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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덴버서점과 같은 감동을 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2019년 12월호(12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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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나에게 덴버서점과 같은 감동을 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의정부 동네책방에서《서촌방향》의 작가 설재우를 초청했을 때 일입니다. 소개를 마치자마자 작가는 부대찌개 식당부터 말하기 시작했지요. 다른 지역 사람들은《식객(허영만)》에 나온 ‘오뎅식당’ 앞에서 장사진을 치지만, 이곳에 사시는 분들끼리는 특별히 찾는 곳이 달리 있을 거라며,《서촌방향》은 그렇게 동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 서촌을 소개한 책이라고 했습니다. 
자비 100만원을 매달 쏟아 부어 <서촌 라이프>를 발행한 건 미국여행 때, 콜로라도의 덴버 서점이 준 문화적 충격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동네 주민들을 주인으로 섬기며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액자에 담아 서점에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식지로 내는 문화 속에서 자연스레 대형서점은 발을 디딜 수 없었다면서요.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는 내게 덴버 서점과 같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태생부터 달라 보이는 메이저급 스타를 인터뷰 하는 대신,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진솔하게 담아내어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뚝심 있게 삶을 설계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기사들은 소소한 우리네 삶을 긍정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는 대신 자기가 일한 만큼 벌고,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며, 쉬고 싶은 만큼 쉬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아니겠냐고 에둘러 확인해 주었지요. 


대형마트만 가도 핏대를 올리며 무엇을 팔려는 사람으로 가득한 시대에 아무 것도 팔려하지 않고 오로지 정직한 몸짓으로 내 일에 충실하다 보면 손님은 저절로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 찬 지면은 신선했습니다. 그것은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이자 우리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격려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을 따스하게 바라보며 인정 가득한 이야기를 십년 동안 쉬지 않고 펴내는 일은 참으로 반갑고 귀한 일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잃어 책 고르는 것마저 남에게 맡기는 현대인은 슬프게도 자꾸 베스트셀러에 기댑니다. 그렇게 생겨난 수요가 전국의 대형서점으로 퍼져나가고 다시 출판사는 사람들의 얕은 감성에 기대어 그와 흡사한 출판물을 기획하여 비슷비슷한 책을 양산합니다. 조화로워야 아름다운 건 꽃밭만이 아닙니다. 대형 출판사가 세련된 디자인으로 한꺼번에 찍어낸 전집이 꽂힌 서재보다 독립출판사를 포함해 다양한 출판사가 발품 팔아 발굴한 책들로 가득한 서재가 더 호감이 가는 것처럼 자본과 인지도를 앞세워 권력 있고 인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대형신문보다는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더 가슴 뛰게 만듭니다. 덴버 서점에 걸린 액자처럼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걸려 있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를 1년 넘게 구독하며 점차 내용도 다양해지고 발전하는 것 같아 마치 제 일처럼 기쁩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칼럼과 깊이 있는 철학적인 내용은 결코 우리의 삶이 가볍지 않다는 것과 그리고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음식, 옷, 곤충, 나무, 열매, 꽃 이야기가 결코 흔하게 취급되지 않고 보석처럼 빛나는 이야기로 대접받게 해주는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를 오늘 다시 펴보며 십년 후를 기대해 봅니다. 김소월이 ‘산유화’에서 읊었듯,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 그 꽃이 좋아 산에서 우는 작은 새의 이야기를 계속 담을 거란 단단한 믿음을 보태면서 말입니다.

 

 

의정부발곡고등학교 교사 박희정
hwson5@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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