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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삼십년’ 프로젝트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1.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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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형성하는 뇌 이야기 2]

‘작심 삼십년’ 프로젝트

 

하나, 꼬질꼬질하게 때가 낀 손톱을 습관적으로 물어뜯는 아이.
둘, 지하철을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을 무시하고 새롭게 줄 하나 더 만드는 안하무인 My Way 할아버지.
셋, 임산부석을 떡하니 점령하고 앉은, 자녀가 고등학생 나이쯤 될 법한 아주머니(혹시 늦둥이를 가지셨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요). 
억지로라면 이해해줄 수 있어도 정상적으로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세 가지 모습들입니다. 우리는 왜 이런 행동을 습관처럼 할까요?

 

환경이 습관을 만든다
먼저 이 행동들을 판단하기 전에 나쁜 습관들이 형성된 배경을 이해해봅시다. 아이들이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는 무언가의 ‘결핍’을 표현한 것입니다. 대개는 물리적 결핍보다는 심리적 결핍과 관련됩니다. 심리적 불안과 욕구의 미충족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스스로의 손톱을 물어뜯는 거지요. 그리고 안하무인 My Way할아버지는 마치 그렇게 행동해야 할 소명을 받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데는 아마 이 분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놓여있을 겁니다. 이 분들 대부분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신, 가족을 악착같이 지켜내며 생존해 오신 분들입니다. 물론 이런 분들 덕에 한국도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거지요. 이 분들에게는 내 몸 편한 것과 내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공공은 둘째지요. 셋째의 경우인 중년 아주머니는 어떤가요? 보통 여자가 아이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아줌마’로 변신하면, 생리적으로 호르몬에 의한 모성애가 충만하게 되어 아이를 자기 몸처럼 애지중지하게 됩니다. 이때는 넓은 사회적 관점에 따르기보다 시야를 크게 좁혀서 내 자식을 훨씬 중요하게 여깁니다. 좀 더 시간이 흘러 자식이 성장하면 그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로 옮기지만, 사회적 이목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습관은 계속 가지게 됩니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이 적어지고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출되는 것도 한몫을 하지요. 그래서 다들 시집 안간 처녀들보다 아줌마들이 무섭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서 우리 각자는 살아온 환경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습관은 우리 뇌 속에서 어떻게 형성될까요?
이런 습관적 행동들이 우리 뇌 속에서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볼까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뇌의 작용 즉, 수많은 뇌의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신호와 호르몬을 주고받으며 일어나는 작용 때문입니다. 뇌의 신경회로는‘숲의 길’로 비유됩니다. 숲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길은 잘 다져져서 누가 보더라도 선명하게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사람들이 그 길로 이동합니다. 우리 뇌 속의 신경구조도 자주 다녀서 다져져가는 길과 마찬가지로 형성됩니다. 외부의 자극이 우리 몸에 가해지면 이 자극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뇌 부위에 전달되고, 이 신호는 뇌신경인 뉴런과 뉴런 간에 연결된 신경회로를 통해 다시 전달됩니다. 이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신경회로는 그만큼 강화되고 그것이 습관적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습관적 행동을 하면 손쉽고 익숙하게 반응할 수는 있지만, 하면 할수록 사고와 행동이 새롭거나 유연하지 못하게 될 위험도 따릅니다.
그러면 이미 형성된 나쁜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뇌에서 습관형성의 메커니즘을 따라 좋은 습관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강화하도록 노력하는 게 더 좋습니다. 새롭고 좋은 습관을 반복해서 행하면 그와 관계된 뇌의 신경회로는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나쁜 습관과 관계된 신경회로는 자연적으로 도태되니까요. 이런 뇌과학의 원리와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 성경에도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청년의 정욕을 피하고, 하나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예배하는 자들과 함께 (공)의, 믿음, 사랑, 화평을 추구하라” 

