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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그리움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1. 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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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그리움

                                       함 민 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께 생각하기

젊은 시절에 남녀는 둘만의 우주만 존재하고, 눈에는 서로만 보이며, 모든 것이 제외되어버린다. 서로 합체되어 ‘서로의 심장이 다른 편에서 뛰는’ 것을 경험하는 행복한 시절이다. 번개가 콩 구워먹는 듯한 격정적이고 육체적 사랑까지도 표현이 가능할 뿐 아니라 복되기까지 하다. 비록 자연발생적인 3년 유효한 호르몬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환영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격렬한 시어와 풍성한 노랫가락으로 찬양할만한 시간이다.
그런데 ‘새가 날아오르며 번개가 내리치는’ 격정의 짧디 짧은 3년이 지나고,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보살펴야 할 주위가 생긴다. 아이들부터 부모님까지, 또 선후배에서 제자까지. 
점점 범위가 더 넓어지다 드디어 지구의 멸망을 걱정해야 할 의무에 찌들기도 한다. 젊은 청춘시절 둘만을 바라보던 네 눈동자가 방향을 돌려 한 곳으로 집중해야 그 도전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 3년 동안이나마 둘이 서로만 바라보도록 한 것은 한 육체와 한 마음이 되어 눈을 드디어 드넓은 세상을 향하기 위한 섭리인 셈이다. 
다시 시간이 더 흘러 같이 늙어가면서 대부분은 먼저 죽거나 홀로 남아 살아간다. 그럼 이 때에 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적어도 뜨거웠던 젊은 3년의 환상을 무기력하게 반추하며 보내는 추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리라. 
단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의 각 단계를 지나는 동안 영원히 남기고 갈 그 무엇이 있느냐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리라. 처절한 자기반성, 무릎 꿇음, 정직한 고백을 올려 보는 것이리라. 반대로 뜨겁게 희생하고 처절하게 일구어낸 것에 대한 영원한 보상을 기대해 보는 것이리라. 마지막 호흡까지 격렬한 교훈을 남기고 애절한 기도를 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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