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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생활 습관까지 바꾼 공익광고 디자인

예술/미술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1.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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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의 힘]


저의 생활 습관까지 바꾼 공익광고 디자인


부끄러운 말 : 알지만, 실천은 안해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테이크 아웃 할께요.”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이 말이 지금은 너무나 찔려서 못합니다. 그저 ‘쓰기 편하니까, 카페에서 주는 거니까’라는 핑계로 무심코 사용했던 종이컵.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공익광고를 통해 알게 된 진실’때문이었습니다.


  ‘공익광고’란 인간 존중에 기초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의 공적 문제를 광고 매체를 통해 알리는 광고입니다. 즉 공공성에 위배되는 사회적 습관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홍보입니다.


  2016년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사용량이 급증하면서 1인당 1주일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 평균 12.2잔, 한 해에만 120억 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10명의 사람이 종이컵을 하루 1개만 덜 사용해도 20년 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종이컵 뿐 아니라 종이컵을 쓸 때 함께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덮개, 빨대, 종이컵 홀더까지 합치면,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합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컵이 따로 있었지만, 급한 회의에 들어가거나, 손님 접대용으로 외부 미팅에 갔을 때 종이컵을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던 것들이 이제는 점점 불편해졌습니다. ‘일회용품을 안 써야 하는데... 줄여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 행동까지 바꾸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회용 컵을 쓸 때마다 찔리는 양심의 소리를 끊기 위해, 퇴근 후 돌아가야 하는 마트에 일부러 들러 내 돈 주고 텀블러를 샀을 때는 뿌듯한 해방감마저 들었습니다.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공익광고들


  이렇게 제 양심을 찔리게 하고, 습관마저 바꾸게 했던 눈에 띄는 공익광고 디자인 3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2007년, 하천 방류의 오염성을 경고,  세계자연기금(WWF)



  이 디자인에서 높은 빌딩들, 도시 한 가운데 흐르고 있는 넓은 강과 빽빽한 도심 풍경은 겉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하수구와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물에 우리의 눈을 집중하게 하여 우리가 쓰고 버리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소중한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도시적 삶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2. 2009년, 한 그루의 나무도 소중히, 영남일보 이제석의 좋은 세상 만들기 시리즈 중



  중앙을 사선으로 가로지는 도로가 중간에 둥그렇게 굽어져 있는 이유는 황폐한 땅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단 한 그루의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Save every tree as if it’s the last. 이 나무가 마지막인 것처럼, 모든 나무를 보호해 주세요’라는 광고문구가 오른쪽 상단에 작게 표시되어 있지요. 물론 이 영어문구를 모른다 할지라도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즉각 누구에게나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3. 2010년, 1회용 컵 사용 줄이기, 환경부-한국방송광고공사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컵이지만, 이 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20년 된 나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래서 1초면 뽑을 수 있는 편리한 종이컵을 쓸 때, 우리가 그냥 종이컵을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무를 뽑아버리는 행위가 됨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좋은 공익광고에 필요한 요건들


그럼, 좋은 공익광고란 어떤 광고일까요? 일곱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 공통의 관심사’를 다루어야 합니다. 일반적 상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광고하는 상업광고와 달리,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환경, 건강, 교육, 공동체 등 공공의 발전을 위한 주제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둘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공익광고는 국민 누구나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광고입니다. 심지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전체 이미지만으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셋째, 광고의 상황이나 인물에 쉽게 ‘감정이입’이 되고, 널리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과 편집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거나 특정 부류의 사람만 공감하는 광고는 공익광고로서는 실패인 겁니다.


  넷째, ‘독창성’입니다.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어떻게 참신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짧은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을 번뜩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꼭 필요합니다.


  다섯째, ‘설득력’입니다. 공익광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공의 문제를 윤리적으로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행동까지도 바꾸도록 합리적으로 설득해야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섯째, ‘간결함’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이고 단순해야 합니다. 광고에 시간적 제한이 있기에 짧은 시간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곱 째, ‘전체적 색과 문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너무 많은 색을 사용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 또 많은 글자로 인해 표현하고자 하는 글자의 크기가 작아지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 조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익광고보다 더 중요한 것!


  공익광고에서 주로 다루는 환경보호, 금연, 가정, 건강, 공동체성 같은 주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고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할 것들입니다. 단지 공익광고를 볼 때에만 ‘흡연하지 말아야겠다’, ‘일회용품을 쓰면 안되지’, ‘쓰레기를 줄여야 돼’등 자극을 받고, 부정적인 것을 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오래도록 지속되는 행동을 유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것 하나도 끝까지 실천하지 못하거나 결심은 했지만 항상 결심으로만 끝나버리는 나 자신에 대한 절망과 좌절감에 결국 포기해 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첫째, 부정적인 것을 없애는 것도 좋지만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집중’을 하면 어떨까요? 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하기, 설거지할 때 물을 틀어놓고 하던 습관을 바꿔 헹굴 때만 물을 틀기, 양치할 때 물을 계속 틀어놓지 않기 등 긍정적인 습관들을 만들어가는 것 말이죠. 작심삼일 후 실패했다 하더라도 ‘좋은 결심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실패했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라고 마음먹고 재도전 하는 것이죠.


  둘째,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어진 공익광고를 바라보았던 수동적 입장에서, 이제는 내 양심에 가장 찔렸던 주제부터 하나씩 ‘창조적이고 윤리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요? 공공의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하며 가치 있고 윤리적인 것은 긍정적인 습관을 창조해 가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을 찌르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위의 세 작품을 통해, 같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저로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건드리고 더 나아가 행동까지 바꾸게 하는 그런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새롭게 결심해 보았습니다. 정말 누군가 저의 디자인을 보고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때 크게 웃으면서 꼭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을 왜 전공하느냐고요? 바로 이 맛에 디자인 하지요!”


디센스 편집디자이너 고은정

joyfuloil@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97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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