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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수 [새벽을 여는 새]  

2020년 3월호(12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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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국미술 인문학 비평 11]

 

강이수 [새벽을 여는 새]  

“30년 가까이 작업하면서 원시 암각화와 상형문의 형상에서 원시의 생명력과 조형적 기호를 현대에 차용하여 잃어버린 현대인의 순수성을 찾아왔다”
이 작품의 감상을 위에서 소개한‘작가의 말’에서가 아니라, 정반대로 이 작품 자체를 직관적으로 보는 것에서 출발해 볼까요? 무엇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앞으로 쳐든 부리와 머리에서 보이는 당당함과 도도함, 지나칠 정도로 앞뒤로 길게 뻗어내린 다리에서 풍겨나오는 견고함과 안정감, 비록 각졌지만 견고하게 굴곡진 허리가 주는 중간 몸체의 균형감, 한 번 더 돌아내려오며 잘 빠지게 뻗어 내리며 힘차게 마무리 짓는 꼬리에서 느껴지는 단호함 같은 겁니다. 물론 이 새가 닭이라면 암탉이 아닌 장닭일 것이고, 꼬꼬댁하고 소리지르는 시간은 아마 새벽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닭의 화려한 색깔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흰색 바탕에 검정을 드문드문 섞어 회색으로 단일화 된 실체를 이루었습니다. 즉 색깔로 우리의 상상이 산만하게 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단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든 겁니다. 이것보다 한층 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화려한 장닭의 날개조차 없애고 벼슬과 꼬리를 철저히 단순화 시키고 아예 단색인 검은색 계열의 색으로 대체함으로 그 집중도를 인위적이라 할 정도로 완성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특이한 장닭이 전하려는 메시지란 아마 다음일 것 같습니다.
“나 이제, 새벽마다 암탉을 불러대는 남성호르몬 넘치는 장닭으로서의 삶은 단호하게 그치리라. 비록 그것이 실제적 삶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되면 역사 속에 허무하게 스러질 것이기에. 오히려 눈길을 끄는 모든 생의 화려한 장식품들을 과감하게 먼저 제거하리라. 대신 아주 단순하게 쇠-돌로 된 닭이 되리라. 그래서 나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그 귀가 울릴 정도로 입을 벌려 새벽을 깨우는 소리를 영원히 지르리라.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너는 어떤 닭이냐?”         

 

경기도 군포시 서인성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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