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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호의 경제TV’입니다! 경제학 박사 김정호 교수를 만나다

2020년 9월호(13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1. 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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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안녕하세요!
‘김정호의 경제TV’입니다!

경제학 박사
김정호 교수를 만나다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가 올해로 11년째입니다. 근 10여 년 동안,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는 정치와 경제 사안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치, 경제가 잘못 오용되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제 독자들에게 좌우를 떠나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는 팩트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귀에도 쏙쏙 들어오는 명쾌한 설명으로 유명한 ‘김정호’교수님을 컨텍하여, 1주일을 꼬박 기다린 가운데 답메일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당장에 약속을 잡아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교수님의 생생한 삶과 경제 이야기 속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김정호 교수

 

 ■유별나게 자립을 강요하셨던 아버지
 저는 강원도 묵호에서 자랐습니다. 치과의사셨던 저희 아버지는 엄격한 게 좀 차원이 달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에게 자수성가한 “정주영처럼 되라”하시더니,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네가 돈 벌어서 학교 다녀라” 그러셨죠. 고등학교에 떨어졌을 때 어머니는 재수를 시키려 했지만, 아버지는 “그만 학교 다니고, 산을 하나 사 줄 테니, 거기 들어가 나무 심고, 그것으로 사업을 해라”하셨습니다. 저는 이런 아버지가 너무너무 싫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뼛속까지 각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돈과 관련된 ‘경제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막상 경제학과에 들어갔으나…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경제학과가 아니었어요. 수업시간에 온통 수학만 가르치니 수학과인지, 물리학과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어요. 당시 교수들은 미국에서 배운 것을 답습할 뿐, 우리 현실에 맞게 가르칠 능력이 없었던 거죠.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있었고, 대학 4년을 다니며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영어 회화만 했고, 친구들과 오퍼상 한다고 돌아다니며 많이도 놀았습니다. 그러다 ROTC에 지원해 대기업 신입사원이 되어 교육을 받은 후,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제학
 군대에서부터 저에게 벌어진 일은 우연의 연속이었죠. 광주보병학교에서 16주 훈련을 하며 전투병과에 가기 싫어 통역장교 시험을 봤습니다. 그래도 대학 다니며 영어 회화 하나는 공부했잖아요.(웃음) 통역장교 시험에 패스는 했지만, 정작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통역장교가 아니라 성남에 있는 육군행정학교 영어교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험에는 떨어졌고 미군과 합동작전을 자주 하는 공수부대를 갈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아~ 이거 죽었구나’싶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교관요원을 뽑는 시험에 간신히 합격해 육군 제3사관으로 발령이 났는데, 운명의 장난인가요? 그토록 싫어하던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이 된 것이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이상하게 공부가 재밌더라고요. 공부만큼 쉬운 게 없고, 제 체질에 딱 맞아 평생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아~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어야 되는 거구나,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요. 그래서 자녀들에게도 “다 너희들 뜻대로 하되, 책임도 너희들이 져라!”라고 가르쳤죠. 하지만 가끔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있었어야 하는 건데’하며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웃음) 

 ■경제학 공부를 하며 영향을 받았던 학자
 먼저는 학문을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남에게 신세지지 마라! 네 것은 네가 책임져라!’는 말씀이 별 이론은 아니지만, 저의 정신적 뒷받침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하이에크’와‘리처드 엡스타인’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이에크의 가르침 중에 제가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자유가 필요한 근본 이유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매우 불완전해서 세상 일 중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그러니 섣불리 아는 척하면서 세상을 뜯어고치려고 하지 말라. 십중팔구는 더 망친다. ’저는 여기에 100% 공감합니다. 한편 엡스타인은 영국 보통법(common law)에 정통한 미국 법학자인데 경제학적 사고방식에도 철저합니다. ‘남을 도와주려거든 당신 자신의 돈으로 도와줘라.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돈을 뺏지 말라.’ 이런 가르침이 제 가슴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복잡한 이론들에 앞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때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풍요롭고 행복해진다는 결론이 저를 끌어당겼던 것 같습니다. 
 
