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3]
여행을 떠나요!!
‘꽃 피는 봄이 오면...’이제 곧 추운 겨울도 지나고 따뜻한 봄이 시작될 겁니다. 가족들과 함께 봄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계시겠죠? 그렇다면 이런 나들이 한번 어떨까요? 우선, 가방에는 가벼운 단편 혹은 수필집을 넣고, 작은 카메라와 지도와 여행가이드를 넣는 겁니다. 그리고는 가족들의 손과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거실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습니다. 자가용은 집에 둔 후에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겁니다. 모처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아이들과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타서 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 안에서 먹을 간식과 음료를 구입해 버스에 올라탑니다. 이제 우리 가족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목적지가 어디든...
어떤가요? 뭐가 부족해 보이진 않나요?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불안해 보이는 여행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막막해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스마트폰’때문이지요. ‘스마트폰 없이 맛집은 어떻게 찾을 것이며 여행지 정보는 어떻게 얻지?’,‘사진을 찍어 바로 SNS에 올려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스마트폰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이렇게 이야기들을 합니다. 여행을 도무지 떠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우리는 아이들 손을 잡고 항상 이렇게 여행다니지 않았나요? 그래서 이런 여행은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닙니다. 굳이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번쯤은 아이들과 ‘스마트폰’ 없는 외출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6개월 전에 이렇게 이야기하니, 한 어머니께서 “꿈 같은 이야기네요?”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외출을 하지만, 처음에는 본인조차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왜?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얼마 전, 중1 아들을 둔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골칫거리 주제인 ‘스마트폰’ 걱정을 저에게 늘어놓으셨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게임하고 카톡하느라, 집에 오면 다른 것은 일체 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도 적게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분에게 몇 가지 해결책을 추천했습니다.
첫째, 아들의 취미를 찾아보자.
둘째, 스마트폰 없는 여행을 떠나자.
셋째, 아이가 스마트폰을 포기하는 것만큼 부모도 아이 성적을 포기하자.
그 중에 ‘스마트폰 없는 여행’은 즉시 실천한다 하였고 취미는 찾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성적을 포기하라니요?”라는 질문을 하며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었지요. 여러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성적 포기’는 곧, ‘아이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무서운 표현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드린 이 조언은 아이들과 ‘일종의 거래’(?) 같은 것을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보통 아이들과의 거래는 좋지 않은 것들이라는 인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잃은 상실감에 더하여 부모로부터 ‘공부’라는 압박까지 더해지게 된다면 아이는 결코 온전히 스마트폰을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좋은 계산이 담겨있습니다. 아이가 큰 결심을 하고 스마트폰을 버릴 수 있다면 부모 또한 ‘공부’, ‘성적’과 같은 욕심은 당분간 버린다는 ‘선의의 거래’입니다. 아이들의 앞으로 인생은 참으로 깁니다. 저희 어른들보다도 훨씬 더 큰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거래가 성사된다면 이전에 제가 쓴 칼럼들에서처럼 놀 줄 아는 아이들을 만들어 낼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논다(놀이)’라는 과정에 취미 찾기, 특기 찾기, 꿈과 희망 찾기 등을 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넓고 길게 보면 결국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공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아이들과 버스에 올라타서 거제도로 출발했습니다. 매번 하던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찾았지만, 집에 놓고 온 것을 떠올리며 무엇을 할까 고민합니다. 거제도까지는 4시간 30분 정도의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한 아이는 스마트폰이 없다며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잠이나 잔다고 잠을 청합니다.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아이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며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불안해 합니다. 버스나 기차 속에서 운전의 의무에서 해방된 아빠와 엄마는 가방에 넣어 온 톨스토이 단편집과 한국문학 수필집을 꺼내어 보면서 미리 사둔 간식을 먹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무엇이라도 봐야 했던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있던 책을 간식과 함께 빼앗아 자기 자리로 갑니다. 간식에 집중하던 아이는 간식이 떨어지자 이제는 책에 집중합니다. 허나, 채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졸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다시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가방에 넣어 두었던 여행가이드를 펼쳐 봅니다. 거제도에 대한 짧은 소개와 관광지와 먹거리 등 다양한 여행정보를 집중해서 봅니다. 여행가이드의 내용이 많지 않아 몇 번을 보고 또 봅니다. 중간 중간 앞자리에 있는 엄마에게 맛집을 소개하기도 하고, 외도와 같은 관광지를 소개하며 꼭 가보자고 조르기도 합니다. 그러다 심심해진 아이는 다시 책을 들어서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창밖의 경치도 구경합니다. 휴게소에 차가 정차하고 잠시의 휴식을 위해 모두들 내립니다. 출출했던 가족은 가벼운 휴게소 음식으로 약간의 허기만 달래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거제도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갈 맛집이 이런 사전공부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화장실을 들렸다가 차로 가는 도중 여행안내소 앞에 있는 관광지도와 안내서를 잔뜩 챙겨서 올라옵니다. 쌀쌀하지만 따뜻한 봄 햇살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가족은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아이는 처음에 버스에 올랐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을 찾아 칭얼대지 않습니다. 관광지도와 안내서를 꼼꼼히 살피고 수필집도 읽으면서 창밖 경치 구경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떤가요? 저는 한 달에 두 번씩은 이러한 외출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 여행간 적도 있었고 시내 외출을 할 적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가 많았지만 저 혼자 외출한 적도 있습니다. 내가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아이들도 ‘스마트폰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게 될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필수 아이템인 ‘스마트폰’은 영원히 버릴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만이라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와 보는 것 또한 진정한 휴식이자 여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크래들코리아 ‘책읽어주는 도서관’ 조한상 부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197
일산스마트러닝센터(S.L.C.) 2F
070-4610-1959/010-5388-0828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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