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와 일본 문화 사이의 간극(間隙)

2021년 8월호(14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8. 9. 20:37

본문

나와 일본 문화 사이의 간극(間隙)

 

벌써 일본회사에 취업한지 2년이 넘어가네요. 제가 일본에 온 이유는, 막연히 대학교 1학년 때 ‘해외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취업을 고민하면서 1학년 때 하지 못했던 해외취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에 취업을 위한 국가교육인 K-MOVE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교육을 수료한 후, 일본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지요. 
 
일본의 부동산 문화 충격
그렇게 시작된 첫 직장! IT 시스템개발을 하는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일본회사 문화의 적응보다 한국과 다른 부동산 문화에 가장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때에는 보증금과 월세와 관리비 정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감사하다는 비용인 ‘礼金’레이킹비(예의비)와 필수로 발생하는 클리닝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레이킹 비용은 방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클리닝 비용은 입주 할 때 꼭 지불해야했지요. 만약 클리닝 비용을 따로 지불하지 않으면 이사 할 때 부동산에서 집 체크를 한 후, 보증금에서 클리닝 비용을 뺀 나머지를 돌려받게 되는 부분이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이 클리닝 비용은 본인이 아무리 깨끗이 사용을 해도 무조건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억지스러운 비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느릴 대로 느린 일본 행정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일본 문화 중 하나는 정부의 행정업무를 전산으로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한국에 비해 엄청 느리다는 겁니다. 일본에 들어와서 비자를 신청했는데 3개월이나 걸렸어요. 만약 제가 한국에서 신청했더라면 1~2일, 길면 1주일 정도면 발급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일본에 무비자 상태에서 최대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인데, 2개월 안에 저는 이미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놔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나면 강제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문의를 해도 그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행히 무비자기간 3일전에 비자를 발급받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입사 날짜까지 미뤄지게 되었죠. 최근에는 코로나 접수사이트에 접수번호를 아무렇게 입력해도 접수가 되는 문제까지 발생했기에 일본의 행정 전산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조용함
일본에서 생활하며 정말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도로가 조용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도로에서 경적 소리가 울리지 않을 때가 없을 정도로 시끄럽죠. 하지만 일본은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한국과 다른데, 한국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대부분 상대방을 위협하는 의미이지만, 일본은 양보를 받게 되면 감사하다는 의미로써 울립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경적 울리는 것을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식사를 해도 부담없다는 점도 좋았어요. 물론 한국도 이젠 혼밥 문화가 흔해졌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 혼자 먹기 불편하고,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은 혼밥 식사 분위기가 보통이기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테이블 석과 카운터 석으로 나누어져 있어 혼자 온 손님도 부담 없이 카운터 석에서 식사를 할 수 있거든요. 이렇듯 일본인들 속에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배려가 상대를 터치하고 싶지 않은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의 잘못된 배려문화
남을 터치 하지 않는 배려는 일하면서 많이 느끼게 됩니다. 상대방의 업무 진행이 늦더라도 전혀 관여 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일의 방향이 전혀 다르게 진행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는 중간 중간마다 보고를 할 때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죠. 최종보고를 하기 전에 잘못됨을 알게 되었고, 제가 잘못 이해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니 그때서야 알려주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죠. 
저는 비자 3년을 채우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일본의 다양한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적응이 아닌 잘못된 문화를 고치지 않으면 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본 등 해외 취업 시, 목표가 선명해야 
대부분 일본에 취업하려는 분들을 보면 일본문화가 나와 잘 맞다거나, 일본이 한국보다 취업이 더 잘 된다 등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실제 같은 생각으로 일본에 취업을 하려고 했으니까요. 일본어를 전혀 전공하지 않아, 히라가나 카타가나도 모른 상태에서 대학시절 1년간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 일본 회사에 취업해 벌써 2년이 넘어갑니다. 취업 교육 중에 일본어를 전공했거나 일본어를 너무 잘해 교육기간 안에 이미 취업이 결정 되었던 분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일본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80%는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갑니다. 다른 나라에 취업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문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이지만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해외에 온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지요. 따라서 목표를 가지고 2~3년의 기간을 스스로 정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나가리라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도 일본에서 남은 1년을 잘 마무리 하고, 다음 세계를 향해 계획을 세워보고자 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김재영
wodud2728@gmail.com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