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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주) 코모스유통 ‘이봉기’ 대표

기업/창조기업들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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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기업스토리]

직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주) 코모스유통 ‘이봉기’ 대표


  여러분 ‘파버-카스텔’Faber-Castell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1761년 창업하여 올해로 무려 257년이 되는 독일의 강소기업입니다. 명품인 연필과 필기류를 만드는 독일기업이죠. 이 파버-카스텔에서 만든 제품을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유통하며 건강한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 코모스 유통’ 이봉기 대표를 용산구에서 만나보았습니다.



‘파버-카스텔’하면 수채 색연필이 떠오르는데요. 어떤 기업인지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파버-카스텔’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자!’는 철학을 가진 가족 기업으로 작년에 9대째 오너를 맞이했습니다. ‘찰스 알렉산더 폰 파버 카스텔’이죠. 연필하면 우리도 만드니 사소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동그란 연필이 쉽게 굴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육각형으로 모양을 만들었고, 1883년 빈센트 반 고흐가 사용하며 친구이자 스승인 네덜란드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에 “이 연필은 딱 알맞은 굵기에 목공용 연필보다 부드럽고 질이 좋아. 검은색이 아름답고 특히 큰 그림을 그릴 때 아주 좋더라고. 이 연필은 부드러운 나무를 사용하고 짙은 녹색으로 칠했는데 하나에 20센트야.”라고 했다고 하죠. 무엇보다 11세기부터 시작된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흔히 ‘전통’하면 낡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전통이란 ‘(스러져가는) 재가 아닌 (빛나는) 빛을 살리고 지켜가는 일’이며, 그런 삶의 내용을 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연결시키는 태도라고 봅니다.


  또 ‘파버-카스텔’은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면서 건강하게 돈을 버는 기업이죠. 예를 들어 연간 20억 자루 연필을 만드는 파버-카스텔은 약 15만 톤의 목재가 필요합니다. 이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30년 전에 브라질 남동부에 1만 ha의 소나무 숲을 조성하였습니다. 황폐한 땅을 개척하는 산림 프로젝트였죠. 하지만 처음 심은 소나무를 당장 사용할 수 없잖습니까? 15~20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 이익을 내기에는 긴 시간이지요. 눈앞에 이익만 보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파버-카스텔 한국지사 역할을 하는 ‘(주) 코모스 유통’의 대표로 계시면서, 우리나라 기업문화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저희 회사는 우리나라 일반 회사와 많이 다릅니다, 다르니까 좋다가 아니라 우리만의 경영방식이 있다는 의미지요. ‘코모스’는 현재 15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지만 ‘부채가 제로’입니다, 그리고 불경기도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파버-카스텔’의 브랜드가 좋으니까 그냥 한 번에 다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한 10년 정도 저희 직원들도 많이 고생했죠. 그래서 ‘직원의 복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복지는 먼저 ‘환경’부터 최고로 만들어 주는 겁니다. 들어올 때 둘러 보셨겠지만 사무실이 아주 조용하죠. 직원들이 편안하게 쉬는 공간을 마련할 뿐 아니라 거기서 마시는 물, 커피 등을 최고로 준비하였습니다. 작은 회사이지만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희 회사는 야근이 없어요. 그리고 주 40시간 아래로 근무하려 합니다. 금요일도 오전 근무만 하려고 하죠. 그 이유는 직원들이 충분한 쉼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체는 8시간 자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8시간을 잘 활용해야 완전히 집중해서 8시간 일할 수 있지요. 마치 축구 선수가 90분 잘 뛰기 위해 밖에서 잘 쉬며 훈련해야 하듯이 말이죠. 사장은 일종의 축구감독과 같은데, 직원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으로 뛰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고. 그게 제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회사 운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직원들이 30명 정도 되지만 10년 이상 넘은 장기 근속자가 많습니다. 직원은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회사에 이직률이 많으면 그만큼 자산을 잃는 셈이지요. 왜냐하면 좋은 직원은 대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우리 직원들에게는 가족들과 저녁에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도 떳떳하고요. 또 무엇보다 우리 회사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결재’라는 말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결재’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온 말일 뿐 아니라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결정해서 준다는 개념이지요. 그러나 유럽에서의 상사는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수직문화인 우리나라와 수평문화인 유럽을 비교해 보면 일하는 주체가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일해 오면서 어려운 점은?

