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파라과이의 별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1. 29. 21:05

본문

[노익호의 음악칼럼 2]

 

파라과이의 별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

 

 파라과이에서 쓰는 50,000 과라니의 화폐에 인쇄되어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 인물이 누구일까요? 그건 바로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Agustín Barrios Mangoré, 1885.5.5~1944.8.7)입니다. 


 그닥 알려지지 않은 나라 파라과이
 파라과이는 남미대륙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메리카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나라입니다. 웅장한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국경을 맞댄 파라과이에 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멋진 곡이 흐르는 영화 <미션>에서 인디오들이 파라과이쪽 이과수 폭포를 기어오르는 장면은 극히 인상적이죠. 남한의 네 배 크기의 땅덩어리에 인구 약 700만 명, 수도 아순시온에 2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도시화율이 꽤나 낮은 나라이며 파라과이인의 90% 이상이 인디오와 스페인인 사이의 혼혈(메스티소)입니다. 또한 아직도 활을 쏘는 원주민들이 숲에서 산다고 합니다.


 이런 파라과이가 낳은 기타리스트
 이번 9월호에 소개할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망고레는 예명인데 파라과이 밀림지대의 위대한 추장 ‘카시케 망고레’를 본 따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니추가 망고레’(Nitsuga Mangoré)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구스틴의 친구 중 한 사람이 아구스틴의 이름을 한층 더 높이려고 이름을 거꾸로 읽게 하여 니추가라고 했답니다.(agustin↔nitsuga)


 망고레의 위상
 ‘파라과이의 밀림에서 온 기타의 파가니니’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파가니니는 자신이 만들어낸 연주기법을 비밀로 붙이기를 좋아해 자신의 음악을 악보로 남기는데 적극적이지 않았고, 제자도 한 명뿐이라서 그의 기법 중 상당수가 소실된 것처럼, 망고레는 파가니니와 비슷하게 생전에 자필 악보를 아예 남기지 않은 작곡가입니다. 하지만 파가니니와 달리 그의 훌륭하면서도 헌신적인 제자들이 망고레의 곡들을 악보로 남긴 것입니다. 아무튼 자신을 ‘기타의 파가니니’라고 지칭한 것으로 보아 파가니니적인 요소를 작품으로 남겼는데 그것은 왼손 운지가 무척 까다로운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삽화 : 노익호

 망고레의 진짜 위상
 세고비아가 ‘기타의 신’이라면 망고레는 ‘기타의 마왕’이라고 불리우지만, 1980년대 세고비아의 제자 ‘존 윌리암스’가 망고레의 곡을 발굴해 연주하면서부터 망고레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위대한 기타리스트 세고비아는 그의 제자인 ‘기타의 왕자(세고비아가 붙여준 별명)’ 존 윌리암스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존 윌리암스가 기타를 대중적인 악기로 만들려고 애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기의 만남
 1920년 안드레스 세고비아가 연주를 위해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방문하였고, 거기서 망고레와 운명 같은 만남을 갖습니다. 세상에서 유명해져 보고 싶은 욕망이 아예 없어 보이는 망고레와는 달리 세고비아는 남미 구석의 숨겨져 있던 별 망고레와의 만남에서 망고레의 신선한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을 신성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망고레를 만난 이후 세고비아의 음 터치가 몹시 부드러워졌는데 그것은 줄에 대하여 손가락이 비스듬히(종래엔 직각으로) 움직이고, 손톱을 조금 사용하여 줄을 치는 망고레 주법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놀랍게도 수차례 만날 때마다 세고비아가 망고레에게서 연주 해석상의 충고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기이한 풍문
 세고비아는 망고레를 자신보다 한 수 위로 평가하면서도 망고레의 곡을 생전에 단 한 곡도 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세고비아가 망고레를 질투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망고레의 침묵 덕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망고레가 고금의 위대한 기타리스트이자 기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는 소릴 듣고 있습니다.


 한 곡만 듣자면
 망고레가 지은 왈츠 3번을 들어보면 어떠하실런지요? ‘존 윌리암스’나 ‘데이비드 러셀’의 연주로요. 존 윌리암스의 연주에서는 지독한 아름다움을, 데이비드 러셀의 연주에서는 도전하고픈 욕구를 느꼈더랬습니다. 망고레의 왈츠곡에서는 프랑스적인 감흥을, 전주곡에서는 독일적인 특히 바흐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아메리카의 원주민이 유럽음악을 통달하고 있었다니 믿기 어려운 아이러니입니다. 


 맺음말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를 발견한 ‘카테리나 카셀리’(Caterina Caselli), 전설의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만난 퓨전 재즈의 전설 ‘조 자비눌’,‘망고레’와의 만남을 가진 ‘세고비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칠레에서 노익호

melquisedec.puentealt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1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