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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H’

2018년 12월호(제11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2. 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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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스토리]



성북동 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H’ 



 

성북동의 진정한 매력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동네라서가 아닐까요? 갤러리 주차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70~80년대 주택들이 무척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성북동은 지금 문인, 음악가, 건축가, 예술가들의 작업실, 공방, 갤러리, 자그마한 가게들이 어우러져 예술과 문화로 이루어진 멋진 동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 중 ‘아트스페이스 H’갤러리의 권도균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아트스페이스 H’ (Artspace H) 화랑이 2008년 개관해서 올해로 10년째인데요. 처음 시작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트스페이스 H’는 저의 부친께서 창덕궁 옆 건물 공간과 자본을 투자해서,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있는 이대형씨와 공동 대표로 시작했습니다. 상호인 ‘아트스페이스’는 갤러리를 의미하는 ‘예술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요즘은 갤러리라는 용어보다 아트스페이스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듯합니다. 영어 이니셜 ‘H’는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휴머니티(Humanity), 하모니(Harmony), 해피니스(Happiness)를 뜻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과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들도 모두 사람입니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예술이 존재하는 것이죠. 2010년 봄부터는 제가 대표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아트스페이스 H’의 목적은 젊은 작가를 발굴해서, 경제적으로 지원하여 성공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술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2년 반 전에 성북동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성북동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덜 닿은 동네라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지금은 기존의 2030 작가 발굴이라는 목표를 수정하여, 미대를 졸업하고 10년 이상 작업에만 전념하는 30대 중반부터 50세까지의 작가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존의 거대한 화랑의 틀을 깨고 주로 주목받지 못한 젊은 화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특히 컬렉터들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셨을 텐데요. 그동안 어려움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반인들이 느끼는 갤러리의 문턱은 높다고 생각됩니다. 차라리 입장권을 구입해서, 마음 편하게 관람하는 미술관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예술 작품 구입을 희망하는 컬렉터들이나 미술애호가들은 한 번에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아트 페어를 선호하고요. 갤러리 전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키아프’(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와 같은 몇 개의 ‘아트 페어’에서 갤러리 1년 매출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작가에게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주어도, 일일 관람객 숫자는 열 명도 채 안 되는 것이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슬픈 현실입니다. 갤러리 입장에서 아트 페어 참가는 참가 부스비의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부스비라도 만회하려고 5일 간의 아트 페어는 즐거운 예술 축제보다는 보이지 않는 작품 판매 전쟁터로 바뀐 듯합니다. 참고로 미술 시장의 대부분의 파이는‘서울옥션’과‘케이옥션’회사들이 가져가는 현실 속에서 중소형 갤러리들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것이 현 상황입니다.

권도균 대표님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어땠나요?

중학교 때 어머니가 구입하셨던 ‘김환기’ 작품을 보면서 현대미술에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11년 동안의 런던 유학시절에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미술관과 박물관 가는 것이 즐거움이었습니다. 특히 ‘테이트 모던 미술관’가는 것이 제일 즐거웠지요. 무명의 영국 작가 소품도 구입한 적이 있답니다. 귀국한 후, 처음에는 주로 저렴한 판화를 구입했었지만, 구입했던 판화는 전부 선물하고, 오리지널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지요.

우리나라 화랑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갤러리의 시작은 예술이라는 가치 있는 문화를 사고판다는 올바른 인식 없이, 예술품을 인사동 골동품 판매와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즉 예술 작품이 돈을 벌게 해주는 일종의 상품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나 추측해봅니다. 갤러리를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이 한국 예술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사명감이 없다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갤러리에서 전시가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 대신에 판매 방법 찾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갤러리 존재 의미를 상실하는 것으로 이점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트스페이스 H’ 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주로 어떤 것인가요?

저희 갤러리는 일 년에 15~20회 정도 2주씩 초대전을 여는 화랑입니다. 전시 장르는 ‘회화와 조각’입니다. 갤러리 전시를 통해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발굴된 작가는 ‘키아프’(KIAF)나 ‘화랑미술제’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년 전부터는 작가들과 컬렉터들의 도움으로 매년 연말에 작품 판매의 일정 수익금을 병원에 기부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갤러리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지만, 저희 갤러리만이라도 언제든지 부담 없이 오셔서 편하게 오랫동안 구경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전시 관람은 무료이고, 매주 월요일과 명절에만 휴관입니다.


예술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작품 구입을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투자로 접근하는 사고방식은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에 예술이 주는 행복을 위해서 작품을 구입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술 작품은 아무 작품이나 마구 사면 안 되고, 일단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많이 관람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는 믿을만한 갤러리에 자문도 구하고, 신중히 결정해서 작품을 구입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첫 눈에 반하는 작품을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첫 눈에 반한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만일 다음날에도 그 작품이 계속 머릿속에 맴 돈 다면 구입해도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초보 컬렉터가 너무 값비싼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나 남들이 산다고 사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트스페이스 H’ 화랑의 미래

한국에서 자본력 없이 작은 갤러리를 유지 경영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길에 들어선 이상, 작가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고, 컬렉터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갤러리로 끝까지 남고 싶습니다.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알릴 기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역사에 기록될 만한 작품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일 듯합니다.


‘아트스페이스 H’ 권도균 대표 (런던대 박사)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49 (운석빌딩 2층)

artspaceh2008@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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