 ■현실 속의 경제를 가르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르치는 일은 그리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연구소에 있었기 때문에 연구 중심으로 많은 일을 했지요. 처음에는 ‘지방행정연구원’에 있었고, ‘한국경제연구원’,‘자유기업원’,‘연세대’ 지금은 ‘서강대’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자로 치면 파란만장하죠. 연세대에서 본격적으로 가르치면서 현실 속의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수학은 가르치지 않았죠. 박사까지 하지 않는 이상,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이 가능한가? 
 저는 국가 차원에서 ‘분배’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같이 일을 했을 때 그 결과물을 분배할 수는 있죠. 하지만 다 따로따로 각자 일해서 돈을 벌었는데, 그것을 분배해 달라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번 돈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노력이 아닌 거죠. ‘남의 돈을 빼앗아 나에게 분배해줘!’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측은지심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세금으로 도와준다면 거기에는 누구나 동의하죠.
 남의 돈을 가지고 나누어 성장한다는 ‘소주성’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갑’이라는 가게와 ‘을’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둘 다 장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기로 했죠. 매출이 늘어, “아~ 우리 장사 잘 되네”하며 막 쓰는 거죠. 그런데 이게 뭐죠? 이것은 눈속임이고, 결국은 다 망하는 길입니다.
 ‘예비타당성(이하 예타)조사면제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당성 검사를 하지 않고 진행하는 사업을 말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사업은 할수록 망합니다. ‘타당성 조사’는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 얼마나 장사가 되는지 등을 따져 보는 것이죠. 그래서 나라 전체가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 등을 보는 건데‘예타조사면제사업’은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쓰지 않는 시설이라도 허가를 내달라 하면 해주겠다는 것이죠. 양양, 무안 등에 지어진 지방 공항이 대표적인 예인데, 쓰지 않는 시설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성장한다는 논리죠. 사업을 하는 동안에는 월급도 지급되고, 시멘트도 팔리니 뭐가 되는 것 같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나라가 성장한다’라는 말을 쓰려면, 좋은 것,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같은 것을 만들더라도 원가를 더 싸게 하거나, 같은 노력을 해도 더 많이 생산하거나,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더라도 공해를 줄인다든지 등 이런 좋은 것이 성장을 이루는 건데, 돈을 그냥 나누어 가지고 잔치 벌이듯이 하는 것은, 성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잔치를 벌일 때는 배가 부르지만, 그 결과 돈이 없어지는 것처럼 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거론되고 시행되고 있는 이유를 국민성과 제도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는 국민성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
 ‘홉스테드’(Hofstede)라고 하는 네덜란드 사회심리학자가 세계 80개국 나라의 국민성을 5개 속성을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개인주의-집단주의, 장기-단기적 안목, 권력-평등 지향성, 남성-여성성, 모험-안정 지향성의 5가지 속성입니다. 위의 이야기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속성은 ‘개인주의-집단주의’입니다. 결과를 보면 스웨덴, 미국, 영국 등 주로 앵글로 색슨, 북쪽의 게르만 바이킹족들이 가장 개인주의적입니다. 동양인인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폴, 대만과 남미계 등은 굉장히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북유럽계의 앵글로 색슨은 철저히 자본주의 체제이자 복지주의로, 가난한 사람도 세금을 30% 이상 냅니다. 얹혀사는 게 아니고 나라에 보험을 드는 거죠. 부과세 등을 합치면 전 국민이 소득의 50% 이상의 엄청 많은 세금을 내는 겁니다. 이 나라들은 자기가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국민성과 제도가 맞습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국민성과 제도가 맞아요. 사회주의에 포퓰리즘이니 맞는 거죠.