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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호의 ‘톡’(talk) 쏘는 클래식 음악

2019년 12월호(12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2. 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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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호의 ‘톡’(talk) 쏘는 클래식 음악

 

파이프오르간의 효용 가치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연주될 때는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무슨 소리냐면, 지휘자가 분명 시작을 알리는 손짓을 했고 박자는 저어 가는데 단원들은 꼼짝 않고 있으니까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초입부만 동영상으로 들어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의 초저음이 울려 퍼진 거죠. 이 곡을 아는 사람은 바로 느끼겠지만, 처음 접한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 흘러야 부르르 떨리는 진동이 곧 소리라는 걸 느끼고서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죠. 이런 극적 효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아니면 못 낼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파이프오르간의 가치는 최상으로 오릅니다. 

오르간 곡들의 예
바흐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메시앙이 또한 파이프오르간의 가치를 올려줬으며, 생상의 교향곡에서 오르간은 장엄하면서도 아름답게 울립니다. 메시앙의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를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음악이라 하지만 비교적 난해하지도 않고 감상용으로 아주 뛰어난 곡이지요. 약간 인내하면서 끝까지 들어보길 강추합니다. 이어 생상의 교향곡 3번, 이름하여 ‘오르간 교향곡’은 어떨까요?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교향곡에서 오르간이 맹활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인기에 있어서 오르가니스트들은 아무래도 피아니스트보다 아래 열에 놓여있지요.

이상한 대접
그래서 악기로는 위대한 것이 파이프오르간이지만 연주자로서는 피아니스트가 더 대접받는 형편입니다. 그렇다면 건반악기로서 오르간이 피아노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덩치가 큰 악기로 부담스러워서? 아니면 시종일관 엄숙, 장엄, 우울의 컨셉이라서? 악기의 차원에서 보자면, 저음악기보다는 고음악기 주자들이 주로 인기가 더 많습니다. 더 세밀히 현악기군에서는 콘트라베이시스트보다는 첼리스트, 또 첼리스트보다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더 인기를 누립니다. 물론 불세출의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같은 사람은 예외이지요. 바이올린의 참 맛이야 누구나 잘 알고 있기에, 이참에 이 특별한 첼로주자인 재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1945~1987)가 연주한 엘가(Elgar)의 첼로 협주곡을 다시 한 번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그녀의 명성을 드높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곡을 협연함(1962)으로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7세라는 매우 어린 나이의 그녀가 이 대작을 불타는 정열과 믿을 수 없는 차분한 서정성을 덧붙여 연주했으니까요.

 
성악 또한 마찬가지
성악에서도 주로 높은 성부의 가수가 더 인기를 누립니다. 베이스가수보다는 테너가수가, 알토가수보다는 소프라노가수가 압도적으로 환영받지요. 콜로라투라(화려한 고음으로 가장 고난도의 가창을 기술적으로  구사하는 창법)로 부르는 소프라노 곡이 끝나면 박수가 절로 쳐지지요. 조수미씨가 부르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마적) 중 ‘밤의 여왕’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첼로의 낮은 음색으로 우릴 기절시켰던 재클린 뒤 프레처럼, 소프라노보다 낮은 음색의 알토로 심금을 울린 성악곡도 많지요. 섬세한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를 부른 ‘사라 민가르도’의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합창단의 위치
마찬가지로 합창단은 오케스트라보다 주목을 덜 받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파이프오르간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지고지순한 매력을 발산하듯이, 합창단이 지고지순한 매력을 발산하는 영역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오페라공연입니다.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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