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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사가 재미있어요!

2020년 8월호(13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0. 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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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사가 재미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평창에서 자연농법을 통해 고랭지 양배추, 고추, 배추,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는 농부 ‘신종익’입니다. 고등학교와 10년의 대학생활로 인해 고향을 떠났던 것 외에는 변함없이 고향땅을 일구고 있는 평창 토박이이지요. 지금은 조금 안정이 된 가운데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패를 수 없이 맛보았답니다. 

 

 첫 번째 실패, 토마토 가격 대 폭락
 사실 2000년 쯤 귀향해서 처음 시도한 농사는 제가 전공했던 축산과는 상관없는 파프리카와 토마토 농사였습니다. 2천여 평을 재배하면서 2년차까지는 제법 큰 수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차 즈음, 토마토 가격의 대폭락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화천 철원 지역의 대규모 토마토 농장 단지 조성으로 인한 대량 생산) 차라리 저의 잘못으로 농사를 망쳤다거나 했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외적 상황으로 인해 다가온 어려움은 정말 회의감이 들었고, 술로 고민을 해결할 정도였지요. 물론 이 일로 인해 배운 점도 있습니다. 농사꾼이 농사만 지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세상도 정말 잘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농사의 흐름, 작물 재배의 흐름들을 잘 연구해서 전략적으로 재배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실패, 천연초 유통의 한계
 이런 실패 속에 새로운 농가 사업으로 도전한 것은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천연초’였습니다. 천연초는 선인장의 하나로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하는데, 관절염, 항암, 피부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초의 공급은 고향 농부, 저는 생산 담당, 선배는 유통을 책임지는 구조로 농촌에서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하지만 천연초 사업 또한 계획된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생산, 가공이 문제가 아닌 유통의 한계였습니다. 충분한 자금이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영업을 뛰다 보니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오랜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면서 시력의 상실 위기까지 올 정도로 육체적인 어려움도 같이 왔습니다. 결국 천연초를 통한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지요.(감사하게도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시력은 다시 회복이 되었답니다) 물론 이런 실패를 통해서도 배운 점은 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현재 유통 구조 속에서는 정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입니다. 

 자연 농법을 통한 새로운 도전
 돌이켜 보면, 처음 고향으로 돌아와 도전한 것들이 외적으로 볼 때 실패한 것으로만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두 번의 외적인 실패(토마토 농사, 천연초 제품)와 육체의 어려움은 새로운 농사에 도전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연 농법을 이용한 농업이지요. 자연 농법은 자연에 가까운 토양상태를 유지하고 화학비료나 농약 대신 천혜녹즙, 토착미생물배양 등을 사용하여 재배하는 것으로 자연환경도 살리고 무공해 농산물도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양배추, 옥수수, 감자 등 작물을 재배하는데 자연농법대로 짓고 있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답니다. 무엇보다 작물이 맛있고, 실하고, 토질도 좋아지니 말이지요. 그리고 저 혼자만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를 하며 대화를 하고, 좋은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농사가 재미있고 즐거워져서인지, 요즘은 농촌에 나이든 청년들 모임을 만드는데 관심도 가집니다. 농촌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보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으면 실제로 해 보면 좋겠다는 취지하에 말이지요. 부족한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실패와 성공의 경험들을 공유하는 작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신종익 농부
010-2595-4204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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