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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찾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9. 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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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한옥 게스트하우스 스토리]

 

전 세계인이 찾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유진하우스’의 시작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고, 선산과 울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계절의 변화에 예민하고 넉넉한 시골 정서를 가지고 있지요.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녔고, Kim & Chang 법률사무소와 국회에서 십 여 년을 일했지만, 거대한 도시 생활과 감당하기 힘든 직장인의 삶으로 바쁘고 지쳐갔습니다. 저의 이러한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 선택한 곳은 일본이었습니다. 동경의 아오야마 외국어 학원을 다니며 일본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했지만, 사는 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으로 돌아와 남들이 사는 대로 평범하게 살려고 마음을 다 잡고, 조금은 늦은 때인 서른 초반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등 몸부림을 쳤지만 여전히 무언가 갈증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느리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중국 산동성 청도(칭다오)로 향했습니다. 복잡한 도시가 아닌,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어릴 적 한국과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국가 중점 대학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해양대학교 한국어과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해양대학교 부설, 세종학당이 2007년 12월에 문을 열게는 되었지만, 첫 걸음부터 순조롭지가 않았죠. 해양대학교와 한국영사관 사이에 큰 마찰이 생겨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학당 출범 기념식에는 2,0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왔으니 첫 출발부터 꽤 성공한 편이었습니다.  그 후, 6년 반의 중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예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고, 빚을 내어 70년이나 된 이 한옥을 샀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돌아와 새롭게 일을 해야 하니 이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로 결심했죠. 딸 이름을 붙여 ‘유진하우스’라고 정했습니다. 2009년 그 해, ‘한옥체험업법’이 통과가 되었고, 한옥체험업 종로구 1호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이 한옥의 정체를 알다
한옥의 역사가 꽤 오래되어 누가 살았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나름대로 이곳저곳 수소문하면서 뿌리 찾기를 했습니다. 특별히 이 집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 3호, 김태길 가옥’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는데, 한국 철학계의 거두라 불리는 바로 김태길 교수님이 사셨던 집이었습니다. 이분은 대한민국의 수필가이며, 1960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더군요. <우송 김태길 전집> 제14권,《삶이란 무엇인가, 삶과 그 보람》을 비롯하여 많은 저술을 하셨고, 우리나라 인문학과 철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었습니다. 저도 집의 역사를 보며 놀랐습니다. 사후 본인의 재산까지 철학 발전을 위해 기증하신 분이기에 기억하고 기념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종로구청에 김태길 기념관을 만드는 일은 물론, 철학자가 산책하며 사색을 즐겼던 길을 김태길 교수님의 이름으로 ‘철학자의 길’을 만들자고 건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죠. 다른 나라에서는 철학자들이 존중을 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75평 ‘글로벌 한옥’
어느덧 좌충우돌 10년의 세월이 흘러 한옥 유진하우스는 전국 각지는 물론, 전 세계 100여 개국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한옥’이 되었습니다. 한국적인 특별함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품 속에 응용하기 위해 만화가, 게임 개발자, 건축가, 디자이너, 방송인, 연예인,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미국의 한 케이블 TV는 뮤직비디오 작품에 유진하우스 느낌을 담아내고자 10시간 동안 촬영을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역설적이게 한옥에 갇혀 사는 제가(웃음) 더 넓은 세상을 알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법, 언어, 생활 태도 등 전혀 다른 문화에 제 나름으로 반응하고, 어떤 외국인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생겼습니다. 단순하게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닌,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을 알리고, 한국의 멋과 맛을 소개하는 문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묘한 사명감이 저에게 있습니다. 

 

 

기억나는 손님들, 유진하우스 홍보 모델 ‘후지미’
아~ 참 많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오신 사라박사님, 한국인 두 자녀를 입양한 노르웨이 외스타드 부부, 영국에서 오신 프랑스계 교수님, 미국 시카고에서 온 쟈니, 독일 학생 마누엘, 메디인 코리아를 외치는 러시아인 드미트리 등등… 하지만, 일본 ‘후지미’선생님과는 거의 20년 지기가 되어 갑니다. 이분은 제가 회사를 다닐 때, 점심시간에 회사 앞에서 밥을 먹다 우연히 만난 분입니다. 일본인 몇 분이 메뉴를 고르고 계셨죠.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분이 있어 제가 음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드렸는데 너무 고맙다며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사진과 정성을 다한 손 편지를 보내오셨어요. 이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봄,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자주 오셨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음식 투어, 역사탐방, 힐링 여행인지를 미리 여쭈어 여행 스타일에 맞게 정보도 알아봐드렸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 오는 지인들과 한국문화를 알리고 재미있게 지내는 일은 좋지만, 비즈니스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업적인 마인드가 별로 없는 제가 게스트하우스를 한다고 했더니 모두들 염려를 했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손님이 와도 걱정, 오지 않아도 걱정이 되던 시절이 있었지요. 후지미 선생님 부부가 게스트하우스 오픈 축하를 겸해 친구분들과 함께 방문했죠. 홍보를 하기 위해서 여러 사진들도 필요했으나, 초상권 문제로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있을 때였어요. 특히 일본 분들은 자기 얼굴이 홍보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분들이 자진해서 한복을 입고 모든 것을 허락하고 마음껏 홍보하도록 하셨죠. 김치, 다도 체험 등 우리 유진하우스 모델이 기꺼이 되어주신 분으로 너무 고마웠습니다.

