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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각오하지 않고는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1. 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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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각오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띵동! “안녕하세요! 201호인데요. 한국에서 온 마스크를 좀 나눠드리고 싶어서요.” 
4월 초, 저는 한국 마스크를 아랫집, 윗집에 나눠드렸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공적 마스크(KF94)의 수출 제한으로 한 달에 8개만 받을 수밖에 없어 많이는 나누지 못했지만, 덕분에 이웃사촌이 되는 기쁨을 알게 되었지요. 옆집에서는 쿠키를, 윗집에서는 핸드 메이드라며 쌀 케익과 함께 ‘서로 코로나를 잘 이겨내자’라며 정성스럽게 쓴 카드도 받았으니까요.

조용히 정부 방침을 따르는 사람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선언한 4월의 일본은 연일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새벽마다 들려오는 구급차 싸이렌 소리에 잠을 설친 것은 물론, 지진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자주 왔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증상이 있어도 PCR검사를 받으려면 37.5℃이상의 발열이 나흘 이상 계속되어야 했고 의사 소견 없이는 절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갑자기 죽거나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늘어났지요. 한 장의사는 정부가 죽은 사람에 대해 PCR검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아베 마스크는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된 후 6월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고, 국민의 마음을 사려고 한 재난지원금은 인터넷 신청을 해도 이를 공무원들이 다시 프린트해서 손으로 분류작업을 한다고 하니 언제 받을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정부의 늦장 대응에도 일본 사람들은 조용히 정부방침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번 난리가 날 상황인데 말이죠.

비난 받아야 할 어리석은 정부 
7월이 되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슈에서는 1000mm가 넘는 폭우로 인해 사망자(82명)와 이재민(130만 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8월초 도쿄는 이틀째, 확진자가 400명을 훌쩍 넘겼지요. 전국적으로는 매일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국내 여행 증진을 위해 여행경비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준다는 ‘go-to 캠페인’을 8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난번엔 올림픽에 집착하더니, 이번에는 국내여행에 집착한 나머지 앞으로 긴급사태 선언(지역 간의 이동금지)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국에 확산시키는 정부가 된 것이죠. 이렇게 확진을 막기 위한 대책은 하나도 세우지 않으면서 책임전가의 타겟을 잡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신주쿠와 이케부크로 지역의 유흥업소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자 정부에서는 분명히 3밀(密; 밀폐, 밀집, 밀접)을 피하라 했는데 ‘너희가 어겼으니 너희 잘못이다’라고 20~30대를 비난했습니다. 또한 도쿄도에서 확진자 수가 많이 나오자 도쿄도청의 잘못이라고 몰아붙였지요. 이런 상황 속에 시민들은 오늘도 불안한 출근을 하고 있으며, 여름휴가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 가운데 있습니다. 

비난 받았지만, 존경받고 있는 기업사장
이런 암담한 일본의 상황 속에서도 소망을 주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손정의’사장의 소프트뱅크 회사에 관한 것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전 사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키트검사를 실시했고, 자신의 인프라를 동원하여 의료원들에게 부족한 의료품과 검사키트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서 모두가 칭찬하며 부러워하는 회사가 되었죠.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극우파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검사키트와 마스크를 어떻게든 국가에다 제공하겠다고 하자 “네가 뭔데 나서냐?”등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고, 손정의 사장은 자신이 쓴 트위터의 글을 지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키트 수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섰고 부족한 의료품들을 수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프트뱅크 이사진(理事陳)들이 그에게 “최악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너무 나댄다!”등 비난의 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소식에 화가 난 저는 “목숨보다 경제가 중요하냐? 사람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겠느냐?”고 따지며 트위터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손정의 사장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그는 ‘무엇이든지 비난받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 메시지를 본 저는 동료들의 비난을 각오하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난 출퇴근하며 아베 마스크를 쓴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어. 내가 국민이라면 열 받을 것 같은데… 내가 낸 세금을 이렇게 쓰다니 말이야. 더구나 버리기 아까워 시청에 설치된 마스크 기부함에 넣어놔도 지역학교와 복지관에서는 아베 마스크는 받지 않는다고 해. 기부가 거부되는 셈이지. 열 받지 않아?”라고 말이죠. 그러자 선배와 동료들은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노보다는 포기야, 아베를 내려오라고 할 수 없어, 아베 뒤를 이을 인물이 없기에… 그래서 누구도 아무 말 못하는 거야.” 어떤 비난도 분노도 그냥 포기하고 좌절 가운데 있는 이들이 불쌍했습니다.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는 속에 고통당하면서도 그냥 견디고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회구조자체가 탑 다운(Top Down)방식으로 최고 결정권자가 결정하면 그에 따라만 가는 방식입니다. 특히 최종 결정권자가 잘못 판단했을 때는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지요. 그런데 이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주체의식을 갖고 바텀 업(Bottom Up)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집단에서 누군가가 다른 튀는 행동을 하면 비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손정의씨에게 “니가 뭔데 나서!”라고 주변사람들이 비난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주체의식 없고 비난받기 싫어하는 사회 문화 속에 사는 이들처럼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외국인으로 적응하기 위해 눈치를 보며 튀는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젠 튀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인 제가 먼저 주체의식을 갖고 옳은 것에 대해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비난을 받더라도 말이지요. 동료가 말했듯이 “사람이 없어 내려오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제 스스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기반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플랫폼을 만들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꿈을 실현한다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소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zion2020kim@gmail.com

도쿄에 사는 김지혜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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