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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2018년 11월호(제10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1. 2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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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통역사가 다시 경험한 중국]




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저는 중국어교육을 전공하고 10년 가까이 중국어를 가르치다가, 올해부터 통번역 공부를 시작하며 간간히 통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얼마 전 중국공동체 역사문화여행을하는 팀과 함께 남경, 소주, 우전, 상해를 다녀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교환학생으로 2002년도 산동에 1년 정도 머물면서 생활비를 아껴가며 남경과 상해를 짧게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햇수를 세어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되었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통해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중국이 정말 많이 변했고, 저 또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중화문 역사를 통역하고 있는 필자>



통역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반나절 정도 ‘상해박물관’을 관람할 때였습니다. 2002년도에 한 번 방문했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않았죠. 그런데 상해박물관 도자기 전시관에 들어가며 계속 “어머, 어머머, 우와~ 우와~”감탄을 연발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2002년 제 나이 20대를 갓 넘은 나이, 그 당시 상해 박물관의 도자기를 보며 저는 “크다”, “촌스럽다”이 두 단어로 도자기의 이미지를 정의 내렸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어서 일까요? 도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완전 달라졌습니다. 사실 상해 박물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20대 나이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제 눈에 들어오며 감탄을 멈추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시중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세련된 무늬와 비율이 잘 맞는 접시부터, 손잡이와 주둥이에 새를 올려놓아 만든 주전자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고, 필통으로 사용된 도자기에 그려진 인물의 입은 옷의 주름, 표정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듯 했고, 접시에 그려진 곤충의 해학스런 표정과 솜털까지... 당나라 때 도자기로 구운 인물상이 머금은 미소, 표정들 그리고 당나라 이후로는 색상들도 어찌나 다양하던지요. 시대마다 인간과 자연, 또 인간이 믿고 싶어 하는 것까지 표현되어진 것들을 보며 그 시대 살아있는 중국인들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참을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이동할 시간이 되어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회화 전을 꼭 봐야지’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처음 중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 단기로 북경에 머물며 만리장성, 고궁, 천안문, 이화원, 주로 이런 곳을 다니며, “아~ 크다”, “정말~ 크다”, “아~ 넓다” “무지~ 넓다”이렇게 느꼈던 것이 전부 였었죠. 큰 규모에 감탄은 하였지만 문화적인 우수함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였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통적인 중국 강남(江南)의 수향마을인 ‘우전’(乌镇)다녀오며 저의 이런 중국에 대한 얕은 생각이 완전히 깨졌답니다. 우전은 역사가 2000년이 넘는 고전(古镇)으로 주소, 항주, 상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요. 목재의 조각이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하던지요. 건축물과 가구의 목재 조각에 아름다운 곡선들부터 제가 기존에 만났던 “크다”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게다가 침대, 지줏대, 기와 등에 구석구석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조각하였는데, 아이들의 놀이 모습, 전통 희극(戏曲)의 장면 장면들을 포함해 신화 등 그 내용이 매우 다채로웠어요. 수상도시의 여유로운 풍경과 매우 풍요로운 중국의 남방문화에 또 한 번 감탄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중국공동체역사여행을 하며 저에게는 중국이 근현대시기 문화혁명을 거치고, 중국 공산당의 집권아래서 현재 중국인들의 삶과 문화수준이 과거의 문화적 우수함을 잃고 살고 있는 듯해서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십여 년 만에 다시 중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예전 저의 얕은 생각을 깨고 중국의 문화, 역사, 중국인을 다시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동력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답니다. 



서울시 송파구  김송희
zulu7979@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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