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1)

2021년 3월호(13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5. 21:38

본문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1)

 

버스를 보고 경악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는 예상하고 있었다. 캠핑카의 크기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로 3미터에, 세로는 마을버스 길이였다. 클 것으로 예상해서 나의 매형들은 버스 면허증을 따왔다. 인터넷에서 보던 캠핑카를 두 눈으로 맞이한 두 매형에게도 그것은 경악 그 자체였다. 우리는 이 캠핑카의 이름을 ‘뿡카’라고 지었다. “뿡뿡”거리면서 운전하는 것이 방귀를 자주 뀌는 우리와 닮아서다.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는 요세미티다. 이 곳은 작은 누나가 선정한 목적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작은 누나는 서부에서 이곳은 꼭 가야한다며 강조했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에서 자주 보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로 떠난다. 네비게이션에 그곳을 찍는다. 300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곳의 일정을 정리하며 몇 천 키로가 넘는 거리를 보고 또 다시 경악한다.


미국 캠핑카는 대부분 픽업트럭을 개조해서 만든다. 미국 자동차 회사 대명사답게 ‘포드’의 픽업트럭을 개조한 캠핑카가 가장 많다. 아무리 힘 좋은 픽업트럭일지라도, 개조를 하면서 효율은 많이 낮아진다. 게다가 거기에 8명이 타고 있으니 그 효율은 거의 최악에 가까운 수준이다. 요세미티를 가는 길에는 암벽 등반에 가까운 기울기를 가진 도로를 만났다. 급경사와 꼬불꼬불한 길을 더불어 그 길은 아주 길어 보인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종종 귀가 먹기도 했으며, 답답함을 경험했다. 심지어 우리의 뿡카는 “나 힘드니까 에어컨 좀 꺼줘”라고 말했다. 그렇게 도착하니 시간은 5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출발한지라 너무나도 배가 고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은 우리 미국에서의 첫 번째 숙박지라는 사실이다. 즉,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우리의 시행착오가 시작된다.


22개월도 안된 조카는 나의 큰누나인 이모와 놀기 시작하고, 작은 누나와 엄마는 캠핑카 안에 있는 주방에서 가져온 반찬과 음식을 정리한다. 그리고 올라오기 전, 미국 최대 창고형 마트인 ‘월마트’에서 사온 재료를 손질한다. 작은 매형은 각종 버튼을 조작해 캠핑카를 고정하고 확장한다. ‘슬라이드’라는 기능을 이용하면 숙박과 요리에 유리하도록 크기가 가로로 더 넓어진다. 
큰 매형과 아빠는 땔감을 가지러 간다. 그리고 나는 토치를 빌리러 옆 캠핑카로 떠난다. 자신 있게 떠났지만, 사실 나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음… 토치! 위 돈 헤브 디스…”라고 겨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캔 아이 으흠으흠?” 빌린다라는 표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은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여행 온 부부였고, 나를 귀엽게 봐주었다. 다행히 낯선 이방인에게 토치를 흔쾌히 빌려주었다.
내가 빌린 토치로 큰 매형과 아빠는 불을 피웠고, 작은 매형과 나는 부엌에서 손질된 재료를 운반했다. 그리고 나는 매형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구워지는 고기를 보다 문득 떠올랐다. ‘이 어마무시한 풍경에서 고기를 굽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정리하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을 마무리하고 테이블을 펼쳐 여행 첫 목적지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평소 집에서 맞이하는 대화와 다르게 미국에서 맞이하는 대화라서 그럴까? 우리는 더 깊어지고 많은 공감을 서로 공유했다. 대화가 끝나고, 피곤한 사람은 꿈나라로 떠나고, 나는 혼자 이어폰과 휴대폰을 챙겨 산책을 나선다. 바깥은 모든 불빛이 꺼져있다. 10시 이후에는 어떠한 불빛과 소음도 허용되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별 빛 뿐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 마주한 별빛은 감탄사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서울에서 봤던 별 중 가장 큰 별이 여기서는 가장 작은 별이었다. 그 어떤 것과 비교조차 안 되는 별들의 뮤지컬에 다시 한 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위태한 유산’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위대한 유산’이다. 부동산 같은 모양새나는 유산보다는 보석처럼 빛나는 감사와 사랑이라는 넓은 토지 위에 행복이라는 높은 건물들을 지어 물려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 여행을 1000번 넘게 추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순간을 통해 그 말의 의미를 마음 속 깊이 새겨본다. Good night.

《위태한 유산》의 저자 제 준

xmfrhd5@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7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