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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와 인간의 비상사태

2023년 2월호(16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9. 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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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요지경: 최신 IT기술과 관련한 이슈들을 되짚어보는 칼럼]

ChatGPT와 인간의 비상사태

 

2023년 새해를 향한 여러분의 열정을 격려할 영시를 하나 소개합니다.

▲ ChatGPT에게 “M으로 각 행이 시작되는 5행시를 만들어줘”라고 해서 직접 얻은 영시

열정의 불로 심장은 팔딱이고,
열망으로 새빠지게 노력하고,
최선 다한 매순간에도 결코 지치지 않고,
꿈과 목표, 결코 물러나지 않고,
정상을 향해가는 길, 이것이 내 모든 소망.


마치 랩(rap)을 하듯 각 행의 말미에 운율까지 맞춘 멋진 영시입니다. 나를 위해 이런 멋진 시를 지어줄 친구가 있다면 참 근사한 일이겠지요. 인생을 살다가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때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민과 걱정들, 그리고 수많은 궁금한 내용들을 마주할 때, 즉각 도움을 얻을 친구가 없어 안타까운 시간을 보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든 말만하면 완벽하게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자비스’정도는 아니더라도,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 ‘사만다’처럼 감미로운 음성으로 나를 위로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필요로 할 때 꼭 필요한 답과 조언을 즉시 얻을 수 있다면요? 어려운 상대성 원리를 물리학의 대가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듯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한 예까지 들어가며 설명해준다면요? ‘내가 실업자가 되어 우울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하면 심리상담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와 함께 경험많은 커리어 전문가처럼 현실적으로 어떻게 직업을 찾고 준비하면 좋을지 대안을 제시해준다면요? 내가 원하는 답을 찾다가 시간만 허비하거나, 몇 시간동안 직접 구글과 네이버로 인터넷을 찾아서 얻은 답보다 훨씬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전문가다운 답변을 단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래요? 엥? 그게 가능해? 가능하다면, 더 이상 이 지루한 검색을 매번 반복할 이유는 없지!

ChatGPT가 뭐길래, 5일만에 100만명이?
실제로 이런 일이 지난 1~2개월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단 5일 만에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사용자들이 몰려들어 각종 미디어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지요. 테스트해 본 전문가들의 입을 못 다물게 하고 있는 ChatGPT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작년 11월, 세계 최고의 AI연구소 중의 하나인 OpenAI라는 곳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Chatbot. 텍스트 방식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2020년 발표한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인 GPT-3의 후속버전입니다. 당시 GPT-3만해도 인간에 준하는 수준의 이해력과 문장력을 갖추고 있어서 유발하라리의 저작인《사피엔스》10주년 판 서문을 작성하도록 하였는데, 만들어진 서문을 보고 유발하라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AI 혁명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이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현하였지요. 현재 ChatGPT는 보다 향상된 버전인 GPT-3.5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약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쓰고 있으며, 개발사인 OpenAI는 2023년 상반기에 공개할 GPT-4에서는 1000조 개에 달하는 인간의 시냅스 개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매개변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특수목적의 인공지능(AI)과는 차별화된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가까운 모델입니다. 

GPT-3가 발표될 때만해도 ‘구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ChatGPT는 달랐습니다. 테스트해 본 전문가들마다 이구동성으로 기절할 뻔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이전 모델의 기계스러움을 벗었고, 인공지능과 사람을 식별하는 테스트인 튜링테스트를 진정으로 통과하는 모델이 나왔다고들 합니다. ChatGPT가 발표되자마자 곧 구글 CEO가 사내에 ‘코드 레드(Code Red, 일명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이에 대한 긴급대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껏 검색엔진 및 관련 광고에서 80%이상의 수익을 챙겨왔던 구글의 주 수익원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에 상당한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겠지요. 

ChatGPT, 넌 뭘 할 수 있니?
ChatGPT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다양하고 많습니다. 텍스트작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면, 거의 다 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신문기사를 쓰는 것은 기본이고, 에세이를 작성한다든지, 시를 창작하기도 합니다. 또한 논문을 읽고 요약하고, 새로운 논문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서두에 소개되었던 영시도 ChatGPT에게서 직접 얻은 창작물입니다. 심리상담을 하기도 하며, 개발자에게 희소식인 프로그램 코딩도 자동으로 해줍니다.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파이썬 코드로 만들어줘, 이 코드를 자바스크립트로 바꿔줘.”라고 하면 코딩 도사가 바로 눈앞에서 마치 코딩하듯 한 줄 한 줄 코멘트(코드에 대한 설명)까지 친절하게 달아줍니다. 심지어는 내가 작성한 코드를 리뷰해 달라고 요청하면, 어느 부분의 코드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겠다며 친절한 선임개발자처럼 조언을 주기도 합니다. OpenAI의 투자사이기도한 MS는 최근에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Azure에서도 OpenAI의 GPT3뿐만 아니라 ChatGPT도 곧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것 덕분에 개발자들이 빨리 퇴근할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요. IT 비전공자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개발자들의 역할과 개발의 개념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런 ChatGPT의 막강한 기능 때문에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학생 자신이 스스로 글을 쓰며 과제를 해야 하는데, ChatGPT가 과제를 다해주니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지요. 또한 과학계에서는 ChatGPT가 작성한 거짓논문과 저작권 이슈, 그리고 문학계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점점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 야기할 다양한 문제들이 단발성이거나 미래에 해야 할 고민꺼리 정도로 치부해버렸는데, 이제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지요. 

ChatGPT의 한계
아직은 ChatGPT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되었던 몇 가지 윤리적 문제(트롤리 사례 등)들을 제시하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물어보니 일반적인 답변과 함께 전문가에게 물어보라며 약간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뿐입니다. 아직은 윤리나 주관적인 생각과 같은 가치판단에 대해서는 학습이 되어있지 않거나,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보이네요. 또한,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이다 보니 사용자의 질문 하나에 답을 할 때마다 엄청난 프로세싱 파워를 소모한다는 점도 큰 한계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구글의 검색엔진은 이미 크롤링 해둔 자료들에서 주로 답을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프로세싱 파워를 소모하지만, 대신에 사용자들이 일일이 구글에서 제공하는 후보 답들 중에서 최적의 답을 직접 고르며 사람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단점은 존재하지요. 그리고 현재버전의 ChatGPT는 2021년도까지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기 때문에 최근정보는 빠져있는 것도 한계입니다. 또한, 전문가스럽게 답변은 하지만, 실제 답변내용의 사실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거짓정보이거나 틀릴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철석같이 믿었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는 거지요.

 ChatGPT가 앞으로 가져올 파급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가치판단과 같은 윤리적인 부분과 인간다운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효율성을 위한 기술개발에만 치중하는 것은 또 다른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가 그만큼 창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사용자의 수동성과 의존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전화번호 11자리 숫자를 외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네비게이션 없이는 차를 몰고 옆 동네 마트를 순수 기억으로 찾아가는게 두려워지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런 편리한 도구가 인간의 역량을 극대화시켜주기도 하지만 대신 그만큼 상실하는 것은 무엇인지 예민하게 살피는게 필요하겠지요.

 

서울시 마포구, 행복카우 추광재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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