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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or all”- “All for one”

2022년 1월호(14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2. 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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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or all” - “All for one”

 

“10년 후에도 둘 다 싱글이면 결혼할까?”
“글쎄?”
술자리에서 말한 농담 반섞인 대화가 현실이 되어 10년 후, 우린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상사에서 근무했던 저는 영어하고는 거리가 멀어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일본에 유학하기로 결심했었죠. 부모님과 형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1년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무섭고 두려움 같은 것은 별로 없는 성격이라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사귈 수 있었어요. 일본 유학생활은 신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남편도 만나게 되었죠. 저의 일본어 선생님! 그때는 정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서로 도와주는 관계였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의 유학이 끝나고 귀국 한 저는 대전 엑스포에서 근무했죠. 때마침 한국여행 온 남편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저 또한 일본으로 출장 가게 되면 연락해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도 주고받았죠. 서로 사이는 가까워졌지만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저에게 한국을 떠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IMF라는 금융위기와 더불어 친구 소개로 큰 마음먹고 시드니로 출발했지요. 그곳에서 일본과 한국여행사에서 일을 한지 5년이 지날 즈음, 다시 남편과 E-Mail 로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호주로 여행을 왔고 저희는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라 꽤 오래 사귄 연인처럼 결혼까지 골인했어요. 


외국생활에 익숙한 저는 향수병도 없이 결혼 1년만에 지금의 도쿄 근처 ‘사이타마켄 니이자’시에서 딸 둘을 낳고 벌써 19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성적인 큰딸은 훌쩍 고3이 되었고, 작은 딸은 고2랍니다. 지금은 둘 다 고등학교 생활에 불만을 털어 놓으며 대학시험 준비로 매일매일 바삐 보내고 있어요. 한국의 교육열과 달리 일본은 극히 소수를 빼고는 유도리 교육(여유 있는 교육)이라고 공부위주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교육을 많이 합니다. 한국은 유아시절부터 영어,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 등등 아이들이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일본은 수영 혹은 영어학원 정도 가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초중고에 다니면서 주로 학교 내 다양한 동아리 활동(스포츠, 악기, DIY등등)을 하게 되고 이는 성적에 반영됩니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공립학교에 다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공립 또는 사립학교를 선택해야 해요. 일본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저는, 큰딸이 중1이 되자 고등학교 진학설명회, 축제, 부카츠(동아리)체험 등등 한국과 다른 교육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바쁘게 정보를 모으고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립학교를 우선 선택한 후, 만약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먼저 사립고등학교 입시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즉 사립학교 합격통지서를 받고 한 달 후, 공립고등학교 입시를 봐야하는 것이지요. 많은 것 들이 한국과 달라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본에 살면서 딸들이 학교 주말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가족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특히 교육에 있어서 남편과는 의견차이가 많았습니다. 저는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원에 보내야 한다 했지만, 남편은 학교 공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결국 학원비는 엄마인 제가 부담하게 되었죠. 파트타임(8시간)으로 받은 월급은 오로지 아이들 교육비로 전부 지출됩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딸들을 위해서라며 내 자신을 위안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가끔 주변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곤 해요. 일본과 한국의 역사와 정치, 외교 등의 관계로 의견이 부딪히지 않는지, 한일경기를 할 때 어딜 응원하는지 등등… 사실 역사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면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요즘엔 전혀 하질 않고 있어요. 스포츠는 한국, 일본 서로 응원 하면서 속으로는 물론 한국이 이기길 바라죠.(^^) 서로 다른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사람과 인연이 되어 한 부부가 된 우리는 이런 문제로 부부싸움해서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진짜 부딪히는 것은 삶 속에 있습니다. 작년부터 치매증상으로 시어머니가 저희 집 근처로 이사옴과 동시에 코로나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었습니다. 


일본 사람과 결혼해 약 20여 년을 살며 아직도 일본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시어머니가 이사 오기 전에는 큰 며느리와 함께 살았죠. 한집에 살아도 냉장고 안에 시어머니 반찬구역, 큰며느리 반찬구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고, 심지어 치매인 시어머니가 잘못해 큰며느리 반찬에 손을 대니 그게 불편하다는 겁니다. 물론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문화가 있지만, 가족까지 이럴 줄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치매인 시어머니라는 점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 것은 매정하기까지 하지요. 한국인인 저에게는 충격이었어요. 대학교강사로 있는 남편은 온라인수업 등으로 1년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며 시어머니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시어머니를 케어하면서 의사소통하기도 어렵고, 남편의 일본 교과서 인지세는 반으로 줄어 경제적으로도 좀 힘들게 되고, 손가락을 크게 다쳐 잘 움직일 수 없게 되니 난생처음 우울함과 향수병이 찾아오더군요. 일본에 있는 손녀딸들이 보고 싶은데 만나지도 못해 서운해 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내년에는 예쁘게 자란 손녀딸들과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2022년은 저희 가족도 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One for all”
“All for one”
올해 신년, 가족이 함께 다짐한 슬로건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직 하나 되진 못했어요. 대화와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모든 일 들이 해결되어지고 새해에는 예전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hahnice66_0910@yahoo.co.jp
小柳(韓)美淑, 오야나기(한)미숙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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