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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지만 센스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 ‘분분’

2021년 3월호(13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4. 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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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촌스럽지만 센스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 ‘분분’

 

애니메이터에서 쌀국수집 사장으로
20대를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부에 올인하고 3년간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며 10년후의 제 모습을 상상했을 때, 점점 열정이 식어가는 직장 선배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았죠. 미국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애니메이터에게 직접 배우며 고 퀄리티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을 꿈꾸었는데, 여러 상황이 안되어 한국에 들어와 취직을 하고 보니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하는 환경 자체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마치 신라호텔 주방장이 되려고 십수년 요리공부를 해왔는데 현실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정말 그냥 일자체가 되어버려 사무실에서 일했던 3년은 저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발을 담궜던 분야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다른 일을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저를 응원해준 와이프에게 고마운 마음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참 열심히 노력했죠. 
사업을 마음먹고 아이템을 찾던 중, 미국 유학시절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던 베트남 쌀국수가 생각났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고 난 후로는 그 때 먹었던 그 쌀국수의 맛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요식업을 할 때는 반드시 자신이 몇 년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을 해야하는데 저에게는 그게 딱 쌀국수였습니다. 


정동길에서 시작해서 동편마을의 분분이 있기까지
첫 분분은 정동길 이화여고 근처에서 4년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잘되었습니다. 매장이라는 게 키우는 아이와 비슷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하고 손이 많이 가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자리를 잡고 어느정도 안정화 되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초반 2~3년 동안 장사가 잘 안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기니 돈에 욕심이 생긴 것이지요. 식자재 조금 아끼고, 육수에 물 한 번 더 타고, 이런 전략을 썼더니 단기간에는 정말 수익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님들이 초심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시더군요. 그렇게 위기가 찾아오고, 또 정동길 매장이 다른 사람과 동업으로 했던 것이라 다른 문제들도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2019년 10월, 안양 동편마을에서 분분을 시작했습니다. 한 번의 뼈아픈 실패가 지금 분분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
베트남 길거리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미빵의 샌드위치, 밥에 얹어주는 숯불고기, 분짜, 그리고 거기에 쌀국수까지 먹는 느낌을 분분에서 느끼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동편마을 분분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제가 직접 했는데 최대한 촌스러워 보이길 바라며 멀리서도 눈에 띄는 민트색의 외벽과, 알록달록한 내부로 구성했지요. 촌스럽지만 센스있게 어울리는 이런 인테리어들이 베트남 길거리에서 먹는 느낌을 한몫 더해주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부담없이 언제든 분분에 편하게 오셔서 푸짐하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절대 음식재료는 아끼지 않고요. 언제든 양이 부족하면 더 드리고 있답니다.


분분에서의 추억
정동길에서 가게를 할 때에는 근처에 대사관들이 많아 외국 손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카페나 식당의 직원, 사장들과 손님들이 외국인 특유의 몸으로 하는 인사를 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그렇게 사람들과 인사하며 관계를 맺었습니다. 아마 외국인들도 한국에는 없는 그런 문화가 그리워 저희 가게를 더 많이 찾아오고, 좋아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랬던 손님들이 한국에서의 계약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저를 찾아와 그동안 고마웠다며 편지에 선물까지 주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굉장히 자주 찾아주던 캐나다 대사관 직원은 한국에서의 근무기간이 끝나 다른 나라로 가게 되어 2년 정도 보지 못했습니다. 동편마을 분분 오픈준비로 분주하던 어느 날, 한국에 왔다가 저를 보려고 정동길 분분에 왔는데 어디있냐며 문자가 오는게 아니겠어요? 세월이 흘렀지만 저를 기억하고 찾아와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요식업 사장은 체력이 필수
요식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일입니다. 저는 지난 5년동안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픈준비를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퇴근은 가게 문을 닫은 후에야 하니 거의 하루에 13시간을 꼬박 근무하는 셈이지요.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딱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업무시간 외에도 할 일들이 많은데 그것은 다 저의 몫입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시간 오래걸리는 작업은 미리 해놓고, 육수도 미리 끓여놓고, 그러다 10시가 되면 그때부터는 또 저의 일을 하고… 이것을 쉴 새 없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계속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해가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지니, 손님이 많아져도 마냥 좋아할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많이 떨어져 아르바이트생들도 줄인 터라 갑자기 손님이 많은 날은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몸은 녹초가 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 돌보듯 가게를 키워내려면 정신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분분의 모습
지금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분분을 키울 생각이지만 한국에서 프랜차이즈화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처음 정동길에서 분분을 할 때에 서수원에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운영 해 본적이 있는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관리도 쉽지 않고, 업주와의 협업도 어려운 점이 많았거든요.
최종 목표는 미국에서 확실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앤아웃(in-N-out)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햄버거라고 딱 아는 것처럼 ‘분분’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에서는 이름있는 쌀국수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하기엔 정말 최적화된 나라입니다. 법적으로도 보호가 잘 되어있고요. 물론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고 매장 하나 여는 것도 자격증을 받아야 하는 등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만들어서 시스템을 구축하면 정말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미국에 가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들이 분분의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정동길에서 매장을 운영할 때 근처에 있는 러시아,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에서 여러 사람들이 분분을 많이 찾아주었는데 그들이 저희 음식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분분을 확장하려면 외국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2021년 올 한해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분분의 쌀국수를 먹어볼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저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겠죠?(웃음)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 분분 대표 김진한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27번길 17 1층
031-347-0306 | youtube 분분TV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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