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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민주주의를 넘어설 독자적 정치체제를 중국은 만들 수 있을까요?

2018년 9월호(제10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0. 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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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의 정치체제 연구]


서구민주주의를 넘어설 독자적 정치체제를 

중국은 만들 수 있을까요?           

 - 현대 중국정치체제 분석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눈에 봄이 가득하다.” 덩샤오핑이 1992년 1월 남순강화를 나선 길에 홍콩 땅이 보이는 선전에서 읊은 시구입니다. 1980년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이래 인구 3만 명의 시골마을이었던 선전은 2018년 현재 1,500만의 초현대식 도시로 변하였고,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이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제 경제의 발전면에서 중국을 G2라 부르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떨까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성립과 같이 발전하여 왔습니다. 즉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의 뒷받침 없이 시장경제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확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덩샤오핑은 구소련의 붕괴 이후에 공산주의 정치체제는 그대로 둔 채 시장경제만을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였고, 현재의 시진핑 정권에까지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국굴기’의 선포는 마치 자신들의 사회주의 정치시스템이 중국적 상황에 가장 잘 맞을 뿐 아니라 서구민주주의와 비견되거나 혹은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의 하이브리드 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이런 중국만의 독자적 방식이 미국을 위시한 서구체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저는 이 글에서 먼저 중국 스스로가 주장하는 자신들의 정치체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본 후에 그 한계를 지적해보려 합니다.   


1. 중국의 학자가 분석하는 중국정치체제의 특징 

공산당원으로 뒤늦게 베이징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조호길’교수는 중국의 정치구조의 특징을 ‘당-국가체제’란 말로 요약합니다. 그는 이 체제 아래서 중국공산당이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지속적인 성공 요인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즉 현대 중국정치시스템은 청제국의 해체 이후 발생했던 다당제의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중국 본래적인 전통이 현대적으로 구현된 것으로 중국만의 독자적인 것이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가. 당 중심의 일원주의국가 

중국의 공산당은 다양한 이념,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의 가치만을 인정하는 일원주의를 추구하며, 엘리트집단(당원, 관료)을 하나로 통일하여 국가를 특정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체제는 “대중은 태생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여 기존의 지도자를 대체하기 전까지 흩어진 모래알과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공산당은 이를 위해 이념을 독점적으로 선정할 뿐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이를 연구, 선전, 교육 및 감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국가체제는 중앙정부에서부터 법원, 검찰, 인민단체, 기업 및 사업기관에까지 당위원회의 지부 및 당조를 결성하는 것으로 구체화, 조직화됩니다. 과거 마오쩌둥은 동서남북중 국가의 전 영역에서 당은 모든 것을 영도한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2016. 1. 7. 시진핑 역시 “당은 제도화, 체계화된 영도로서 이를 강화하며 당/정/군/민/학(黨政軍民學),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에 관계없이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라 하여, 마오쩌둥이 세운 정치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일례로 공산당은 1958년 <경작 및 토양개량에 관한 지시>를 공포했는데, 이는 당이 농민의 경작절차 및 면적기준까지 세부적으로 지도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통계를 보면 국가기관의 99.6%, 사업단체의 92.7%, 공유제기업의 91%, 비공유제기업의 53.1%, 그리고 사회단체의 41.9%에 당 조직이 결성되어 있습니다. (2013, 2014년 중국공산당 당내통계공보) 즉 중국사회에서 공산당의 눈길을 피할 수 없으며, 공산당을 통해서 정부, 군부 및 사회는 하나로 묶여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지역에서 당 조직이 가장 우선해서 만들어지고, 당의 지원 아래 해당지역의 정부, 군대 및 군중조직이 만들어졌던 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러한 통제를 유지하려다보니 2014년 말 기준 중국공산당의 총인원수는 8,779만 3천명에 달합니다. 간단히 하면 간부를 포함한 6명의 공산당원이 중국인민 100명을 통제하는 구조입니다. 일찍이 마오쩌둥은 ① 조직에 대한 개인의 복종 ② 다수에 대한 소수의 복종 ③ 상부기관에 대한 하급기관의 복종 ④ 당 중앙에 대한 당 세부조직들의 복종을 통해 기율을 유지해야한다 천명하였습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당과 정부에서의 당원-간부시스템을 통해서 관료들의 완전한 복종, 그리고 사회의 통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 당 지도자 선발 시스템 

그렇다면 중국공산당에서 지도자는 어떻게 선발될까요? 먼저 근간으로서 ‘예비간부 양성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제도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이후에 당 간부의 노령화현상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후계자양성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당 지도부는 당원 중에서 전문적 실력과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당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가려 예비간부를 선발하며, 이들은 5년을 주기로 최소 3개월간의 연수를 받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당에 대한 충성을 기본으로 한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중국특색사회주의’란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정치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은 보직순환제도에 따라서 국가기관이나 사회의 다양한 분v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이런 능력을 실적으로써 증명해야 합니다. 이들 예비간부들은 공산당 리더쉽의 허리를 차지할 뿐 아니라, 향후 최고로 선발될 인재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중국공산당의 다양한 조직 중 최고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의 전국대표대회와 중앙위원회, 그리고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입니다. 205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의 임기는 5년이며, 우리식으로 국회라 이해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 중앙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선발하는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원은 7명으로 이들이 중국공산당의 핵심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들 중 최고 지위에 ‘시진핑’이 앉아 있지요. 중앙위원회 선발을 위해 공산당은 전국에 공작조를 파견하여 추천을 받는데, 일례로 2012년 18기 중앙위원 선발과정에서 1차 추천을 받은 인원은 4만 2,800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중에서 면접과 검증, 표결을 거쳐서 최종 205명이 선발된 것이죠. 이렇게 선발되기 위해서는 최소 부성부급(차관급)이상의 직급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들을 선출하기 위한 인재풀로서 앞서 본 예비간부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그동안 당에 대한 충성, 전문적인 실력 및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얼마나 현장에서 이루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죠. 



