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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내 사진만 쓰자구요… 제발 ~~!!!

예술/Retrospective & Prospective 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 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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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8. - 사진의 진실]

3년 이내 사진만 쓰자구요… 제발 ~~!!!


  여러분은 여가 시간에 무엇을 주로 하시나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시나요? 아니면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시나요? 혹시 좋아하는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하시나요?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신다구요? 하루 종일 일터에서 지친 나를 즐겁게 해주고 행복을 준다면, 이 중에 그 어떤 것도 멋진 여가생활이 될 것입니다. 방송계나 공연계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벌이는 전쟁은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몇 년 전 HD TV가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 수많은 연예인들은 너무 세밀하게 찍혀지는 카메라 때문에 피부나 주름관리에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공연계’도 다르지 않은데요. 예전엔 오페라라고 하면 그저 몸집이 좀 비대(?)한 성악가들이 나와서 유명한 아리아 몇 곡 부르는, 근사하긴 하지만 재미는 없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했죠. 오죽하면 오페라 관련 책 제목이「뚱뚱한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오페라 캐스팅의 이런 판도를 바꾼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입니다. 그녀는 모델 같은 외모와 뛰어난 성량으로 1994년 데뷔 후 단번에 세계 성악계의 히로인으로 등극했지요. 그녀가 데뷔한 이후 잘츠부르크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는 뚱뚱한 여주인공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주인공의 외모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비춰지느냐가 관건이 되었다는 뜻이겠죠. 우리가 잘 아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도 무대에 서기 위해 평생을 다이어트와 싸웠다고 하지요.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촌충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위해 기생충까지 이용했다고 합니다. 세계 성악계에 ‘다니엘라 데시’라는 소프라노 가수가 있습니다. 그녀는 세계 top5 안에 들만큼 연기력도 좋고 노래도 잘 하는 가수지요. 그녀는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에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코 제피렐리’라는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의 반대 때문에 그 역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나의 비올레타는 그렇게 뚱뚱해서는 안 됩니다.” “아니 내가 어디가 뚱뚱하다는 거죠? 나는 75kg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요!”하지만 연출가의 뜻은 단호했습니다. 다니엘라 데시는 눈물을 머금고 여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녀는 1년 동안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서 64kg까지 감량을 하고 1년 뒤 다시 비올레타 역으로 화려하게 무대에 돌아올 수 있었지요. 이렇게 공연의 주인공이 ‘눈에 보이기에’ 매력적이어야 관객들의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다 보니, 캐스팅 과정부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실력이라면 좀 더 외모가 근사한 예술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몇 년 전 오페라 <돈 조반니>를 기획했을 때, 이 공연의 주인공인 돈 조반니역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로 중요한 결정을 앞둔 적이 있습니다. 대개 남자 성악가 특히 테너 성부의 성악가 중엔 키 크고 멋진 외모보다는 키 작고 배 나온 성악가가 대부분이라 바람둥이 역을 소화해야 하는 돈 조반니 역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한눈에 봐도 매력적으로 보여야 바람둥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로부터 미국 매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테너 한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한눈에 끌렸습니다. 딱 돈 조반니 역에 어울리게 탄탄한 체격과 큰 키에 잘 생긴 외모의 소유자였지요. 즉시 계약서를 만들고 연습스케줄과 공연일정을 알려주고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마침내 그가 한국에 도착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후배 기획자들이 공항으로 마중 나가고 저는 호텔에서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호텔 문을 열고 그가 로비에 나타났을 때... 저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속에 봤던 멋진 테너의 모습은 간데없고 적당히 희끗한 머리를 질끈 묶고 얼굴 주름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약간 배가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공연 포스터나 전단에서 보면 예쁘고 멋진 사진이었는데 정작 공연장에 가보면 그보다 더 나이든 사람이 출연해서 흠칫 놀랐던 적이 종종 있지요. 딱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는 빼어난 성량으로 바람둥이 돈 조반니 역을 멋지게 펼치고 돌아갔습니다. 

  공연을 만드는 기획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준비하는 공연이 최고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노래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난 캐스팅을 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과 정보력을 총동원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저는 공연을 기획하고 캐스팅할 때마다 그 가수의 프로필 사진이 언제 찍은 사진인지 꼭 확인하곤 합니다. 그리고 매니지먼트사에 종종 이렇게 덧붙여서 요구하지요.


  “찍은 지 3년 이내 사진으로 보내주세요!!”


  모든 상거래에는 ‘공정거래’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고가의 입장료를 내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 꼭 확인합시다.^^


예술의전당 창의문화팀장 손미정

mirha@sac.or.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9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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