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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의 가치랜들 먼로,《위험한 과학책》, 시공사 2015

2023년 2월호(16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9. 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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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의 가치
랜들 먼로,《위험한 과학책》, 시공사 2015

 

 

“세상에 부드러운 것이 더 많은지, 딱딱한 것이 더 많은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랜들 먼로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한 과학책》은 그 제목으로 먼저 흥미를 이끌었고,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사고방식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을 더욱 엉뚱하게 만든다.
그는 사람들의 과학적이지만 엉뚱한 질문들을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답변했다. 사람들의 질문 중에는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하늘에서 스테이크가 떨어지면?”, “<스타워즈> 요다의 파워는?” 등등… 정말 누가 들으면 “그게 대체 뭔 주제야?”하고 그냥 웃어 넘길만한 사소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랜들 먼로는 이런 질문들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변해나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위험한 과학책》속의 자유로운 세상과 다르게 살아간다. 마치 문제 푸는 기계가 된 것처럼, 정해진 문제의 정해진 답을 외워 시험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되돌릴 수 없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은 이상한 소리로 취급받는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며, 정상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간주된다. 이런 사회는 삭막하고 재미없다.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말한다.“나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랜들 먼로는 그 사소한 엉뚱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자신의 엉뚱함을 그의 웹사이트에서만큼은 마음껏 표현하고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그의 행동에 의문이 들었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건가? 나였다면 그런 질문을 들어줄 시간에 수학 문제나 풀었을 텐데 싶었다. 그러나 점차 그에게 내 마음을 위로받고 있었다. 사실 나도 나의 엉뚱함을 무의식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억눌렀다. 그저 ‘올바르게’ 살려고만 했던 나의 욕심이 나를 오히려 가두어 왔던 것이다.
  
정말 ‘엉뚱하다’는 것은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창의력, 상상력이자 즐겁고 사랑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부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보며 사과 속의 과육을 실컷 파먹는 벌레를 상상하고, 때로는 작은 파리지옥풀을 보며 지구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집어삼킬 만한 크기의 파리지옥풀을 상상하며 살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틀에서 벗어나자!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의정부 효자고 2학년 이수민
sumin101400@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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