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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리며 작품을 만드는 포토그래퍼 ‘김인규’

2021년 9월호(14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9. 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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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스토리]

 

빛으로 그리며 작품을 만드는 
포토그래퍼 ‘김인규’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

 

광고 사진에 매료되다
원래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광고 스튜디오에 다니던 선배를 보러 충무로에 갔는데 일하는 선배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어요. 그때 사진에 완전히 매료되어 사진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30년간 사진을 찍고 있어요.
사진을 하며 큰 업체에도 있어 보았지만, 제가 작업하는 사진을 특정 분야로 한정 짓는 게 싫었습니다. 사물이든, 풍경이든 분야에 상관없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선배들로부터 누가 어떤 분야 사진을 잘 찍는다 하면, 그분을 무작정 찾아가 무보수로 일할 테니 가르쳐 달라고 졸랐습니다. 요령도 피우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열심히 배우니, 적은 보수로 일하게 하는 것을 미안해하며 저에게 아주 자세히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몇 년간 장인들로부터 배우며 저의 역량을 키워 32살 이른 나이에 제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가슴 떨렸던 첫 촬영
28살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어느 날 갑자기 실장님이 부르시더니, 지금 바로 비행기 타고 포항으로 내려가서 촬영을 하고 오라 했습니다. 보통 몇 년 동안 어시 생활을 거쳐야 카메라를 잡는데, 실장님밑에서 일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죠. 약간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포항 공항에 도착하니, 포항제철 직원들이 차를 한 대 대기하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 촬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포항제철의 불꽃 튀기는 현장을 찍자니 너무나 떨렸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떨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그때는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할 때라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처럼 미리 알 수 없었던 때였습니다. 최선으로 찍었지만 불꽃이 얼마나 선명하고 섬세하게 잘 찍혔는지 전혀 알 수 없었죠. 촬영을 마치고 그 길로 서울 충무로의 현상소로 가서 2시간을 대기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이 마치 며칠은 걸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사진은 잘 나와  카탈로그 작업을 무사히 마쳤고, 저는 이 일 이후 사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죠.

 


부천 세계 무형문화 엑스포 ‘도록’ 단독 진행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은 2010년부터 부천 세계 무형문화 엑스포 도록 작업을 단독으로 두 번에 걸쳐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중요 무형문화 120여 명 선생님들을 전국으로 찾아다니며 그분들의 프로필과 작품들을 촬영했죠. 문화재는 유리제품, 섬유, 목재 등 소재가 다양합니다. 특히 촬영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작품은 도자기였습니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제품 사진을 찍을 때 ‘빛으로 그린다’는 표현을 씁니다. 사진의 구도도 중요하지만, 조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퀄리티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반사되는 투명한 제품들은 카메라, 찍는 사람의 모습까지도 다 비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소재가 다양한 도록 작업은 보통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함께 공동작업을 합니다. 저는 20~30대 분야별 장인으로부터 사진을 배웠던 덕분에 혼자서도 큰 무리 없이 진행을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제일 뿌듯하고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사업은 언제나 위기
사업 초반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계속 위기입니다. 저는 큰 스튜디오에 오래 있지 않고, 초반부터 독립적으로 하다 보니 발로 참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서점에 가서 인테리어, 음식, 건축 책자 등 사진이 들어간 책들은 모조리 찾아보면서 책자 뒤에 있는 편집장들에 연락해 무조건 미팅을 잡았습니다. 만나서 준비해 간 포트폴리오와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무조건 하면 된다’, ‘한 번 들이밀자’라는 정신으로 부딪쳤어요. 그러다 우연히 푸드 잡지를 전문으로 하는 사장님을 알게 되어 그분과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음식 단행본 촬영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게 풀리는 경우도 있으나, 일을 다해 줬는데 갑자기 의뢰한 업체가 부도나서 돈을 못 받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예정되었던 촬영이 대부분 취소되어 큰 타격을 입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모든 업계가 힘든 시기이니 잘 버텨나가야지요.

 


광고 사진, 다른 팀들과의 협업이 중요
홈패션이나 침구 등을 촬영할 때는 회사 클라이언트, 기획사, 메인 사진작가, 어시스트들까지 다 대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자체가 스케일이 큽니다. 이불 색에 맞는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전국의 갤러리, 호텔, 카페 등을 조사하고, 장소를 대여한 후에는 함께 합숙을 하며 지냅니다. 그리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세트장을 만드는, 거의 막노동 수준의 작업에 들어가죠. 처음에는 깔끔하고 멋진 모습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5~7일 정도 지나면 모두들 거지꼴이 되고 맙니다.(웃음) 한번은 제주도 호텔을 빌려 촬영을 하는데, 지배인이 오늘 저녁에는 호텔에서 파티를 하니 내려와 식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되어 파티에 내려갔더니 외국인 손님들이 우리 행색을 보고 다들 놀라 하는 모습에 호텔에서 엄청나게 눈치를 줬던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호텔측에는 조금 미안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빨리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 따위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일을 했었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몰두하고 팀워크를 만들어 갔던 일들은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광고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경험하며 배우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한곳에 오래 다니면, 나중에 독립할 때 고객을 확보하기가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타일이 고정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스튜디오를 다니며 선배들의 일을 자세히 관찰하고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클라이언트와 대화하고 관계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내 일이 아니다’ 생각하지 말고 선배들의 말과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다 배우겠다는 각오로 하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고객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나만의 촬영 세트장을 꿈꾸며
35세 즈음 세트장을 빌려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세트장 주인이었던 70대 노장의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높은 사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날 촬영 이후, 한번은 노장의 사진작가로부터 연락이 와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촬영할 때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던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했지만 그때는 세트장 촬영보다는 제품과 바깥 현장에서 하는 일을 더 하고 싶어 정중히 사양을 했습니다. 앞으로 가구들을 촬영할 수 있는 큰 세트장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촬영을 하면서 한 번도 전시회를 연 적이 없는데,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해 개인 전시회를 한 번 열고 싶습니다. 

 

아이. 엔 스튜디오(서울, 일산 소재)
포토그래퍼 김인규

kig6070@hanmail.net 010-6285-6070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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