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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없이 누구나 편히 머물다 가는북 카페 ‘꿈꾸는 정원’

2023년 2월호(16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9. 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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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국적없이 누구나 편히 머물다 가는 북 카페 ‘꿈꾸는 정원’

아침에 눈을 뜨면 화분에 물을 주는 것부터 일과가 시작됩니다. 카페 안팎을 청소하고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 오전이 금방 가지요. 저는 카페 운영과 텃밭에 야채를 키우고 꽃을 돌보고, 카페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일을 맡아 하고, 남편은 학자로서 연구를 주로 하며, 카페의 대외적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키우는 농작물들에게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거름을 직접 만들어 주는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어요. 또 강아지도 원래 3마리였는데 7마리가 더해져서 10마리가 뛰어놀고 있지요. 이곳 용인에 터를 잡은 이유는 산과 들도 가까이 있고 사방이 조용하고 딸과 함께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며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마음껏 하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북 카페 ‘꿈꾸는 정원’을 꿈꾸다
원래 저희는 영국에서 6년, 인도에서 8년을 살았습니다. 인도에서 남편은 신학교 교수와 사업을 하고, 저는 한국문화원 소속으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의 업무를 했는데 비자 문제와 펜데믹 등 여러 문제들이 겹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딸은 두 돌부터 4학년까지 인도에서 보내고 5학년에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어가 완전하지 않아 학업과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 내용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어 했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골의 작은 학교들을 알아보았습니다. 학급 인원이 적은 시골 학교에서는 대면학습을 한다고 하여 양평 등 여러 곳을 알아보다 용인에 있는 자연학교 근처로 이사를 왔지요. 저희에게는 한국이 고국이고 고향이어서 돌아왔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니 2년 갓 산 한국이 고국이 아니라 타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이의 학업보다 한국에 좀 더 적응하고 편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죠. 아이의 심리적 상태를 이해하고 알게 되다 보니, 주변에서 부딪치는 외국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용인 백암면 인구의 40~50%가 외국인인데 코로나 전에는 더 많았다 하더군요. 주말에 장을 보다가도 순간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라고 느낄 만큼 아시아인들이 주변에 많이 살고 있고 한국 마트보다 아시아 마트가 더 많을 정도예요. 그래서 우리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인도에서 살았던 때처럼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모두 편하게 올 수 있고 꿈을 꾸는 북 카페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죠.


아! 바로 이곳!! 
카페를 지은 이곳은 여기 동네 분들도 이 땅이 부동산에 나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묵혀 있었던 곳이었어요. 십 년 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고 풀들만 무성하게 자랐던 곳인데, 제가 땅 주위를 둘러보니 들어서면서 바로 시야가 탁 트이고, 버스정류장이 앞이라 위치도 좋아 이곳으로 결정했어요. 2022년 5월 준공하고 7월 2일에 오픈을 했습니다. 공사가 끝날 즈음부터 자재 값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되어 그 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죠. 우리는 이곳을 럭셔리한 대형 카페가 아니라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로 직접 카페를 만드는 것이 컨셉이라 집에 있는 소품으로 모두 다 꾸몄습니다. 의자, 전구, 소파, 소품들을 발품을 팔아 직접 사 오고, 물건들의 배치도 정하고 센스 있게 맞추려 온 힘을 쏟아 부었죠. 특히 여러 사람들이 모임도 할 수 있는 세미나실까지 마련했답니다.
또 제 욕심이지만 처음부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이벤트도 많이 했습니다. 첼로, 플룻, 피아노 연주회도 하고, 시낭송회, 가을 음악회, 임수진 작가 외 다섯 분의 작가를 섭외해 북 토크 등 다양하게 해보았어요. 독서 모임, 소설가 모임, 그림책 테라피, 지역 문화감상, 지역 학부모들 모임 등을 기획해서 공간도 대여하고 여러 이벤트도 진행했지요. 


외국에선 나도 다문화
북 카페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도 하려고 했습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오는 답답함, 좌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도 외국에서는 다문화이니까요. 그런데 현실을 직접 마주하니 다문화 엄마들이 직업전선에서 거의 일을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문화 엄마들은 토요일까지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한국어 교실을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고 일요일 오후반으로 클래스를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한국사람 모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제가 영국에서 6년을 살 때 영국 할머니들에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의 감사함과 따뜻함을 잊을 수가 없죠. 저도 이곳에서 영국 할머니들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선진국에서처럼 삶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라 외국인 엄마들은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추려면 눈높이를 낮춰야 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의 다문화 사회로서의 기초를 놓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북 카페를 운영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1년 정도는 저희가 다문화 인식의 터를 닦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릇을 잘 준비해서 커뮤니티도 만들어주고, 외국인, 한국사람 모두 와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 커피도 맛있고, 책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하고 싶어요. 작년에는 책 저자들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올해도 계속 이어 가보려고 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원로 312번길 20-1
북 카페 꿈꾸는 정원 정은경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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