  개인이나 회사나 위기를 만나게 되는데, 저희도 누구나 알고 있는 IMF 외환위기 때 어려움이 찾아왔지요. 그때 독일의 화폐는 마르크였습니다. 유로화 되기 전에 1마르크는 500원의 가치를 가졌지요. 그런데 IMF가 되니 1마르크가 1000원에서 무려 1500원까지 뛴 겁니다. 한국 돈이 가치가 없으니 도무지 수입할 수가 없어 독일에 연락을 했지요. 그랬더니 저에게 “우리가 분석해보니 이 IMF는 3년 정도 갈 것 같다. 그러니 물건을 미리 줄 테니 3년 후에 갚아라”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3년이나 돈을 지불하지 않은 가운데 물건을 받았던 거지요. 판매는 환율 1000원에 맞춰 팔았으나 잘 팔렸고, 그리고 환율이 500원 떨어진 뒤에 갚게 되었으니 도리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장기적 안목으로 보아서 신뢰해 주었던 것이 너무 고맙지요. 이게 기업간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파트너쉽’이라 생각하고요. 

  2주전, 저희 회사에 9대 파버-카스텔 오너가 방문하며 하는 말씀은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느냐”고 하시더군요. 또 한국의 ‘코모스’가 세계에 120개국 파버-카스텔 지사 중 모범적이고 성공한 회사라고 하더군요. 결국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지겠죠.

 

독일과도 우리나라와도 소통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판매할 때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마치 연애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즉 ‘파버’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물건만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근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고객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사람과는 30년 혹은 50년지기 친구 사이라 해도, 일단 서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그들은 사업의 원칙을 따릅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점들이 적응하기가 힘들지요. ‘둘이 가깝다’라고 할 때에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어를 해석하는데 있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독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군더더기가 없는 문화라는 점입니다.


독일기업이 장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파버-카스텔이 1761년에 생겼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영조시대’입니다. 이 기업이 장수하게 된 이유로, 가장 먼저 직원, 함께 일하는 사람을 우선시하여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장수기업은 거의 가족기업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식회사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지요. 주식회사들은 주주들이 장기투자를 안하고 빨리 빨리 수익을 내서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이 주식회사인 우리나라에서는 사장은 주주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그러니 장기적 플랜을 짜지 못하지만, 독일 장수기업은 가족기업이면서도 선조보다 더 나은 후손이 나와서 기업을 발전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오너가 되려면 20대부터 철저하게 훈련받습니다. 그리고 내 세대는 심지만 열매는 후손들에게 돌아가도 좋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지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 것이다 생각하고 자식의 능력에 상관없이 기업을 물려주는 일은 하지 않는 거죠. 만약 그렇다면 장수 기업이 나올 수가 없겠지요.



창업하려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마디로 말하면 ‘도전정신’을 가져라는 겁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들어가서 편안하게 사는’것이 행복이라고 배웠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죠. 직장에 들어갈 때도 내가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월급을 얼마만큼 많이 주는가에 관심이 쏠리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이 도전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니 한국의 미래가 정말 걱정됩니다. ‘내가 아는 것을 행동하는 것, 이것이 지식이다.’ 제가 독일인들에게서 배운 중요한 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100세 시대인데 제가 이제 70이 가깝지만 아직 생생하잖아요. 저의 개인적 소망은 오래오래 일하면서 현역으로 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아침이면 빨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고 저녁이면 퇴근할 때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게 제가 성취해야 할 숙제지요. 우리 회사에 아기 엄마가 세 명 있는데, 이들을 위한 아담한 탁아소도 만들고 싶습니다. 실제로 ‘파버’는 세계 최초로 회사에 탁아소를 만든 회사입니다. 


  인터뷰 하는 동안, 나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청년 같은 모습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회사를 소개해 주실 때의 빠른 말과 빠른 걸음걸이 그리고 살아있는 눈빛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인터뷰어인 저도 직장생활 20년을 했지만, 이봉기 대표님과 대화하며 청년들이라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2018년 새해 대표님을 비롯해서 (주)코모스 직원 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지면을 통해 전합니다.

(주) 코모스유통 이봉기대표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56 2F (한강로3가 16-18 2F)

www.komosfcm.com | 02-712-1350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9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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