 

 

한옥의 매력
거의 5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옥의 매력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습니다. 한옥은 똑같은 집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고, 해와 달, 별들을 볼 수도 있죠. 작은 마당이지만 마당의 활용도도 좋고요. 온돌과 마루로 겨울과 여름을 지낼 수 있어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햇살 좋은 날에는 툇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책을 읽기도 합니다. 이리 오감을 느끼며 사는 공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죠.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유진하우스에서 자면 잠이 잘 온다고 해요. 하지만, 한옥에서 사는 것은 자연에 우리의 삶을 다 노출해서 살아가는 거예요. 자연의 변화를 잘 적응하면서 인내해야하는 조금의 불편함도 있습니다. 이것을 현대인들은 잘 참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전통 한옥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처음에는 한국적인 것만 고집을 했지만, 장기간 머무는 외국손님들을 배려해서 침대, 식탁 등을 놓기도 했습니다. 

유별난 게스트들
중국인, 한국인들이 제일 힘들어요.(웃음)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수출했던 사람들이라 방이 작아도 한옥의 특징과 가옥의 구조 등을 설명해주면 수긍을 합니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다른 나라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고 비용도 비싸지 않고 괜찮다 생각하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방이 왜 이리 작아?” 80년이나 된 한옥이고, 서울 도심 한복판의 땅값이 얼마인지 잘 모르는 것이지요.(웃음) 마치 시골 펜션처럼 넓은 방이기를 원하며 한옥의 불편함을 계속 이야기합니다. 한겨울에 와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추우니 보일러를 계속 더 틀어달라고 하죠. 중국 사람들은 다른 방에 사람이 있든 없든, 전혀 배려하지 않고 큰소리로 말하는 등 저를 많이 신경 쓰이게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손님을 주인처럼’ 대하려는 제 생각이 종종 시험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엄마! 오늘은 어디에 있으면 돼요?”
처음에는 가족 방을 정해두고 나머지 방들을 손님용으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운영하다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손님이 머물지 않는 방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해 딸아이의 필요한 물건도 자주 없어지고, 가족들 짐을 수납할 곳도 마땅치가 않으니 힘들더군요. 그래서 딸 유진이는 “엄마! 오늘은 어디에 있으면 돼요?”라고 물어보는 게 다반사였죠. 
또 외국 손님이 우리 집에 있는 동안에는 제가 보호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밤에 늦게 귀가하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이 됩니다. 지내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신경도 쓰이고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어 어디를 가면 좋은지 알아봐 주고 하면 한나절이 다 지나기도 했으니까요. 

 

‘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 여행한다’ 발간
10년 동안 사대문 중심에 위치한 혜화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세계를 경험한 제가 가장 큰 수혜자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의 온도를 담아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할까를 고민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유진하우스에 찾아와서 경험한 것과 자신들의 인생을 나눈 스토리를 담아 올해 6월에 책으로 발행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갑자기 줄어들어 운영에는 타격을 입었지만, 대신 그 시간을 이용해 책을 집필할 수 있었어요. 십년이 되어가면서 게스트하우스만 하기에는 이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복합공간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까 고민하고 있어요. 드라마나 각종 광고촬영은 물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전문 사진사와 함께 한옥을 찾으니 촬영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요즘‘남의 집 프로젝트’를 우리 집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한 이야기와 ‘글 쓰고, 책 출간하기’ 모임을 하고 있죠. 다양한 형태의 공간 대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툇마루에 30~40명이 앉을 수 있으니 작은 결혼식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로 여러 상황이 막혀 있지만 어떻게든 타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0대 중반이 되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글을 쓰면서 멘탈도 강해져 요즈음 책 쓰기 전도사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는 김영연 대표. 외갓집 DNA인 친화력을 물려받아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고, 4개 국어(한, 중, 일, 영)로 세계의 손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천상 글로벌 한옥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한옥에 오는 사람들의 특권 중 하나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서울성곽의 아름다운 일출을 바로 김영연 대표의 안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어서 빨리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는 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김태길 교수님이 사용한 서재에서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12길 36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010-5069-3348
유튜브-한옥유진하우스TV 검색

www.facebook.com/yykim65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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