶을 살도록 하자는 것이죠. 아이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학원, 과외 등으로 문화소외계층은 옛말이 되어버렸고, 오히려 그들이 바빠서 문화를 소외시키는 현실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예전처럼 음악을 하는 게 돈이 많이 들어 특수한 계층의 자녀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말이죠. 바로 엘 시스테마 군포의 춤추는 콘서트를 통해서 말입니다. 

 

엘 시스테마 군포의 차별성 
첫째 저는 취미정도의 악기연주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전문 선생님들이 있어야 하는데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지도해오신 두 분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셨죠. 음악으로 정서적, 인격적인 성장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일치되었습니다. 이 분들은 음악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체력의 중요성, 사회를 향한 기여 차원의 공동체성 등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연주 외에도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멤버들이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하니 함께 놀아줘야 하는 등 눈높이를 확 낮춰야 할 일들이 많았어요. 감성을 깨우기 위해서 꼭 교향악단 연주회를 관람하는데 아이들에겐 조금 지루할 수 있기에 온갖 재미로 유혹하기도 하죠. 현재는 좀 고역스러울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이 시간의 지루함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관람 할 때마다 제가 갖는 한 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엘 시스테마 군포의 기적을 보여줄 거목이 나오기를…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인 LA 필하모닉의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지휘자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부모님이 함께 도와야
문화 소외계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엘 시스테마 군포는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적극 도움을 주는 경우에는 저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지요. 아이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그럴 때에 부모님께서 잘 견디도록 설득하면 그 고비를 넘기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저희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도중에 포기하면 너무 아쉬워요. 올 여름은 폭염 속에 더위와 씨름도 했지만 도중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춤추는 콘서트’ 사업의 하나로 아이들과 음악회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끝말잇기를 하면서 차안에서 시끌벅적하게 놉니다. 악기연습을 놀이하듯 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조금씩 자라가는 것이 지금 저희 아이들의 수준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독을 해야 해서 연습을 쉬어야 한다고 할 때 아이들이 의외로 너무나 아쉬워했죠. 어떤 악기를 선택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악기 설명을 하고, 자신이 연주 할 악기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신기하게도 악기가 아이들의 개성에 잘 맞곤 했습니다. 플루트를 하는 언니를 따라 왔던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은 바이올린을 제법 잘 하기도 했죠. 아무 전제가 없는 상태라 그런지 가르치는대로 소리도 내고, 리듬도 맞추는데 신기하게도 잘 따라 하더군요. 
그런데 실력은 언제 갖추게 될까? 언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까? 먼 길을 가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 그 힘을 믿고 우리는 함께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기에같이 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기다립니다.

 

엘 시스테마 군포 대표 조현선
010-4052-0822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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