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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 토종농사, 토종음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가배울’

기업/창조기업들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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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살리기 운동]

 

토종씨앗, 토종농사, 토종음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배울’

 

  이번 2017년 4월호에는 우리나라 토종 씨앗 살리기 활동을 하는 ‘가배울’을 운영하는 여성학자이자 공동체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희 대표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가배울’의 탄생

  ‘가배울’은 축제를 의미하는 ‘가배’와 울타리를 뜻하는 ‘울’을 합친 말입니다. ‘가배울’의 시작은 좀 특이합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인 ‘양성평등지역문화 확산사업’의 연구책임자로 2년간 활동하면서 프로젝트에 선정된 10여 군데의 농촌을 답사하였습니다. 그 때 일제 강점기에 유명했던 여성국악인 ‘함 동정월’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컨설팅하러 강진을 방문하였습니다, 컨설팅을 위해 자주 갈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남도의 자연과 문화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2008년 12월 건강상의 이유로 교수직을 사직하고 2010년에 강진을 거점으로 ‘가배울’을 임의단체로 만들었습니다. 자연과 오래된 지역문화의 궁합이 기가막히게 잘 어우러진 남도인데, 노인만 있었습니다. 농촌이 큰일 났다 싶었고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배울’은 문화 답사 단체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곳에 오다 보면, 와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답사를 하면서 꼭 한 끼는 마을에 들어가 먹었습니다. 그 중의 한 곳이 ‘달마지’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먹은 된장국이며 모든 음식이 남도의 깊은 맛 그 자체였어요. 그 맛이 참 남달라 인상 깊었는데, 나중에 토종씨앗으로 지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서 눈이 번쩍 뜨였지요. 그 후, 2013년부터 ‘도농상생(都農相生)’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토종농산물을 제철에 보내주는 ‘꾸러미’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단법인 ‘가배울’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이 되어가네요. 이때부터 토종씨앗과 그 농산물로 만든 음식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어요.

 

 

토종농산물을 우리의 식탁으로!

  ‘가배울’은 계절별로 그때 그때 나오는 제철 농산물을 ‘꾸러미’로 소비자들에게 보내 드려요. 2월에는 ‘야생냉이’, 3~4월에는 ‘머위대’가 제철인데, 그것을 채취해서 보내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보내드립니다. 온갖 종류의 토종 농산물이 나오는 가을은 제일 풍성한 계절이죠. 작년에는 ‘선先구매’를 처음으로 해 보았습니다. ‘달마지’마을은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100평에서 300평의 소규모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작년 12월에 120여명 회원분들이 1200만원 상당의 선구매를 해 주셔서 다양한 ‘꾸러미’를 보내 드릴 수 있었지요. 볶음 참깨, 생들기름, 된장, 청국장, 고추장, 강냉이, 간장, 토종보리 누룽지, 감식초 등 10가지를 보내드렸죠. 올해도 선구매를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농사를 어느 정도 지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거든요. 소비자들이 토종종자로 생산된 농산물을 받아 볼 수 있도록 블로그나 카톡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꼭 ‘가배울’후원회원이 아니어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두려움, 토종종자로 이길 수 있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은 표기하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GMO반대 전국행동 단체가 생겼고 여기에서 ‘표기제’를 하자는 법안을 내 놓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GMO식품의 불안에 떨고만 있을 게 아니라, 앞으로 종자 전쟁이 인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자자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져 노르웨이에는 ‘국제 스발바르 종자저장소’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습니다. 씨앗을 보존하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이죠. 우리나라는 농업기술센터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토종종자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달마지마을도 현재 40여종의 토종씨앗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0년이 가는 종자도 있는 반면, 몇 십 년도 못가는 종자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토종씨앗을 계속 심고 수확물을 소비하는 방식이 토종종자를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토종음식이 토종종자를 살립니다.

  그래서 ‘가배울’은 다양한 토종종자로 생산된 토종농산물과 그것의 가공품을 전국적으로 유통시켜, 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동시에 그것을 계속 사용하게 함으로 보존하려는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에서 토종농사를 살린 분들은 사실 ‘쉐프’들이었어요. 먼저 ‘쉐프’들이 좋은 식재료로 토종농산물을 찾아 사용하고, 또 고객들은 이것으로 만든 음식을 소비하면서 토종농사가 활성화되었죠. 일본에는 토종식당이 1500개나 되고 역사는 20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곳도 없어요. 토종 농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곳은 저희가 최초인 셈이죠. 토종종자를 연구하다 보니 결국은 우리 입에 직접 들어가는 식품이 중요함을 점점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본의 아니게 장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두부공장을 찾아가서 토종종자를 주고 두부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토종 보리누룽지를 개발하고, 들깨강정과 생들기름을 만들며 운영위원회와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찾고 연구하고 있죠. 하지만 ‘가배울’이 비영리이고 회원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늘 어렵지요. 특히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토종종자와 개량종자의 차이

  토종종자는 바람, 벌, 나비 등의 수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반면, 유전자를 빼고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유전자조작 종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개량종자도 씨앗에 방사선 또는 화학 처리를 하므로 3년이면 퇴화해서 씨앗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량종자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대량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 먹던 토종 ‘홍옥’사과 한 개가 현재의 개량된 사과 10개를 먹는 것과 영양이 같다고 할 정도이니 얼마나 토종이 중요한가요! 그래서인지 강진의 농민들은 관절이나 허리는 안 좋아도 다른 질병이 없이 건강한 편입니다. 또 개량종자들 대부분은 제초제로 코팅이 되어서 나오는데, 이 제초성분이 꽃가루에 남아있어 그것을 먹은 벌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토종종자의 보존과 재배는 매우 중요한 것이죠.

 

 

‘가배울’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농산물을 너무 싸게 먹고 있어요. 커피 한 잔도 5,000~6,000원 하는데, 농민이 수고하여 지은 생산물은 제 값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죠. 정부보조금이 있지만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분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죠. 대략 우리나라 한 가구당 월 식비가 6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의 외식비용으로 토종 농산물을 사서 요리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현재는 토종농산물 소비율은 아예 통계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일 겁니다. 작년에는 3년에 한번 꼴로 오는 흉작 때문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선구매 받은 생들기름을 고객들에게 보내드리기 위해 ‘꾸러미’에 넣었는데, 수확량이 적어 인건비도 지불할 수 없었거든요. 단순한 건강 먹거리가 아니라, ‘토종종자를 지키려는 건강한 먹거리’에 의식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토종두부콩으로 진짜 단단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달마지’마을만으로는 부족해, 60만평 밭을 가진 해남의 ‘땅끝 황토친환경조합’에도 천 평 정도의 토종콩 농사를 부탁했다는 김정희 대표님. 조그마한 체구에도 토종이라는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2시간의 인터뷰를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사) 가배울 대표 김정희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대월달마지길 106-36
 070-7867-7741   blog.naver.com/gabaewul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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