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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찾은 나의 꿈과 행복

예술/미술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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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이야기]

40대에 찾은 나의  행복

 

  “그림 속에 항상 내가 있어요. 그 내가 행복해야 그림을 보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늘 공책 한 귀퉁이에 뭔가를 끄적거렸고, 중고등학교 때는 가장 싫어했던 수학 노트를 거의 회화적인 낙서장으로 만들어 버렸죠. 초등학교 5학년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 상을 탔는데, 소년한국일보 공모전에 당선되어 장충체육관까지 가서 상을 받았어요. 선생님께서 부모님까지 초청해 같이 갔는데, 저도 부모님도 매우 자랑스럽고 흐뭇해했죠. 이때 마음속에 ‘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제 바람대로 미대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이북에서 내려오셔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는 그림쟁이는 돈만 많이 들고 어렵게 산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셨어요. 남자가 귀한 1남 4녀 중 셋째로 자란 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억압된 분위기 속에 자랐어요. 그래서 늘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고 교육받은 저는 언제나 겉으로는 범생이처럼 행동했죠. 그러나 이번만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꼭하고 싶은 마음에 고집을 피워 마침내 아버지께 허락을 받아냈어요. 하지만 등록을 해야 하는 아침, 아버지는 등록금 전체를 천 원짜리로 된 커다란 돈뭉치로 내 앞에 던져 주시면서 한 말씀을 하셨죠.

 

  “이 돈을 없애면서 날나리 미대를 다닐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저는 아버지의 말과 앞에 놓인 큼직한 지폐뭉치를 보자 덜컹 겁이 났어요. 그리고 엄청난 부담감 속에 결국은 입학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시간이었던 같아요. 그 때 좀 더 당차게 내 인생을 결정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는 부모님께서 제게 주신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돈을 물려주는 부모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부모, 혼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저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였죠.

 

< 꽃물고기 >

  그림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가지고 생활하던 중,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40대 중반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화실에 나가 그림을 배우면서 국전에 입선했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미대까지 다니게 되었죠. 한 때는 하루에 12시간을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3년 동안 큰 수술을 2번이나 하면서 힘들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넉넉한 살림이 아님에도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지해준 남편이 정말 큰 힘이 되었고 고마웠죠.


 

< 분홍여우 >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요. 다른 어떤 일보다 몰입되죠. 열심히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웠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 내 삶을 찾은 것 같아서 좋아요. 그런 저의 행복이 제가 그린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그림 속에 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꽃이든, 집이든, 나무이든, 여백이든 나 자신을 그림 속에 두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죠. 특별히 힘들고 지친 많은 사람들이 저의 그림을 통해 조금이나마 쉼을 얻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상과 주변에 있는 자연스러운 소재와 거기서 발생하는 넉넉한 감정을 그림 안에 담으려고 합니다. 의도적이지 않은 그냥 내 삶의 일부인 그런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색도 유화의 강렬함보다는 동양화에서 쓰는 분채 같은 자연에서 가져온 평안한 색을 좋아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워야 행복한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수록 점점 작품이 어린아이의 것처럼 되어 간다고 나 자신도 느끼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해요. 좀 더 자유롭게 꿈을 꾸며 살고 싶었던 바람이 그림 속에 배어나오는 것이겠죠. 저는 또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산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이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에너지가 되곤 합니다. 산에 오르면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예술적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언제나 와서 보고 누릴 수 있는 그런 마을 말이죠. 제가 그 마을을 만드는데 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고요.

 

군포 대야미 김유경 화가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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