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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중압감, 경영인 마인드, 신뢰의 중요

2020년 3월호(12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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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팜 세 번째 이야기]

건강한 중압감, 경영인 마인드, 신뢰의 중요성
 - 상상팜 한상기 대표에게서 듣다

 해발 650m에 위치한 청정지역 평창 땅에서 송화고 버섯재배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아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되네요.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50평짜리 1개의 재배사에서 버섯을 재배해 보았지만, 이번 설 명절에는 한 개의 재배사를 더 임대해(총 두 동)재배하는 통에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삐 보낸 것 같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일을 벌린 상황들 속에서 초보 농부가 경험했던, 고민했던, 앞으로 그려보게 되었던 것들을 작지만 나누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상상팜 세 번째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두 동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기뻤던 것은 예쁘고 싱싱하게 잘 자란 풍성한 열매들을 마음껏 보낼 수 있었던 겁니다. 한 동을 재배할 땐 물량이 한계가 있어 더 좋은 녀석들을 보내지 못해 마음이 무겁곤 했는데 이번에는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거지요. 특히 두 동 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평균율’(음악의 구약이라고도 하지요!)을 들려주며 키워서 그런지 버섯이 너무 예쁘고 균형 있게 자랐기 때문에 아주 좋았답니다. 수확할 때 농부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그래서 선물을 받으신 많은 분들이 마트에서 파는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너무 싱싱하고, 보기만 해도 예쁘고, 살짝 볶아먹으니 너무 맛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답니다. 버섯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기존의 선물 박스보다 15%이상 비싼 친환경 포장지로 선물 박스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런 시도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해 주셔서 기쁨 플러스 두 배였답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을 맛보기 이전에는 한 동에서 두 동을 재배하는 농사꾼으로 겪는 ‘엄청난 중압감’도 있었습니다. 한 동을 시작할 때 느꼈던 것과는 180도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라고나 할까요?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꼈고요. 동일한 장소라 하더라도 두 동의 환경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에(습도, 온도, 채광 등) 순간순간 변수들에 대처해야 하는 세밀함의 중요성도 많이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런 중압감의 무게만큼 두 동 재배를 하면서 배운 것도 있었답니다. 농사만 짓는 농사꾼이 아니라 농업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최고로 싱싱하고 예쁘고 맛있는 상상농부만의 버섯을 길러내고, 그것을 가장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고,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세우는 이 모든 과정들을 단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조율해 나가는 진정한 ‘농업 경영인’말입니다.  

 사실 이번에 농사 외적으로 절감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신뢰’입니다. 최고의 배지(버섯이 자라는 톱밥)를 제공한다 해놓고 실상은 작은 수익을 탐하기 위해 하자 있는 배지를 알면서도 은근히 섞어서 보내는 ‘배지 공장 사장’의 모습이 그 중의 하나라면, 반대로 수확된 버섯을 꼭 가져가겠다고 해 놓고 순식간에 더 싼 물건이 생겼다고 쌩 하는 ‘유통사’, 꼭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천원을 더 쳐준다고 하면 순식간에 천원을 좇아 쌩 가는 ‘농민들’의 모습들이 실제 이곳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잘못된 배지를 준 사람은 고객을 잃었고, 약간의 이익을 더 찾아서 약속을 뒤엎은 사람들도 재고가 쌓일 뿐 아니라 사람을 잃게 되는 상황으로 말이지요.  

이렇게 이번에 처음 도전한 두 동 재배를 통해 즐거움도 있었고, 건강한 중압감도 있었고, 배울 것도 너무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전들을 하게 될 것인데 좋은 재산으로 축적되었다고나 할까요?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독자님들! ^^
상상농부가 키운 상상버섯(일명 송화고 버섯)! 
다양한 클래식을 들으며 자란 정말 예쁜 상상버섯! 
비타민 D가 풍부하고 면역력 최고인 상상버섯 드시고 코로나19 이겨내세요~

 

상상농부 한상기/010-4592-3488
01sangsang@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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