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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방앗간’ 들어보셨나요?

2021년 8월호(14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8. 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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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스토리]

‘플라스틱 방앗간’ 들어보셨나요?

 

쌀 대신 플라스틱을 빻는 방앗간
우리는 묵은 쌀을 대부분 방앗간에서 빻아 떡을 만듭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도 묵은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지인을 통해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데이브 핫켄스의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접한 후, 한국화 시킨 이 프로젝트가 공모에 선정되어 작년 7월 플라스틱 방앗간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오픈소스로 도면을 공개해 플라스틱을 조각내는 분쇄기와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할 수 있는 압출기, 사출기를 누구나 제작해 업사이클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죠.

 

모아진 플라스틱 뚜껑들


재활용의 배신
현재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집에서 분리수거를 해서 버려도 제대로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별장에는 엄청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빠른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굴러가는데, 이때 플라스틱은 PET, PE, PP처럼 세부 재질과 종류에 따라 나눠져야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작은 플라스틱까지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재활용 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되어 버리죠. 이런 사실을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주재료로 사용합니다.

참새클럽과 둥지클럽
방앗간에 참새들이 모이듯이 저희는 플라스틱을 모아주는 개인 회원들을 ‘참새클럽’, 단체나 동아리들은 ‘둥지클럽’이라 부릅니다. 지금까지 3개 시즌을 진행하면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2개월 동안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주면 그에 따른 리워드를 해드렸죠. 2020년 7월, 첫 번째 시즌은 약 1000명, 두 번째는 약 2000명, 올해 3월에는 5000명 정도 신청을 받아 세 번째 시즌만 병뚜껑 약 2200kg정도를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다보니 택배물량이 너무 많아져 분류작업만 4~5주가 걸렸죠. 환경을 위한 작업인데 택배로 인해 환경을 다시 더럽히고 있는 게 아닌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예약 후 직접방문, 전시회나 주변의 제로웨이스트 숍을 통해 전달할 수 있도록 수거 시스템을 바꾸었죠. 그리고 전국에서 플라스틱 방앗간과 함께하는 40개정도의 수거거점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지도를 통해 우리 지역, 동네의 가까운 수거거점에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난 치약 짜개 제품들


병뚜껑이 치약짜개가 되기까지
먼저,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해 무게를 취합합니다. 그 후, 선별작업을 하죠. 작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열을 가해 재가공할 때 오염물질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PP, HDPE 재질만을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면, 재질이 표시되어 있는 손바닥 크기의 PP, PP병뚜껑, HDPE 병뚜껑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플라스틱을 세척 후 색깔별로 분류합니다. 분류 후 분쇄기를 통해 플라스틱을 잘게 쪼개고, 사출기에 분쇄된 플라스틱을 주입해 열을 가해 녹여 몰드에 넣은 후 제품 제작을 하거나, 압축기를 활용해 액자나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계를 통해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튜브짜개, 짹짹고리, 비누받침대, 벽걸이 후크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난 비누받침


운영의 어려운 점
무엇보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플라스틱 수거와 리워드 제공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10개정도의 스타트업들과 플라스틱 조달문제는 함께 해결하고 있고, 서울환경운동연합단체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작업 중 플라스틱을 갈고 녹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일정 수준의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기설비를 제대로 설치하고 방독마스크 및 보안경 착용 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잘개 분쇄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의 활성화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만들어야 한다면 업사이클링을 꼭 생각해야 되겠죠. 이렇게 되기 위해서 우선 음료기업, 화장품, 식료품기업 등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이 굉장히 쉽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색깔이 들어간 페트병을 투명하게 하거나 재질을 통일하는 방법이 있죠. 또 플라스틱의 회수, 재활용의 마지막 과정 끝까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도 개인적인 실천 뿐 아니라 제조 기업을 상대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직접 목소리를 내어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을 ‘플라스틱 어택’이라고 하죠.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로웨이스트 운동들이 최근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참새클럽 회원들이 플라스틱 방앗간의 수거거점으로 제로웨이스트 숍을 이용할 때, 이곳이 수거거점을 넘어서 제로웨이스트 숍도 같이 이용하게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같이 환경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책들을 공유하면서 찾아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죠.

제로웨이스트 숍의 확장과 새로운 역할
현재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모두 매립지에 묻거나 소각해버립니다. 하지만 하루 쓰레기의 발생량만 43만 톤이 나오면서 2025년부터는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땅도 없다고 합니다.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 석유에서 원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탄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요즘 폭염 같은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단순한 오염문제보다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제로웨이스트 숍을 서울에 500개 이상 만들기 위해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곳들을 통해 포장가게 네트워크를 형성해 플라스틱 없는 제품포장에 관한 대화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쌍방향으로 진행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방앗간, 010-2133-7088
https://ppseoul.com | 인스타그램 @plastic_mill
seou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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