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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이 50대 여성에게 고함

2020년 3월호(12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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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세대가 자기 세대에게(하는 교훈)] 

50대 여성이 50대 여성에게 고함

 저는 갱년기의 불면증으로 언제 꿀잠을 자봤나 싶을 정도로 밤을 꼬박 새우며 사는 50대 여성입니다. 이미 갱년기를 겪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따라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갈 것이지만, 잠잘 때마다 여전히 수면제를 머리맡에 놓고 주무신다는 언니들을 보니, 나에게도 그리 쉬이 지나갈 것 같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쏘냐? 앞으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저 치매에 안 걸리고 단지 몸뚱아리 건강이 최고라고 침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아줌마 부대에 내가 편승할쏘냐? 그래서 후반부 인생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까를 고민했던 것을 내어놓고 같은 50대 여성들에게 나누며 함께 지혜로운 인생 후반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1.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결론 난 것은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자!

 갱년기와 함께 불청객으로 오는 것이 생각, 말, 행동이 점차로 느려지는 것이다. 심지어 걸을 때도 맥없이 세월아 네월아 걷는 나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의지적으로 빠르게 걸으려고 한다. 머리 회전도 젊었을 때처럼 획획 돌아가지 않는다.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연속적 문장이 구성되지 않아서, 점차로 말실수 할까봐 아예 말을 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럴수록 한번 생각했던 단어, 생각, 문장을 끝까지 찾고 마무리하자. 또 ‘아/에/이/오/우’를 선명하고 크게 발성하는 훈련을 해서 발음을 분명히 하고 대화를 미리 잘 준비하자. 그럴 때에 나의 훈련과 삶에 대해 부수적으로 생기는 자신감에 감사하자.

2. 화장, 머리 염색, 성형, 주름살 펴는데 돈쓰지 말고, 자연스레 익고 늙어가자! 

 ‘난 늙지 않을 거야!’라며 어리석게 안간힘 쓰면서 늙는 것을 외면하지 말자. 과일이 익으면 더 달콤한 향을 내듯이, 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이 자연스레 익도록 하자. 화장품 향기가 아닌, 내 인격의 깊은 향내가 나도록 하자. 수많은 돈을 들여 억지로 주름살 편 빵빵한 얼굴, 그리고 진하게 화장한 나이든 사람은 무섭고 애처로우며 심지어 역겹기까지 하지 않은가! 

 

 3. 호르몬에 지배받지 말자!
 50대 여성이 되니 여성호르몬은 줄어드는 반면 남성호르몬이 증가하여 목소리가 걸걸해지고 커진다. 아줌마들의 거친 말소리를 들으면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났던 젊은 시절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녀들의 큰 목소리는 그냥 넘긴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 내용이 온통 신변잡기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공간을 잘 구분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말로 사람들이 나의 지혜를 듣고 싶어지도록 연습하자. 

 4. 여성이 아닌 한 인격으로 존경받는 인간이 되자!

 여성성의 가치는 딱 세 가지일 뿐이다: 부모님에게는 소중한 딸, 남편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 자녀에게는 지혜로운 엄마. 단 10여명 남짓한 사람이라는 아주 좁은 관계망 속에서만 나는 여성일 뿐이다. 나는 여성이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인간이다. 지구상의 80억 인구에게 나는 성적 존재로서의 여성이라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영구한 가치를 가지는 한 인간이다. 그런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가치를 발휘하도록 죽도록 연마하자. 성적 정체성을 초월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존경까지 받아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람이 되자.  

 

 5. 남은 인생의 에너지를 동물이 아닌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쏟자! 
 내가 키우는 개, 고양이에게 위로받기를 거부하자. 대신에 이보다 훨씬 더 소중한 아이, 학생,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들과 소통하는데 에너지를 쏟자. 스스로 얻고 깨달은 소중한 것들을, 경직되지 않고 말랑말랑한 사고와 뇌를 가진 이들과의 겸손한 소통을 통해 값없이 나눌 때 느끼는 기쁨에만 만족하자.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제일 힘든 것이 배신이지만, 배신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이들을 용서하고 끝까지 다시 믿어주자. 70번씩 7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신 분의 뜻을 따라서.  

 

 6. 철저하게 여성적이었던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하게 인정하되 반복하지 말자!
 부모, 남편, 자식을 뒷바라지 하느라 50대 여성의 의식, 말, 행동은 늘 분주하며 우왕좌왕해 왔다.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그런 산만함이 습관화될 나이에 이르렀다는 무서운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그래서 어떤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책임감 있게 마지막까지 마무리해 보자. 그동안 ‘여성으로서의 나’는 무언가를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그 책임지는 사람들 옆에 서있는 부수적 존재에 불과한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무언가를 시도하다 되지 않으면 쉽게 “몰라몰라”라며 내팽개치고 돌아서며 모른척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7. 1만 시간 투자해서 전문성을 쌓고 제2의 인생을 확실히 준비하자!
 어떤 일이든지 1만 시간 훈련의 법칙을 지켜야 전문성을 확보한다. 내가 설정한 어떤 일을 위해 50세부터라도 1일 3시간, 1주 20시간을 집중한다면 10년이 꼬박 걸린다. 이렇게 준비한 철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60세에 나만의 목표를 시도해 보자. 실패도 있을 수 있지만 성공에 대한 담보일 뿐이라고 간주하자. 죽기까지 인생은 완료형이 아니라 늘 진행형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조금씩 전진하자.

 

 8.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하자!
 직장, 결혼, 육아, 자녀결혼 등 세상의 눈에 보이는 것만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면 반드시 이것들이 떠날 때에 빈둥지 신드롬에 빠질 것이다. 50대부터는 정말 가치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영원히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대화하며 온 마음과 몸을 집중하자. 

 

경기도 김포시 김은정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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