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맞지 않는 지역이 바로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입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봐도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폴, 대만 등은 집단주의 성향이 아주 강하거든요. 그런데 제도는 개방경제, 시장경제로 미국과 영국식 경제입니다. 굉장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할 때 미국의 힘이 굉장히 강했고, 우리나라는 6.25 이후 미군정으로 미국의 제도가 그대로 들어왔죠. 대만도 거의 같고, 홍콩은 영국제도, 싱가폴은 이광요(리콴유)후에 독재로 이 모든 것은 전부 국민이 원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과거부터 우리는 집단주의적인 성향과 서열이 강하고 공동체를 굉장히 따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공동체를 위해 뭔가를 해주겠다하는 공동체주의라기보다 내가 공동체로부터 덕을 보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북한의 경우 김일성 통치 때는 인민들이 원했고 대다수가 행복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통치방식이 인민 몸에 맞았던 거죠. 황장엽씨가 김일성을, 보살펴주고 착취하지 않는 임금님으로 훌륭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니까요. 그러기에 현 정부가 펼치고 있는‘소주성’정책과 정치적 포퓰리즘은 다분히 우리의 국민성과 딱 맞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옷으로 리폼을 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남미국가들의 연이은 경제 붕괴는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닌 것이죠.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서양의 개인주의
 반대로 공동체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일수록 강합니다. 역설이고 아이러니컬하죠. 도리어 미국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데, 커뮤니티의 행사 등에 더 참여하고 뭔가를 하려고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2년 전에 기회가 되어 스위스에 중앙은행, 신문사 등을 다니며 공부만 하러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호수가 그렇게 많은데, 표지판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 데나 들어가서 수영도 할 수 있는 거죠. 정말 위험해요. 설사 수영하다 죽어도 자기 문제입니다. 스키장도 옆에 안전망이라든지 막아 놓은 것 자체가 없습니다. 이것 또한 사고 나면 자기 문제인 거죠. 가지 말라는 사람도 없고, 죽었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런 일로 나라가 뒤집어지지도 않죠. 그런데 다른 방면에서 놀란 것은 3~4층 되는 공동주택에서는 밤 10시가 넘으면 변기에 물을 못 내립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한 것 같은데 이게 개인주의의 기본 속성인 것 같아요. 개인주의가 철저한 나라일수록 자기 자유의 영역이 분명하고,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도 분명하고, 그것 이상은 요구하지도 않는 것이죠. 하지만 공동체주의에서는 선이 분명하지가 않아요. 어디까지가 내 것이고, 어디까지가 공동체 것인지.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공동체에 주기보다는 공동체에서 받고자 하는 것이죠.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증권사에 있는 분이 증시 전망을 이야기하며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서방과 미국진영과 중국진영이 쪼개진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과 국제사회 질서를 깨뜨리는 일을 마치 자기 안방에서 하듯이 하고 있음을 깨닫고 뒤늦게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에 나섰고, 중국을 떼어 내려 하고 있죠. 그런데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은 시큰둥했고 도리어 미국 대신에 중국하고 손을 잡으려 했습니다. 가장 최근 올해 2월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 몇 달 사이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과 다리를 놓으려고 하지만, 소위 선진국들은 다 중국과 떨어지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중국은 서방세계가 바라는 대로 절대 바뀌지 않으니까요. 서방이 동양을 모르고 특히 중국의 근본을 몰랐던 것이죠. 무엇보다 중국은 완전히 패권국가로 가겠다는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설사 시진핑이 실각하더라도, 1억 명 공산당의 분위기가 이제 우리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겠다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는 더 위태롭게 될 것이 뻔할 것입니다. 

