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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붕~ 우여곡절 4000km 유럽 출장기(1)

2022년 12월호(15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5. 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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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붕~ 
우여곡절 4000km 유럽 출장기(1)

독일 북부 공업지대 평지
낙농업의 나라 네덜란드 평지

 

헉;;; 3500km 자동차 출장이라고?
여러분은 3500km의 거리가 얼마정도인지 가늠이 되실까요? 산술적으로 계산해 인천공항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까지 7500km입니다. 3500km는 하와이까지 가는 절반거리인 것이죠. 한국 사람의 머릿속에 제일 긴 거리는 서울 부산의 400km 입니다. 그 외에 가장 긴 거리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죠. 서울 부산을 왕복해봐야 800km정도인데 이걸 4.5번 왕복하는 거리입니다. 저도 한국 사람인지라 3500km를 생각할 때 저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반도가 얼마나 작은 곳인지, 게다가 허리가 잘린 남한만의 공간, 그 속에 갇혀(?) 살고 있었던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이번 유럽출장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독일 한 가운데의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독일 남부도시와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여정으로 3500km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우여곡절로 4000km 이상 차를 타고 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허리가 좋지 않고 왼쪽 어깨도 부상을 입어 운전을 잘 할 수 있을까 염려되었지만 막상 운전을 하고 가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운전을 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저와 함께 4000km의 여정을 잠깐이나마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독일→네덜란드→스위스→이탈리아
전에는 유럽출장을 주로 독일로 다녔는데, 이번처럼 직접 차를 몰고 다녀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항에 내려 열차로 이동하거나, 업체에서 차로 픽업해 주어서 편안하게 다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직접 차를 몰고 독일의 북서부로 달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서 다시 독일을 남북으로 관통하여 독일 남서쪽의 빌링엔슈베닝엔까지, 그리고 중간에 슈트트가르트 근처의 업체를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스위스를 거쳐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치아까지의 여행입니다.
원래 이번 유럽출장은 제가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업체에 대한 정확한 기술척도 판단을 위해, 제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었죠. 그래서 우선 계획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World of eMobility’(10월 27~29일)전시회에 참여하고, 유럽에 간 김에 근처 업체들과 다음 단계의 사업 진행을 위해 그 회사들을 직접 방문 미팅 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문제는 전시회 짐과 독일지사의 물품을 전달해야하는데, 부피가 크고 무거워 차량을 빌리기로 하였고, 게다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각각 방문하기에는 유럽 내 항공권 가격이 부담스러워 이번에 모두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무지막지한 계획으로 생각되었으나, 막상 자동차로 달려보니 한국적 생각이 장애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여기가 아닌가벼?
10월 24일 한국시간 자정 12시에 집을 나와 창원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10월 25일 오후 17:00에 도착했습니다. 독일 첫 일정으로 슈튜트가르트 동쪽 작은 도시의 A사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250km 정도입니다. 왕복하면 500km이고 다음날 네덜란드로 가려면 프랑크푸르트보다 좀 더 북쪽의 숙소로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항 이민국에서부터 난항이 생겼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수백 명인데 고작 게이트 3개만을 열고 그것도 천천히 하나 하나 물어가면서 도장을 꾹꾹 찍어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이라면 그 정도 인원이라도 전체가 5~10분도 안 걸리는 일을 저렇게 하고 있다는 게 참 한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민국 같은 간단한 도장 찍는 일들은 제가 보기에는 독일계 사람들이 아닌 중동계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더군요. 이민자들이 와서 다시 출입국 심사를 하고 있다니…
하지만 독일은 이민자에 대해 매우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국 내의 간단하고 3D업종으로 여겨지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200만 명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민자나 난민자들에 대한 수용과 교육 그리고 독일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민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약간의 문제들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아무튼 거의 4~50분을 넘게 심사를 받고 겨우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같이 간 대표님은 벌써 렌터카를 가지러 갔고 저는 회사 전시회 짐들을 바리바리 카트로 챙겨들고 렌터카 픽업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첫 유럽 사람은 제가 렌터카 직원인줄 알고 차에 대해 여러 가지 물어보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를 돕는 코트라 독일의 현지 직원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직원과 함께 A사를 방문하러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시차도 적응이 안 되고 비행기에서 잠을 자기는 했지만 거의 24시간을 깨어 있는 상태가 되어 중간에 코트라 직원에게 운전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A사의 미팅을 잘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거쳐 숙소까지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얼마나 되었을까? 코트라 직원이 무사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직원을 내려주고 저희는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적어 넣었더니 이상하게 500km 이상으로 찍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상하다고 서로 얘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코트라 직원에게 전화가 와서 “여기가 아닌가 보다.”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인가 들어보니 저희가 도착한 공항은 뮌헨공항 이라는 것 입니다. 아뿔싸--;;; 범인은 네비게이션이었습니다. 저희는 독일 지명에 익숙하지 않아 몰랐다 치지만 현지 직원이 실수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현지시간은 벌써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 새벽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코트라 직원을 내려주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더 달려 코블렌츠란 도시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현지시간 오전 7시 입니다. 첫날 하루만 벌써 1,000km를 운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출발한지 거의 30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남쪽 빈케빈의 숙소 풍경


