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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에서 잠자기’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 독립시키기 아빠의 진정한 고민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1. 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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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에서 잠자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이 독립시키기 아빠의 진정한 고민

엄마 아빠가 누운 침대 아래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 딸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자기 방을 두고도 굳이 안방으로 와서 함께 있어야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단다. 어쩔 수 없이 재워주었지만 이제는 조금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부쩍 길쭉하게 자랐다. 자기 친구 중에도 성장이 빠른 아이는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었다. 생리통을 처음 경험하며 아파하는 친구가 당당하게 결석하는 것을 은근히 부러워하는 투다. 


딸이 자라나서, 아이들이 갖는 어둠의 공포와 막연한 무서움을 이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빠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기 방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서 딸도 당연히 일찍 떨어져 잠들 것이라 여겼다. 홀로 잘 수 있도록 딸의 방에서 책을 읽어주고 기도로 마무리하고 십여 분을 곁에 누웠다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안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내와 번갈아 역할을 수행했지만 아침에 깨어보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아이는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잠들어 있었다. 어떤 때는 공간이 없다 싶은지 침대 아래에 자리를 펴고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이다. 측은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져서 잠자리를 분리하는 것에 매번 실패했다. 야멸차게 밀어붙여서 용감한 독립을 강조할 수만도 없었던 것은 아들의 영향이 컸다.

 

큰 애는 일찌감치 자기 방에서 자는 훈련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고 했다. 자다가 깨어났을 때와 잠들기 위해 자리에 누웠을 때, 검은 그림자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서 무서움에 휩싸이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두려움에 안방 문을 열고 아빠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때가 많았다고 했다. 청소년이 된 아들의 말을 아내를 통해 전해 들었을 때 마음이 짠했다. 때때로 새벽에 비몽사몽으로 거실을 오가던 아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딸에게는 그에 맞는 때를 기다려줘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발밑에서 자는 딸이 가끔씩 몸부림을 치면서 침대를 찰 때면 그 소리에 놀라서 깨곤 했다. 화들짝 깨어나면 그 ‘쿵’하는 소음과 진동이 아랫집을 흔들어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가 일었다. 아이도 머리나 다리를 다치지는 않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이번엔 아내와 내가 독하게 마음을 정한 것이다. 딸에게도 정중하게 자신의 방에 애정을 갖고 생활할 것을 당부했다. 일주일 간 정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을 약속하고 가족 모두 10시 이후의 모든 전자미디어를 종료하기로 했다. 씻고 자리에 누웠다. 아이가 잘 따라줄 것인가를 염려하면서 책 읽어주기를 다시 시작했다. 메인 조명을 끄고 침대에 누운 딸 옆에서 조그마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서 잠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딸도 눈을 감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3장 째를 넘기는 중인데 아직 잠들지 않고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불쑥‘지혜’가 사람 이름이냐고 물었다.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그 질문의 저의를 떠올렸다. 주변 친구들의 이름이 온통‘지예’,‘지혜’이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에 그 사전적인 의미를 아는 데로 설명해 주었다.


지혜:[智慧]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정신의 능력


딸이 끄덕끄덕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내가 딸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아빠는 어릴 때 어른들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것을 칭찬과 애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서 좋아했고 그래서 너에게도 그렇게 표현하는데 넌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


“아빠 저는 그게 뭔가 느끼하고 스멀거리는 느낌이에요.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시고 싶다면 말로 칭찬해주시거나 안아주시는 게 저는 더 좋아요.” 

 

“아! 그렇구나, 아빠는 어른들이 안아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하는 스킨십을 많이 못 받아봐서 뭐든 다 좋았는데… 너의 마음을 알겠다.”

 

“아빠! 허그를 많이 해주세요. 저도 가슴이 나오면 안아주는 걸 이제 못하시잖아요?”

 

“풋ㅎㅎ 가슴은 몸의 일부분이고 서로가 안아준다는 것은 사랑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서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야, 아빠도 엄마를 안아주고 엄마도 오빠와 포옹하잖아.”     

 

이야기가 길어지는가 싶더니 딸은 어느새 고요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연장 재우기에 성공하며 딸의 방에서 슬며시 빠져나왔다. 일주일간 성공하면 아이돌 앨범을 사준다는 약속을 성취하기 위함인지, 발밑에 눈치 보며 자는 것보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 곤히 눕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깨우쳐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만은 꼭 성공하자는 동상이몽의 욕망이 달성되기를 손꼽아 고대한다.  

 

P.S  딸을 자기 방에서 재우기 시작한 지 근 2달이 지났다. 불을 끄면 이내 딸이 잠에 빠져들 것이라 여겼고 10여 분 뒤엔 안방으로 돌아와 편하게       누울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가 꿈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가 먼저 코를 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니 수면의 질이 높을 수가 없다. 모호하고 여전히 불완전한 독립상태로 잠자기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어쨌든 딸은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아빠! 6학년이 되면 그땐 저 혼자서도 충분히 잘 수 있으니 걱정 놓으세요”


‘그래, 아빤 너의 말을 믿고 함 지켜볼게’

 

 

CMC프로덕션 제작이사/PD 이준구
ejungu@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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