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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earth For us’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2021년 5월호(13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5. 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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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For earth For us’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사람들이 듣기에 얼스, 어스 발음이 비슷하잖아요.‘ for earth, for us’
그래서 ‘지구를 위하는 일이 우리를 위하는 일이다’ 이렇게 부르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광고학과 학생에서 제로웨이스트 카페 사장님으로
저는 광고를 배우는 학생이었지만, 환경에 관심이 많고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절약하는 습관과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죠. 할머니께서 휴지를 사용하신 후에 항상 말려 또 쓰셨고, 부모님께서도 전기나 물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셨거든요. 또 커피에 관심이 많아 ‘얼스어스’라는 인스타 계정을 통해 예쁜 다회용기나 잔에 음료와 디저트를 담아 사진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생 시절 카페 알바를 하다, 가게 내에서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컵이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되었죠. 특히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컵들은 마시고 나면 새것처럼 깨끗한데,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집에서 양말 정리함으로 재활용해보기도 했지만, 혼자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카페를 만들어 가게 내에서만이라도 다르게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음료는 텀블러, 케이크는 다회용기에
 저희는 환경 캠페인 같은 문구를 따로 적어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장은 텀블러나 다회용기에만, 휴지가 필요할 땐 손수건을, 빨대 대신에 스푼을 제공합니다. 또 요리할 때는 비닐랩 대신 실리콘랩을, 유산지 대신 무스틀을 사용해 일회용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죠. 무엇보다 천연수세미, 고체비누,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보다 효율적인 면도 함께 고려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제품들도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원두 봉투, 우유팩, 휘핑크림 같은 재료들이 담긴 포장재는 기업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가게에서 디저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바꿀 수가 없어 항상 아쉽죠. 그래서 한 번은 원두를 공급받는 ‘커피 리브레’에 포장박스 테이프라도 종이테이프로 바꿔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문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종이테이프로 바꿔주셔서 감사했고, 이렇게 작은 것부터 바꿔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용기를 가져오는 손님들
 처음 카페를 오픈했을 때 저희 가게는 포장 자체가 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손님께서 포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신 후, 그릇을 가지고 올 테니 해달라고 하셨죠. 집에서 사용하던 그릇을 가지고 오셨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그 후 멀리서 오는 손님들도 밀폐용기, 반찬통들을 많이 가지고 오셨습니다.
 카페를 운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남성분께서 여자 친구가 이곳 케이크를 먹고 싶어 해 포장하러 왔는데, 어떤 그릇이 맞을지 몰라 가지고 왔다며 엄청 큰 튀김팬을 건네주셨죠. 그래서 거기에 조그마한 저희 케이크를 하나 넣어 가지고 가셨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저희가 지금은 항상 사진으로 기억들을 남기는데요. 초반에는 따로 인증샷을 남기지 않아 그때의 사진은 없지만, 이 기억이 아주 인상 깊게 남아 라디오에 사연으로 나간 적이 있었죠. 그래서인지 그다음부터 냄비나 프라이팬 심지어 주전자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꽤 많아졌습니다.


현실적으로 다회용기를 써야 하는 이유
 이제는 인지도가 생겨 방문하는 손님들이 꽤 있지만, 저도 자영업자로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생계 앞에 부딪힌 자영업자들에게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저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정부가 이런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00원, 1000원 이렇게 비현실적인 가격이 아닌, 몇 천 원씩 일회용품의 가격을 더해 소비자가 상품의 값과 함께 모두 부담하게 하고, 만약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가지고 올 경우, 일회용 비용을 빼주는 방법도 있겠죠. 이 정도는 해야 소비자들도 직접 다회용기를 가져가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생분해 용기를 쓰면 되지, 용기 값을 아끼려 한다는 반응들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조금만 공부해보면 생분해 용기도 무조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해로운 것임을 알 수 있죠. 재활용 생태계에서는 생분해 용기를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는 외래종이라고도 표현하거든요. 그래서 아직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쓰고 있는 다회용기에 담아 먹고, 설거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작지만, 큰 바람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케이크를 예쁘게 포장해가고 싶은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디저트에 맞는 예쁜 용기를 굿즈로 제작 후 판매해, 오실 때마다 이 용기에 포장해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것 또한 불필요한 소비라 생각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님들 중에 기존의 반찬통이 반찬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용기를 새로 구매해 들고 오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용기를 제작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환경에 플러스가 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최근 들어 굿즈 제작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카페는 제가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에도 혼자 뿌듯함에 열심히 일했죠. 손님들에게는 저희 카페를 방문할 때 ‘아! 이렇게도 운영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카페임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I  인스타주소 earth__us

 

얼스어스 연남(12~9:30)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49 
지층 오른쪽 민트색대문

얼스어스 서촌
(평일 12~9, 주말 12~9:30)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94-1 1층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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