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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의 저력을 확인하다!

2018년 11월호(제10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1. 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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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에 관한 비평]



 중국 미술의 

저력을 확인하다!

 

중국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당당히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은,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돈 많은 중국인들이 미술품을 많이 사들였겠지’하고 가자미눈으로 볼 게 아닙니다. 매출액 측면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500명의 작가 중 중국은 128명이나 배출했으니까요. 이는 미국(82명)과 영국(27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입니다. 공산화와 예술분야에 치명타와 같은 문화혁명의 진통을 겪은 중국이기에, 서구적 회화 양식을 도입한지 한 세기밖에 되지 않은 중국이기에 그 성장이 더욱 대단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성장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중국 전통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난징과 쑤저우, 현대 중국의 문화적 중심지인 상하이를 여행하면서 그 답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중국 현장에서 느낀 중국 미술(시장) 성장의 원동력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예술 발전을 위한 국가적 노력과 투자

귀국 마지막 날 찾은 상하이의 ‘모간산루 M50 창의 예술 단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상하이 시에서 예술가들을 위해 조성한 창작공간입니다. 방직공장지대였던 이곳(산업용수로 쓰였던 쑤저우강이 주변에 흐르고 있었음)은 방직사업의 쇠퇴로 폐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인들이 하나 둘 이곳에 정착하면서 자생적인 예술촌이 형성되었고, 여기에 정부의 정책에 따른 시의회의 지원으로 예술단지로 발전한 것입니다. 중국 전체에 이러한 예술진흥공간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베이징의 유명한 ‘다산쯔 789 예술구’로부터, 차오창디(草場地), 쑹좡(宋庄), 이하오디(1號地), 상하이의 바하오차오(8號橋), 바바이슈(800秀), 라오마터우(老碼頭), 훙팡(紅坊), 청두(成都)의 칭청산(靑城山)중국당대예술관, 항저우(杭州)의 시안(西岸)국제예술구, 시안(西安)의 세계예술촌 등이 그것들이죠.

중국정부는 11차 5개년(2006~2010년) 계획 중, 창의산업 발전을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행정관리, 공간재정비, 재정 등의 다양한 지원을 통해 예술특구들을 단기간에 발전시켰는데, 이러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 속에 작가들은 안정된 작품 활동이 가능하고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중국정부는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도 지속적인 창의산업 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니, 정부주도하의 미술발전은 계속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M50 창의예술단지 전경>


<M50 창의예술단지 내 작품 전시>



중국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

난징에서 방문한, 막 문을 연 식당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바로 강렬한 색조의 추상화 작품들이었습니다. 붉은 색 위주의 알록달록한 메뉴판 사이의 추상화 그림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로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미술을 감상하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은 상위 일부 사람들의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인 중국인(중산층)의 것이 된 것입니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문화적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수준의 중산층 인구는 중국 인구의 24%인 3억 3천만 명이나 됩니다. 원만한 나라 인구의 몇 배나 되는 중산층이 서서히 문화생활에 눈뜨고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 말로 미술(시장) 발전에 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가계소득 1만~10만 달러의 중산층 중 89%가 미술 작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으니까요. (2013년 중국 포털업체 소후닷컴의 설문조사) 


쑤저우와 상하이 박물관의 찬란한 유산들

쑤저우의 정원(중국에서는 ‘원림’이라고 부름)과 우전의 동책, 서책에서 만난 중국 남방문화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상하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의 다양함과 탁월함도 놀라웠고요. ‘먹으로 그린 산수화의 화풍이 그렇게 다양하고 과감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최신의 컴퓨터 기계도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한 나무 조각 장식품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 누적되어 온 이러한 예술적 소양들이 중국인들의 눈과 손끝에 심겨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난징 박물관으로 가는 길가에서 풀잎을 엮어 곤충의 형태를 만들어 팔던 할아버지의 손끝에서처럼 말입니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아’라고 아무리 우겨보려 해도 눈앞에 펼쳐진 저력 앞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러한 유구한 문화적 유산들과 그것들을 만든 예술적 감각들이야 말로 중국미술이 짧은 시간 안에 세계미술(시장)에 선두권에 서게 만든 원동력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는 중국 미술의 위험

하지만 이러한 중국 미술(시장)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들이 자칫하면 중국미술을 독선과 불균형에 빠뜨리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롭게 싹튼, 중국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국가의 주도하에 예술진흥정책이 진행될 때 반드시 통제가 따라 오게 됩니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그 통제란 예술의 사회적 기능,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시대를 대변하는 책임에 대한 물음이라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통제는 ‘검열’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근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우’에 빗댄 이미지가 걸러지는 중국에서, 예술은 절뚝발이 같은 모습을 가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는 건드리지 않고, 개인적, 전통적, 세속적 주제들만 다루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두번째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미술품을 통한 투자나 자기만족과 과시로 끝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흐름으로 빠질 위험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술 작품을 통해 자신과 주변의 세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기보다 단순히 문화를 소비함에 만족하는 위험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찬란한 유산들은 정주하여 살아 온 남방 한족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북방과 서역으로부터 무역으로, 혹은 정복으로 들어 온 문화적 다양성에 기인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중국굴기(中國崛起)’라는 중화사상의 변종이 미술계 속에 침투한다면 스스로 고립과 정체에 빠지게 될 테니까요.




‘사무실을 예술관으로’ 공간디자이너 고종훈
dyl815@naver.com, 010-6378-1349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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