새로운 습관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길
서양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출발하여 손에 이르는 길이다’, 동양에는 ‘작심삼일’이라는 교훈이 각각 있습니다. 둘 다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어느 할아버지가 손주가 생기니 30~40년 줄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었던 사례도 종종 대합니다. 이는 중독적 흡연으로 누릴 수 있는 일시적, 현재적 쾌락 대신에 가족으로부터 받을 지속적, 미래적 존경이란 보상을 선택했던 위대한 행동이지요. 우리 뇌에는 본능적, 일시적 쾌락을 추구하는 ‘변연계 내부중추’도 있지만, 정반대로 미래적, 항구적 행복을 계산하는 중추인 앞머리 바깥쪽에 있는 ‘전전두엽’이 있습니다. 좋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전전두엽을 강화하고 인간을 가장 인간답고 위대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고 따를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에너지 특급 뇌 공장을 바꾸는 전략
뇌는 몸의 2%에 불과한 무게를 가지지만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쓰므로 에너지 소모공장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장은 특급의 에너지 효율을 가지므로, 되도록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쪽으로 최적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습관형성과 같이 변화를 시도하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상황, 창조적 시나리오, 미래적 예측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렇게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원칙을 따라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적게 드는 과거 습관을 따라 관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새롭고 창조적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 뇌 공장의 운영원리에 위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전혀 새로운 행동을 습관화하려면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야 하고 힘찬 동력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잘 훈련된 정신력과 의지와 선명하고 꾸준한 목표의식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각자의 능력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좋은 전략들을 짜서 매끄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전략1. 배수진을 쳐라
능력과 수준이 낮은 사람이라면 자발적 동기부여보다 ‘외적 동기부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뇌가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배수진을 치는 것이지요. 즉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나에게 큰 손해를 당해도 되는 경우를 설정하는 겁니다. 큰돈을 잃거나 엄청난 수치를 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 사례로, 요즘엔 비싼 회비를 내고 공부하는 독서모임들이 인기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책을 반드시 읽어와야 하고, 빠지면 벌금을 물리고 아까운 회비까지 날립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유는 그런 강제성을 자기에게 동원해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전략2. 도움을 요청하라
그리고 이런 배수진과 함께 필요한 것은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하면 가장 좋겠지만, 스스로하다 매번 실패하며 좌절하기보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작은 성공이라도 차근차근 쌓아가며 성공해 보는 경험이 처음에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럴 때 자존감도 올라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정신적 근육도 붙을 겁니다. 

전략3. 작은 목표성공에 대한 보상을 꼭 하라
그리고 우리 뇌를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동력원이 ‘보상’입니다. 보상에는 본능적이고 육체적 욕구충족과 관련된 ‘원초적 보상’이 있고, 정신적, 영적, 미래적 보상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보상’이 있습니다. 변연계는 원초적 보상 중추이고, 전전두엽은 형이상학적 보상 중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책에서는 14~20세를 ‘젊은 야만인’으로 묘사합니다. 성호르몬의 극적인 상승과 전전두엽의 미성숙 때문에, 원초적 보상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추구하도록 되어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물질적, 육체적, 현재적 보상’은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고 맙니다. 되도록 ‘오래가는 정신적, 미래적 보상’을 추구할 때, 인간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성숙하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고래를 칭찬하면 진짜로 춤을 출까요? 사실, 궁금합니다) 칭찬은 가장 쉬우면서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보상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목표를 단계별로 세분화해서 잘게 쪼갠 다음, 작은 목표를 성취할 때마다 아낌없이 자신을 칭찬하고 작은 보상을 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도 알려서 작은 성취에 대한 격려와 칭찬을 받으면 자존감과 자신감도 상승하게 됩니다. 
저의 예를 들어 볼까요?《고급영어독해집》이란 책을 한 달 기간의 목표를 정해두고 혼자 힘으로 낑낑거리며 마스터해보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현실에 직면하니 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전개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단어와 구문은 점점 어려워지고, 독해시간도 더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제가 설정한 데드라인은 다가오는데 현재 달성치는 제가 세운 목표치와는 너무 멀어 마음이 초조해지고, 집중도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목표치의 2/3정도만 달성하고 말았지요. 원인을 분석해보니 시작부터 ‘배수진’을 치지 않았던 겁니다. 즉 목표를 달성해도 그만, 달성하지 않아도 그만인 상태에서 저 자신만 믿고 무작정 시작했던 것이죠. 만약 제가 새롭게 시작한다면, 먼저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원대한(?) 목표를 알리고, 중간중간 세부목표를 점검하고, 달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보상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싶었던 필기구를 내 자신에게 선물해 주는 것 같이 말입니다. 또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솔직하게 시인하여 주위의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주변에 내가 세운 목표를 알렸으니 게으름으로 수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게으름과의 타협 또는 실패에 대한 합리화에 제 에너지를 덜 쓰게 되겠지요. 그리고 작은 성취로 선물 받은 필기구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며 꼭 필요한 도움을 주위에 요청하며 맹공해 보려고 합니다. 
세살의 나쁜 버릇을 여든까지 방치해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쓸쓸한 인생을 살 것인지, 아니면 새롭고 창조적 습관으로 모두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부정적 습관의 힘은 큽니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창조적 습관의 힘은 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이며 더 위대합니다. ‘작심 삼십년 프로젝트’ 저랑 같이 시작해보실래요?

 

청소년 뇌과학 연구소 연구원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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