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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장의 삶을 뒤돌아보고 ‘인생 제2막’을 내다보며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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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로서의 삶]

 

초등학교 교장의 삶을 뒤돌아보고
  ‘인생 제2막’을 내다보며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어릴 적 아버님의 도박으로 집은 가난했고 여유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느날 버스를 타고 제기동에서 내려 서울사대부고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정릉천 주변 판잣집에서 헐벗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요. 이런 단순하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한 마음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소외되거나 빈곤한 환경의 아이들이 늘 제 눈에 들어왔고, 그런 아이들이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꿋꿋하게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교직에 몸담은 동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자기를 살피고 자존감을 가진 가운데 건강한 학창시절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청년교사에서 시작해서 작년 퇴임 전까지 ‘서울시내 공립초등학교’에 몸담았지요. 이 긴 기간 동안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환경은 바뀌어가고 늘 새롭게 입학하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는 것을 매번 자각하고 제 자신이 이들에게 적응해야 했습니다. 점점 디지털화된 스마트폰 환경, 이상 기후, GMO식품, 각종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패스트푸드 등에 더 많이 노출된 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거지요.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2030년대의 한국사회는 분명 지금보다 너무나 다를 것입니다. 이 다른 점을 교사와 학부모는 잘 인식하고 그에 맞는 교육 방법과 내용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기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새로운 세대와 변화하는 미래 세상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저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어른과 사회가 변화하는 아이들에 맞춰 함께 변화하고 혁신하는 것이 교육에서 근본적 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정부와 시민단체, 종교계 등은 적절한 시민 사회교육을 제공함을 통해 부모가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열린 소통방법을 모색하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교직생활을 뒤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980년대 초 ‘서울신우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일 년 내내 같은 츄리닝에 맨발로 헌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그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관악산 골짜기에 새롭게 형성된 달동네에서 아이들은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으며 줄넘기를 할 만한 마당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가르치는 학생과 관련된 학부모들의 여러 민원들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은퇴하는 저희 때와 다르게 후배 교사들은 정말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인재들이 많더군요. 제가 퇴직하면서 후배교사들을 생각하면 이들은 다음과 같은 외침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신껏 내가 맡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 즉 학부모와 교육청이 정말 교사들을 믿고 선생님들이 신이 나서 가르치도록 지원했으면 하는 이들의 바램이지요. 다른 한편 후배 교사들에게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귀한 생명으로 대하고, 학생들이 자존감을 가지며 자기의 개성과 소질을 찾게 하는 교육을 펼치기를 바라고요.

저는 이제 초등학교 교장으로서의 인생 제1막의 삶을 마쳤다면 제2막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3~5년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배우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은 외롭고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한 몸같이 살아갈 공동체를 찾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당분간은 내 자신을 돌아보며 자아를 찾는 나 홀로 여행, 주말농장에서 푸른 생명을 가꾸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며 지내고 싶습니다. 

 

 

서울시 도봉동 허인수
1708h@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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