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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

교육/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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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0]

도서관 가는 길


  ‘독서’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은 ‘책 읽는 것’,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 ‘문학 활동’, ‘마음의 양식 쌓기’, ‘공부하는 것’, ‘대학 가기 위한 준비’ 등 다양한 의견을 말합니다. 이것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는 다른 관점 특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13살 서연이가 아빠와 도서관에 가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서연이는 ‘무슨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을 고를까?’, ‘저번에 읽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찾을까?’, ‘아빠가 추천해준 책을 읽을까?’ 아침부터 고민에 빠집니다.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인데, 아침 7시도 안되어 일어난 서연이는 들떠 있는 듯합니다. 가뜩이나 아빠와 자주 하지 못했는데 이제 아빠와 함께 도서관을 갈 수 있고, 특히 아빠는 같이 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니 더욱 좋은 거지요.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면서 서연이는 벌써부터 아빠를 조릅니다. 드디어 집을 나와 아빠 차에 타고 도서관으로 출발합니다. 기분이 좋은 서연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그룹 노래를 아빠에게 틀어달라고 합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서관으로 달리는 동안 서연이는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사실 서연이는 선택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특히 책을 고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욕심이 많은 아이라 무엇을 먼저 골라 읽을지 고민이 되나 봅니다. 도서관에 도착한 서연이가 곳곳을 꼼꼼히 돌아다니면서 책들의 제목을 눈으로 스윽 스캔합니다. 종종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펼쳐 보기도 하고, 갓난아이 때부터 유난히 책 냄새를 좋아했던 서연이는 책 냄새도 맡아보곤 합니다. 그런데 책장과 그 책들을 스캔하는 시간만 벌써 1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때는 이보다 훨씬 오래 걸렸지요. 3~4시간 동안 책장들을 훑어보기만 했으니까요.


  드디어 서연이 양손 위에는 5권의 책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기 편한 자리를 찾습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는지 아빠에게 빨리 오라고 독촉합니다. 아빠도 그 사이에 한 권의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서연이가 아빠에게 자랑을 합니다. “이 두 권은 도서관에서 읽고 갈 거고, 이 세 권은 집으로 빌려 갈 거야.” 표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사실 서연이는 책을 정말 빨리 읽습니다. 200페이지 정도의 책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읽어버릴 정도니까요.「영혼의 등불, 간디」라는 35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1시간30분 안에 읽어버릴 정도로 책 읽는 기술은 아주 뛰어납니다. 조금 있으면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지만, 아빠는 큰 걱정하지 않습니다. 책의 두께로 보아하니 충분히 12시 전에 모두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서연이와 아빠는 12시 이전에 3권의 도서 대여까지 마치고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3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도서관 책들을 모두 스캔한 후에 2권의 책을 읽고 3권을 빌려 나오는 능력있는 아빠와 딸은 이제는 둘만의 데이트 코스로 맛집을 찾아 나서지요. 물론 아빠는 책을 반도 읽지 못하고 단지 읽던 책의 제목과 페이지를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서연이는 여느 13살 어린이와 같이 자장면, 우동, 돈가스 등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나 아빠는 모처럼 만의 데이트를 패스트푸드로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서연이와 아빠는 옛날식 인테리어가 훌륭하게 되어있는 햄버그스테이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전에는 ‘경양식’이라고 불렀을 법한 디자인으로 화이트와 하늘색 톤으로 밝고 환한 식당이었습니다. 메뉴판도 고풍스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도 검은 머리칼보다 흰 머리칼이 많으신 할아버지셨습니다. 둘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 2가지를 추천 받아 주문을 한 후에 식사를 기다렸지요. 그 사이에 예상할 수 있는대로 서연이는 과연 3권의 책을 테이블에 꺼내 놓습니다. 한 권은「왕자와 거지」이고, 한 권은 역시나 해리포터 시리즈 인「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었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지은「향수(das Parfum)」라는 책입니다. 13살이 읽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일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서연이는 몇 달 전 아빠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아빠 이야기가 생각나 책을 골랐다며 자랑하지요.


  “책을 읽으면, 그 시대나, 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 모습을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단다.「향수」란 책에서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18세기 프랑스 파리’에 대한 묘사인데, 주인공 그루누이가 태어난 시장 한복판을 묘사하듯이 설명해 주거든. 특히, 냄새에 관한 묘사는 정말 뛰어나서 그 시대의 파리에 있는 생동감을 넘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악취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었단다. 그래서 책은 예전의 고전이나 근대문학, 그리고 현재의 다양한 종류의 책들 특히, 소설 등을 많이 읽으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단다. 서연아.” 


  서연이에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은 어떠했을까요? ‘독서’라고 하여 오로지 책을 읽고 그 책의 콘텐츠에만 집중해서 독후감을 쓰거나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좁게 생각하는 것을 넘을 수는 없을까요? 서연이의 ‘도서관 가는 길’처럼 책을 읽기 위한 앞뒤의 모든 활동에 대한 의미와 즐거움을 만들고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것을 진정한 ‘독서’라고 보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독서를 통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으세요? 책만 열심히 읽으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책 한 권을 보더라도 의미 있고 행복한 경험을 하도록 말입니다. 물론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아이를 잘 배려해야 하니 어렵긴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섬세하게 대하기가 어렵고 책의 내용도 어려울 수 있지만, 부모인 ‘나의 관심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바뀐다면 머지않아 모두들 ‘행복한 서연이’, 그리고 그렇게 자라가는 딸을 바라보는 ‘행복한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다면 지금 옆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독서’에 대해 엄마와 아빠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큰 밑그림을 그리는지 모릅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주실래요? 잠시라도 머릿속에서 좁은 의미에서의 ‘교육’과 ‘공부’라는 생각을 버리고,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주시면 어떨까요? 그러면 아이의 행복한 장래라는 큰 그림을 함께 보실 것입니다.


크래들코리아 ‘책읽어주는 도서관’ 조한상부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197

일산스마트러닝센터(S.L.C.) 2F

070-4610-1959/010-5388-0828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8호 >에 실려 있습니다.

 

<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바로가기 >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1]

새로운 놀이 문화의 필요성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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