코블렌츠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코블렌츠에서 3~4시간 쪽잠을 자고 아점을 먹고 네덜란드로 출발을 했습니다. 참새 방앗간이라고 독일의 유명 자전거 브랜드를 잠시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코블렌츠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에는 통일 전 서독의 옛 수도였던 본을 지나 쾰른 성당으로 유명한 쾰른을 거쳐 뒤셀도르프와 뒤스부르크, 에센, 도르트문트가 일렬로 있는 지역을 통과합니다. 위 세 지역은 축구로 유명한 동네죠. 물론 도시들을 다 들른 것은 아닙니다. 그냥 계속 3번 고속도로에 있었습니다. 운전을 바꿔가며 하고 제 차례가 되었는데 마침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원래 국가와 국가는 국경이 있고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민국을 거쳐야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하나로 통합된 지 벌써 30년이나 되죠. 그래서 복잡한 절차도 없고 국경도 없습니다. 마치 서울에서 경기도 넘어가듯, 경기도에서 충청도 넘어가듯, 아무런 게이트도 없이 그냥 지나면 되는 것입니다. 여행 유튜버들이나 경험하는 것을 막상 저도 경험해보니 우리나라는 마치 섬나라처럼 느껴졌습니다.
 일전에 국경을 육지로 통과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 시간을 내어 중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것을 해보았는데 그곳도 검문소와 이민국으로 둘려 싸여 있었죠. 그러나 이번 경험은 좀 색달랐습니다. 심지어 표지판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국경통과를 알 수 있었던 건 로밍 된 폰으로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경고를 날리는 문자메시지가 전부였습니다.


유럽화장실의 불편한 진실
독일 3번 고속도로에서 A12 네덜란드 고속도로로 들어왔습니다. 네덜란드로 들어와서 달라진 점은 방금 전 독일 북부 공업지대에서 갑자기 낙농업의 나라로 온듯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넓은 초지에 밀밭이 있고 드문드문 풍력단지와 발전소들, 커다란 전신주들이 있었다면, 네덜란드는 끝없는 평원과 숲이 우거진 지역에 소들과 양들이 한가로이 풀밭을 거닐고 있었던 것이죠. 바로 국경을 넘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달라진 게 없나 건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건축양식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씩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까요? 아무튼 독일의 딱딱하고 견고한 이미지 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잠시 휴게소에 멈춰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대규모 시설처럼 각종 먹거리를 팔고 옷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냥 약간 큰 주유소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휴게소의 메인인 화장실은 보이지 않아 돌고 돌아 화장실로 갔는데 70센트를 내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볼 일을 보고 나오니 50센트의 쿠폰을 줍니다. 이 쿠폰으로 휴게소의 주유비와 커피 등 편의점의 물품을 살 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잔돈이 없으면 화장실에도 들어갈 수 없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주유는 셀프가 기본이고 계산도 편의점에서 주유구 번호를 말하면 결제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모르고 가면 많이 당황했을 뻔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암스테르담과 독일 남부도시 그리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나오면 주는 쿠폰 50센트

 

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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