 

 ■중국의 미래는?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중국이 다른 서방국가보다 나아요. 왜냐하면 코로나19에서 빨리 벗어났거든요. 요즘의 지표는 코로나19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났느냐를 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중국은 소련처럼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미국이 중국을 여러모로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스스로도 꽤 오랫동안 자력갱생을 추구했습니다. ‘중국제조 2025’,‘차이나 스텐다드 2035’는 중국이 모두 자급자족을 하겠다는 겁니다. 중국도 미국을 떼어 내겠다는 계산이 있는 거죠. 무엇보다 중국편으로 많은 국가들을 포섭하려고 일대일로를 시행하고 있고요. 하지만 중국은 도리어 코로나19와 정치적인 문제들로 서방 세계에서 분리되고 있습니다. 서방시장이 없어지면 시장이 작아지고. 시장이 작아지면 산업도 작아지고,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기도 어렵습니다. 또 시장이 작으면 생산이 줄고, 원가가 높아지거든요. 결국 가라앉는 겁니다. 앞으로 중국 인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국진민퇴’입니다. 국영기업이 전진하고 민간기업이 퇴진한다는 거죠. 즉 민간기업이 부도가 나면 국영기업이 됩니다. 그냥 주인만 바뀌는 거죠. 국영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빚도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국영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지죠. 점점 더 소련식으로 가는 것이죠. 중국은 공산당체제인 자기들의 이상에 맞는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만, 그 체제는 생산성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황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은행을 국가가 통제하고, 국영기업 시스템으로 장사가 되지 않으면 국가가 대신 내어주면 되니까요. 소련이 그랬습니다. 경제는 붕괴된 적이 없지만, 최종적으로 국가가 붕괴된 것이죠. 중국은 1979년 등소평 시대부터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되고 2015년까지 약 36년 동안 서방과 비슷한 경제 체체를 임시로 가동 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익숙한 통제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거죠. 
 더욱이 파키스탄, 수단, 이란, 아프리카 등의 나라에 일대일로 정책으로 받지도 못할 차관을 해주며 전혀 돈이 되지 않는 국방목적의 인프라 시설들에 돈을 쏟아 부었죠. 엄청난 국력 낭비입니다. 특히 홍콩달러가치가 홍콩 안전법 이전보다 더 세졌어요. 서방 나라 자본들은 다 빠져나간다는데 이게 어찌 된 것인가? 증시와 주가를 중국에서 다 받치고 있는 것이죠. 중국투자자들이 들어와 모두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실제는 장사가 되지 않는 주식들을 투자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중국이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정말 빨리 곪아가고, 속이 비어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분배정책, ‘소주성’으로 그리스 정도 망하는 것은 괜찮다고 봐요. 그리스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어요.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가능한 상태니까요. 그래서 언젠가는 바뀔 수 있고, 또 정신 차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한국은 아주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까 걱정이 많습니다. 베네수엘라가 그렇거든요. 차베스도 민주적 선거로 당선되었지만, 대중 독재가 되었죠. 차베스 지지층과 차베스 정치세력이 결탁되어 국민 30%가 나머지 70%를 지배하는 독재시스템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을 서야 하는 정치적 위기 상황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G7플러스에 들어와라’하는데 이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모임이죠. 거기에 ‘이코노믹 프로스페리티 네트워크 Economic Prosperity Network’을 미국이 제안해 놓았어요. 미국의 동맹국들을 연합해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서방 기업들을 받자는 네트워크인데,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 등은 이미 들어가 있고, 우리도 선택을 강요받고 있죠. 또 영국에서는 화웨이 배제동맹 ‘D10’에 들어오라 제안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5G 네트워크’을 만들자는 것이죠. 이 제안도 분명히 선택해야 할 입장인데, 여기에 가입하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제 생각엔 중국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즐기는 것도 배워야 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아름답지가 않아요. 부끄럽고 제가 내놓을 만큼 당당하고 떳떳하게 행동하지도 않았고 썩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청년시절에는 ‘생존’그 자체가 삶이었어요. 그래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빨리 30대가 되어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아버지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 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봐도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다행이고 천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남에게 신세지지 말고, 책임지고 살라’는 가르침으로 이 만큼이나마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좋은 과거가 생겼어요. 4년 전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저의 삶에 여행이라는 것은 없었죠. 출장, 가족여행도 갔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고 참으로 귀찮았습니다. 그런데 제 집사람이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서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보상으로 집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진짜 여행을 가게 된 것이죠. 한 3년 정도 다니며 여행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여행 준비에서부터 도착해 다니는 여행의 맛, 즐거움, 안락함, 여유로움을 알게 된 것이죠. 그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한편으론 ‘아~ 즐기는 것도 배워야 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죠. 

 ■앞으로의 계획
 저는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유튜브를 하며 굉장한 즐거움을 얻게 되었죠. 바로 세계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국내 토지문제를 중점으로 봤다면, 유튜브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준비하며 다른 나라도 공부하게 되고, 외신을 더 많이 보게 되었죠. 전 세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세계에 대한 공부를 좀 더 깊게 해서 세계 속에서 한국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정호 교수님은 대화 중간 유튜브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천진한 웃음을 띠며 쑥스러워하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명하고 솔직하셨습니다. 유튜브 강의에서도 삼천포로 빠지지 않기 위해 토씨 하나도 다 쓰신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독자들을 위해 경제에 관한 글도 기고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교수님이 예측해 주신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의 숙제들을 마음에 안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김정호 교수

경제학박사(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법학박사(숭실대학교) 
도시계획석사과정수료(서울대 환경대학원) 
경제학사(연세대)

현)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2019~현재)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2012-2018) 
자유기업원장(2003-2012)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1990-1997)

저서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
법. 경제를 만나다 
사유재산권과 토지공개념 등 저서 17권

 

 

유튜브-김정호의 경제TV

kim.chungh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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