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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한강, 그 아름다움을 소개합니다.

2019년 12월호(12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2. 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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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에서 바라본 한강 이야기]

 

내가 본 한강, 그 아름다움을 소개합니다.

 

 2017년 봄 무렵부터 3년 동안 한강의 이곳저곳을 요트를 타고 구경했다. 한강의 일몰과 야경에 맞춰 프로포즈를 하는 커플들과 서울에 놀러온 외국인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1년간 나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또 나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한강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한강의 모습들 중에서 내게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여의도를 꼽을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지답게 63빌딩 옆으로 현대, LG 등 대기업들의 높은 빌딩들이 즐비해 있고 이 빌딩들이 뿜어대는 화려한 불빛들과 다리의 조명들은 그 자체로 몽환적인 야경을 만들어 낸다. 해지는 노을과 고층 건물의 불빛들, 음악에 취해 여의도를 바라보다가 문득 반대편에 시선을 주면, 아무런 빛감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 속 섬의 실루엣이 하나 보인다. 바로 ‘밤섬’이다. 

 


 200여 미터 폭의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극대화된 문명과 자연, 이 두 공간의 극적인 대조는 내게 인도 ‘바라나시’를 떠오르게 한다. 수많은 힌두교 순례자들의 종교적 의식과 목욕, 화장(火葬)으로 발 디딜 틈 없는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반대편 섬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도 현지인들은 그 땅을 저승으로 여겨, 아무 건물도 짓지 않고 오직 수행을 하는 사두(승려)들만이 그 섬을 오갈 수 있다. 배에 놀러온 손님들에게 이 대조되는 풍광들을 소개할 때, 나는 ‘한국의 바라나시’라고 이 공간을 비유하곤 한다. 
 작년에 처음 밤섬 가까이에 배를 타고 접근해 보았을 때, 밤섬 강가의 죽은 두 흰 나무에는 검은 열매들이 가득 맺혀있었다. 멀리서 ‘저게 뭘까?’하는 호기심에 가까이 접근해보니, 자작나무의 흰 껍질 정도로 생각했던 나무의 색깔은 새들의 배설물로 뒤덮여 있는 것이었고, 검고 큰 열매들은 나무에 매달려 쉼을 취하는 수 십 마리의 가마우지들이었다. 가끔 조용히 돛을 올리고 밤섬에 접근하면 인적을 알아채고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자체로 장관이다. 

 지난 9월 25일에는 모아나호가 정박해 있는 아라마리나에서 한강갑문을 통과해 한강 하류에서 여의도까지 한강의 절반을 따라가 보았다. 당시의 이슈는 돛을 매달아 올리는 10미터가 넘는 요트의 마스트(선체의 중심선상의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가 행주대교의 낮은 높이에 걸리지 않고 다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여러 선장님들의 갑론을박이 있었고, 결국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결론으로, 나는 용기를 내 행주대교 앞에 서서 마스트를 여러 번 다리에 갖다 붙였다. 그리고 극적으로 몇 십 센티를 남기고 다리 밑을 무사통과할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높은 물때를 제외하고 10월의 여의도 서울 국제불꽃놀이를 포함해 10회 이상 한강에 나가 하류에서부터 한강의 수심과 물때를 기록하며 한강유람을 하고 있다. 한강도 바다인 것이 바람이 드셀 땐 요트가 30도 가량 기울어질 정도로 거칠고, 잠실까지 바다의 밀물이 들이닥치면 하류에는 들물 날물 몸을 섞는 독특한 와류들이 발견된다. 

 강과 바다의 중간 쯤 되는 위치에 선 것이 한강이다. 그래서 어종이 풍부하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웃는 고래’라 불리는 상괭이들도 가끔 발견된다. 자연만이 아니다. 강 위에서 보이는 곳곳은 서울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다. 절두산과 카톨릭 역사,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국의 개신교, 국회의사당과 한국의 정치, 합정동 당인발전소 부지, 선유도, 한강철교와 한국전쟁,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 현수교인 월드컵 대교 등 한강을 관통하고 있는 32개의 모든 다리들은 각각의 사연과 스토리들을 가지고 있다. 
  
 한강을 본격적으로 관찰하고 공부하며, 나는 다시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자 본격적인 한강 관광 콘텐츠들을 기획해 만들어 내는 창업가가 되었다.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지만 지난 3년간 배 위에서 새로 관찰하며 배우고 있는 한강의 문화와 자연은 생경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경이롭다. 사람과 사람, 차들과 차들, 빌딩과 빌딩들의 온갖 사건들로 가득 찬 도심을 벗어나 30분 남짓 차를 운전해 서울의 중심으로, 또 가까운 김포를 찾아가면 이 도시를 고요히 바람과 함께 관조할 수 있는 드넓은 강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강을 품은 자연과 도심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울과 경기의 시민들은 행복하다. 

 

 다만 이런 사실들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나는 청소년들과 학생들을 데리고, 또 외국인 관광객과 친구들을 바람으로 가는 배에 태우고 한강을 보여주며 한강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오래 곁에 두고 살고 있어 친구처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기실 모르고 있는 사실들이 더 많은, 그래서 탐구하고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한 자연의 한강, 도심의 한강, 야경이 아름다운 매력적인 한강의 아름다움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시인, 세일링서울 요트 클럽 대표 임대균
keaton70@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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