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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살립니다! - 샤론 현악 공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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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0. 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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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살립니다!
- 샤론 현악 공방을 찾아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샤론 현악 공방’은 조그만 공방이지만 많은 도구와 현악기들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샤론 현악 공방 ‘김학영’대표님의 손에 맞게 본인이 직접 만든 수리 도구들은 대표님의 정교한 성격을 표현해 주는 듯 했습니다.

 

악기를 수리하는 일은 힐링 리페어healing repair이다.

  악기를 수리하는 일은 ‘생명을 다시 살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듣기 싫고 귀에 거슬렸던 소리가 새로운 소리로 태어나니까요. 악기도 연주하는 사람 자신도 힐링이 되는 거죠. 맑고 아름다운 소리로 연주자의 마음도 힐링이 되어 감동이 되면 그동안 짜증났던 얼굴 표정도 환해집니다. 악기에 문제가 있으면 연습하기가 싫어지는 게 사실이죠.
  어느 첼로 선생님이 자신의 악기를 고치고 나서는, 그동안 아이들에게만 연습을 시켰는데 이제는 자신도 다시 열심히 연습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기도 했지요. 그만큼 악기에 문제가 있으면 연주도 연습도 흥미를 잃게 된다는 얘기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왜 하기 싫어하는지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악기 때문일 수 있거든요.

 

 

현악기 수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과정들
  악기 판매 업체에 취직을 했는데 수리하는 일도 하게 되었지요. 91년 1월 우연히 바이올린을 만지게 되었는데, 그때는 수리할 기구가 변변치 않을 때여서 사포로 브릿지를 다듬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청계천에 가서 기구를 잠깐씩 빌려서 사용하기도 하고, 지금 사용하는 기구들은 제 손에 맞게 직접 만든 것이랍니다. 뭐든지 재활용할 수는 것들은 버리지 않는데 사실 아내한테 종종 혼나기도 하죠. 또 사포질을 하다가 나오는 가루들도 모아서 틈을 메우는 데 사용합니다. 먼지에 불과하지만 틈을 메우고 접착제를 넣으면 구멍을 메우는 데는 그만입니다. 어떤 기술자에게서도 배우지 않았지만 노하우가 생기니 수리하는 것을 여러 면에서 독창적으로 시도해 봅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면 제가 신앙인이라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기도를 하고 지혜를 구했지요. 

 

수리하면서 가장 고치기 힘들었던 악기
  심하게 망가져서 회생 구제불능인 악기일수록 고치는 게 물론 힘들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불에 탄 악기를 고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고치고 난 후에는 그 전보다 소리가 오히려 좋아졌죠. 깨진 악기도 고칠 때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는데, 대신 고치고 나서 더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지요. 힘이 들어도 안 되는 건 없어요. 이런 작업들은 마치 죽은 악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과 같아서 수고스럽지만 기쁨도 몇 배나 큽니다. (‘마치 악기와 대화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기와 하나된 삶을 사는 열정이 대화 중간 중간 김학영 대표에게서 묻어났습니다.)

 


악기는 한번 손대면 돈이 많이 든다는 선입견이 있는데요.
  물론 악기에 특별한 문제가 있으면 비용이 더 들 수는 있습니다. 대부분 수리를 하다보면 손 볼 곳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특별한 문제이면 본인에게 알리고 또 알아서 고쳐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그냥 넘어갈래?’ 손님들은 대부분은 악기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요. 그냥 소리가 안 좋다 혹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을 만족시켜주는 수준에서만 수리한다면 진짜 장인이 아니지요.


자신만의 철학
  악기를 수리한다는 것은 악기의 보이지 않는 속까지 다스리는 일이다보니 늘 신경을 써야합니다. 예를 들면 악기가 소리가 좋지 않다고 줄(絃)만 교체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이것은 속 병든 위장병 환자한테 밍크코트만 그럴듯하게 입혀놓고 멋있다고 하는 격이죠. 그렇듯이 뭔가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됩니다. 그래서 이 일은 선천적으로 저에게 맞는 일인 것 같아 슬럼프도 없고 갈등도 없습니다. 언제나 재밌고, 언제나 기대되고, 언제나 신이 납니다. 그래서 성취감이 더 큽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바라는 것
  요즘은 악기를 전공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전공하는 학생들, 그리고 취미로 배우는 일반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들이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연주하고, 연주에서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서로 간에 하모니를 이루어 더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바라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악기를 연주하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계획
  AI시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기술을 더 연마해야겠지요. 악기를 수리하는 일은 섬세하기도 하고 또 기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나만의 노하우를 계속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고치다 보면 예상한 것보다 고쳐야 할 곳이 많아지고 허술한 부분들을 발견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활용할 섬세한 기술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악기를 기계로 생산하는 일은 공장에서도 얼마든지 합니다. 그러나 악기 주인도 모르는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일은 저 같은 장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음악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고가의 악기라도 마음 놓고 믿고 수리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현악기뿐만 아니라 관악기 등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재창조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탤런트로 이 일을 하고 있는 한 끝까지 잘 쓰임 받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세계적인 장인 독일의 마틴슐레스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더러 악기의 음이 흐트러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악기가 완전히 가치를 잃은 것은 아니다. 악기를 조율하면 다시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않는가?” 연주자들 못지 않게 악기를 사랑하는 마음,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김학영 대표님 같은 장인들에게 있기에 좋은 음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습니다.

 

Sharon Strings (샤론 현악공방) 김학영∥현악기 수리 전문가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1가 188 청일빌딩 102
sharonstring@naver.com
02-715-4452 / 010-3589-4452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6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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