다. 중국의 역사적 유산인 관료시스템과 일원주의의 계승자로서 중국공산당 

조호길은 중국의 현재 당-국가체제는 중국전통의 역사를 계승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 중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중국공산당의 특징은 중국의 기나긴 역사에 녹아있는 과거제 및 관료제, 그리고 중앙집권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 자체는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학을 바탕으로 한 과거제와 이를 통해 황제에 충성하는 관료의 선발과 유지, 그리고 황제에 권력을 집중시켜 전국을 통일하는 중앙집권제와 현재의 중국공산당이 이루는 체제는 언뜻 보아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중국정치체제에 대한 평가의 문제입니다. 


2. 우리는 중국정치체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조호길의 주장이 적어도 공산당체제 아래서 인정되고 통용되는 목소리로 현대 중국정치체제를 정의한 것이라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중국은 1840, 1856년 두 차례의 아편전쟁으로 대서양의 조그만 섬나라인 영국에 굴복한 사건 이후 서양과 일본에 대한 굴복의 역사를 겪었습니다. 비록 마오쩌둥이 구소련의 비호를 받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하여 서구로부터 독립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구소련의 해체 이후에 등소평 역시 개방을 통해 서양의 시장제도와 선진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나라도 성공시키지 못한 공산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의 결합이라는 실험이 과연 지속되고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이러한 중국정치체제의 한계를 다음의 관점들로 평가하려 합니다.     


가. 중국공산당의 역사유산의 계승주장에 대한 반론으로서 한족과 유목민족의 상호작용

현재 중국의 당-국가체제 시스템은 최고 리더쉽이 혈연중심으로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과거 제국들이 가졌던 한계를 벗어났다고 형태상으로는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산당의 리더쉽의 승계는 수천만 명의 당원 중에서 여러 요소들을 검증하여 위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적어도 무능한 사람이 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앉을 가능성은 상당히 제거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역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족과 유목민족이 번갈아 가며 리더쉽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매우 자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중국은 이를 모두 뭉뚱그려 모두가 자신들의 역사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족과 유목민족 사이에 일어난 수많은 전쟁과 지배구조변경을 동일국가 내에서 정권의 변경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중국지도부는 한족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수치스러운 역사인 만주족인 청나라의 각종 사료들을 꽁꽁 감추어두고 공개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들 스스로의 주장처럼 이때까지 중국을 통치했던 모든 제국의 역사가 자신들의 역사라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중원 및 중화사상이란 문구 속에 내재된 한족이란 헛된 자부심을 탈탈 털어버린 외부국가들의 침입, 즉 몽골의 원, 거란의 요, 여진의 금, 그리고 또다시 여진의 청나라의 한족지배를 중국공산당은 정말 정직하게 인정할까요? 인정한다면, 현재 중국은 정주민족의 한계를 벗어나 유목민족의 장점을 제대로 흡수한 가운데 역사계승자란 주장을 하고 있을까요? 


 나. 일원주의 정치시스템과 지속적 시장경제발전의 부조화

마오쩌둥은 부지런하게 일하여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자작농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토지를 몰수하여 국가가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반면 영국의 대처는 오히려 이러한 중간계층을 주목하고 시민사회의 발전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덩사오핑은 이러한 전략을 변경하여 ‘열심히 일해 부자되세요’를 말하였지만, 여전히 중국은 국가주도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에 책임지고 주도하는 가운데 경제가 발전한다는 전제를 가진 시장경제체제를 국가가 주도하면서 일부 사적소유를 허락한다는 선에서 받아들인 것 자체가 서로 상반되는 이념을 섞어놓은 부조화를 보입니다. 그리고 사적소유를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궁극적 목적이 중국공산당의 정권유지에 있다고 추론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세계가 점점 하나로 되어가는 상황에서 중국회사들이 이런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욕구 충돌

이런 중국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과연 오래갈 것인가의 문제는 상상이나 이론적 차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는 바로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경제영역에서의 자유를 누린다면, 그 다음 단계로서 자연스레 정치적, 학술적 견해에 대한 표현의 자유, 이어서 정치적 리더쉽을 형성해나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욕구들을 가지게 되는 것은, 지난 서구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여행이나 유학, 이민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자연스레 흡수한 중국인들을 중국공산당은 현재의 일원주의 체제 아래서 정말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라. 일원주의 아래서 종교자유의 제한과 인간성 상실, 소외

사회주의 가치 이외에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오직 ‘돈벌기’만이 허용된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이러한 중국시스템 속에서 사는 개인들은 다양한 정신적, 영적가치를 누리지 못하는 가운데 재화획득이란 탐욕에 매달리게 됩니다. 물질과 재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은 부지런히 일해서 가치를 증대시키는 건강한 자본주의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어떻게든 돈만 벌어서 사치를 누리면 최고라는 탐욕스런 자본주의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보다 고차원적이고 총체적으로 나아가는 고양된 정신적 그리고 영적차원의 원리와 경험을 통해서만 자본주의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사회의 일원주의시스템에서의 경제발전은 결국 허무와 소외,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될 것으로 어둡게 예상할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신지 파트너 변호사 황경태

kt.hwang32@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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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ppytownculturestory.tistory.com/350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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