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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왜 손해일까?

2019년 12월호(12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2. 2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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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심리 한 번 들여다볼까요? 7]  

공짜는 왜 손해일까? 

공짜가 차라리 싸구려 정도로 그치면 그만일 것이지만, 여기에 약삭빠른 장사치들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다면 그 공짜를 택하겠습니까? 공짜를 얻는 것은 나지만, 그 제품이 과연 필요한지 아닌지도 모른 채(사실 대부분 불필요하지만) 내게서 돈을 빼내가는 것은 장사치이니 결국 ‘공짜는 손해’인 셈입니다. 장사치들은 눈앞에서는 아양을 떨지만, 속으로는 나를 눈 , 입, 손맛에 순간적으로 끌려 길게 계산하지 않고 지갑을 열고 마는 어리석은 소비자로 여기는 것이지요. 

 King Gillette는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한 후에 이것을 사용하게 하는 과감한 공짜작전을 폈습니다. 미군 병사들에게 커피, 차, 조미료 등을 구입할 때 일회용 면도기를 끼워서 주거나 아예 공짜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시험 삼아 면도기를 사용해 본 사람은 이전에 사용했던 불편한 일자날 면도기로 돌아갈 수 없었는데, 이미 일회용 면도기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겁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 남성들에게까지 익숙해진 Gillette면도기는 전 세계적인 상품이 되어 엄청난 부를 이 약삭빠른 장사치에게 남겨주고 있습니다. 바로 공짜로 혹은 끼워 팔기 방식으로 자신이 팔고자 하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경험하게 하여 ‘익숙하게 만드는’, 장사치들이 쓰는 전형적인 작전인 셈입니다. Gillette는 밤마다 모든 남성들의 얼굴에서 밤새 자라날 수염은 모두 자기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회심의 미소를 띠며 잠들 것입니다. 
 젤라틴이 처음 상용화되기 시작할 때에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O.F.Woodward는 젤라틴 제품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라고 거짓을 덧붙여 과감하게 주장하면서, 방문판매 하는 개별 판촉원들에게 젤라틴이 들어가는 맛있는 요리법을 소개한 요리책을 공짜로 선물하도록 했습니다. 젤라틴 제품이 목적이지만, 이것을 판매하기 위해 요리책을 공짜로 준 전략을 쓴 것입니다. 결국 몇 년 후에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초대박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공짜 효과를 노리는 수많은 사례들을 시장 뿐 아니라 인터넷 시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싸게 해놓고 카트리지 가격을 높게 받는다든지, 특정 주문액 이상이 되면 상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것도 사실 다 공짜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며 결국 소비자가 불필요한 것까지 충동구매하게 합니다. 
 그래서 ‘공짜 점심은 없다’,‘죽음조차 삶을 지불해야 한다’는 경구들을 많이 만들곤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소비심리를 이용하는 장사치들의 작전에 현명하게 대응할까요? 

 첫째,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즉석에서 만들어 공짜로 먹게 하는 것은 철저히 외면하는 겁니다. 그것은 아주 조금이라도 상술인 줄 알고 결코 먹지 않는 것이죠. 물론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아줌마들은 ‘먹고 나서 안사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장사치는 그것까지 다 계산해서 다음 코너에 가면 또 다른 공짜가 기다리도록 만듭니다. 약아빠진 장사치들은 우리가 그렇게 조심해서 먹고 사지 않겠다고 하지만 드디어 입맛이 돌게 되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적어도 하나의 제품은 사고 만다는 것을 머리꼭대기에 앉아 환히 들여다보며 판매 작전을 펼치는 겁니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주는 공짜는 절대 받아먹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런 수동적인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약삭빠른 장사 속을 발휘하는 업체에 대해 개개인이 불매하려고 작정하고 서로 이내용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소비자 공통의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겁니다. 그래서 은근한 속임수나 많이 사게 만드는 계산이 담긴 방식으로는 물건을 팔아 소비자의 지갑에서 돈을 강탈해가는 기업들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셋째, 대형유통회사보다는 작은 지역의 상인들이 결속한 동네시장을 선호하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진정한 개인주체성을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살기 때문에 아직 지역의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결속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는 지역 상권들이 똘똘 뭉쳐 아무 연고 없이 단지 자금력으로 그 지역을 장악하려는 대기업의 횡포에 저항하는 시민정신이 아주 강합니다. 왜냐하면 지역적 연고가 없으면 그야말로 그 지역에서 돈만 빼먹고 빠져나가기가 십상이지만, 지역연고가 있을 때에는 상인들이 부리는 꼼수는 지역인들에게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지역 상인들이 꼼수를 부릴 수가 없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공동체의 진정한 연합을 추구하는 길이 내 것을 먼저 판매하는 것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모임을 시작할 결단을 각자가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경기도 군포시 윤기석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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